‘광주형 일자리’ 과연 정부 뜻대로 될 수 있을까?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8-11-21 16: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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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현대차 투자협상 안개 속
울산-광주 지역이기주의 문제까지 겹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일자리 토론회가 열리는 울산과학대 동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노동자를 배제한 사회적 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기암 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일자리 토론회가 열리는 울산과학대 동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노동자를 배제한 사회적 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기암 기자

현대자동차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연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시와 현대차 간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상은 국회 예산심의 마지막 날인 15일까지 협상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단체교섭 5년 유예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광주시의 입장이 난처해져 협상은 다시 무기한 연장됐다.

단체교섭 5년 유예는 현대차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 16일 울산과학대 동부 캠퍼스에서 열린 ‘일자리 심포지엄’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도 현대차와 광주시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단체교섭 5년 유예’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엔 완성차 공장의 절반 수준인 연봉 3500만 원 선으로 시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사에 노조가 만들어질 것이고, 결국 노조의 요구에 따라 고임금 형태로 가는 것을 현대차는 우려한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애초 ‘단체교섭 5년 유예’를 조건으로 광주시와 협상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광주지역 노동계가 반발해 매년 임단협을 논의하자고 협상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의 고임금화를 우려하는 반면 현대차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 간 저임금 하향평준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지역이기주의’, ‘신 정경유착’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고, 현대차는 주44시간 근로에 평균연봉 3500만원 수준이면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208개 단체로 이뤄진 광주시민단체총연합은 지난 6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양질의 일자리에 목마르다”며 협조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슈뢰더 전 독일총리의 ‘어젠더 2010과 하르츠 개혁’을 언급하며 독일, 영국, 아일랜드 등 많은 선진국가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단행한 노동시장 개혁을 얘기했지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와 기업의 협상이 아닌 정치인과 기업의 협상으로 정작 노동자는 소외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정창윤 울산시 화백회의정책보좌관은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정 보좌관은 “우리는 ‘광주형 일자리’에 종속된 논의를 하기보다는 울산이 자동차산업 메카인데, 자동차산업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산업에 대해 노사정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얘기할 때”라며 “노사정 실무라인이 가동되는 중에 ‘광주형 일자리’ 문제가 터져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정 보좌관은 “노조도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찬성, 반대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갈 게 아니라 광주는 ‘광주형 일자리’대로 가도록 하고, 울산에서는 노조의 우려와 불안을 씻기 위해서 대책을 수립하면 될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단순히 찬성, 반대에 얽매이는 것은 지역감정 조장과 청년과 구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광주의 패권이니 신 정경유착이니 이런 논리를 얘기하면 노조가 십자포화를 맞는다”며 “자동차산업 위기에 과잉중복투자했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담보하느냐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민주당울산시당 정책실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현재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협상 과정도 처음엔 5년간 임.단협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매년 임.단협 하자, 임금도 처음 4000만 원에서 다시 3500만 원이라 하며 그 부분조차 성과급이 반영됐니 안됐니 얘기가 나오는 등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뭐라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정리가 안 돼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노동당, 민중당, 정의당 등 울산지역 진보정당 대표들은 지난 14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지방분권시대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지방으로 내려온다면 지역 간 혼란과 경쟁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노동존중사회에 반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일방적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참고한 독일 사례(아우토5000)를 예로 들며 “대체로 기업에는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준 대신, 노동자들에겐 나쁜 일자리만 늘었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협상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몰라 지켜봐야 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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