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미의 철학 에세이]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수미 / 기사승인 : 2015-09-17 1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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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우리는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이후 우린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닥친 이 불행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준비된 것인가’(벤야민)를 탐사하는 역사가가 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지겹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이다. 모른 체 하거나 아니면 진짜 모르거나. “잊지 않겠습니다”가 지금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인간성의 보루이며 그래서 가장 정치적인 행동인 것을. 심지어 우리에게 아직도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젠 과거에 그만 발목 잡히고 제발 앞으로 나아가자.” 아직도 우리에게 나아갈 진보할 미래가 남아 있는가? 케케묵은 ‘발전된 영광된 미래’가 정말 지겹다. 이럴 땐 문자 그대로 까뮈가 혀를 끌끌 차며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미래란 결국 죽음’에 다다를 뿐.




국가와 인간의 무능력을 확인하고 난 이후에도 그나마 남아있는 게 있다면, ‘과거’이다. 오로지 그곳에서만 우리의 불행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재가 이어질 곳은 우리가 떠나온 과거에 있다. 자, 이제 시계의 시침을 거꾸로 돌리자.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함께 탈 배도 하나 남아 있다. 지금 이 시대 가장 헐벗고 취약해서 가장 희소성이 높은 것, 그래서 가장 큰 부(富)가 된 인간성 말이다. ‘긴장된 얼굴들, 위협받는 동지애, 인간들 상호간의 지극히 강하고 수줍은 우정, 인간 정신의 능력과 한계, 그 유의미성을 가장 깊이 느끼는 곳’(까뮈).




아, 참! 하나 더 남아 있다. ‘기억’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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