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평화밥상] 기쁘고 좋은 날에 정말로 좋은 음식은 어떤 것일까

이영미 평화밥상 안내자 / 기사승인 : 2015-09-17 1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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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매를 낳아 키우신 친정 어머니의 생신은 늦여름입니다. 보통 여름휴가 겸 가족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막내 동생 결혼식을 치르느라 가족여행은 못 가고 점심 한 끼 외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마침 친정이 경주라 경주에 있는 사찰한정식 식당을 추천했더니 어머니께서 그곳엔 얼마 전에 다녀오셨고 평소에 (시골밥상으로 채식위주로 드실 뿐인데) 채식을 하니 그 날은 숯불구이집으로 가고 싶다고 의견을 내셨습니다. 기쁘고 좋은 날에 고깃집이나 횟집에 가야만 잘 먹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은 세상에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겠지요. 어머니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남동생과 다른 형제자매들의 생각이 그러하니 제 말을 계속 우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우유와 달걀 설탕이 넉넉히 들어가 있을 케잌은 사지 말라고 하고 제가 현미떡케이크를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현미가루에 소금간을 하여 체에 내리고 졸인 사과랑 빻은 호두, 계피가루를 넣은 뒤 찜기에 찌는 동안 두부랑 집에 있는 여러 가지 색깔의 채소들을 억새꽂이에 꽂아서 두부채소꼬치를 만들어 팬에 구웠습니다. 초록과 빨강이 없어서 좀 섭섭하길래 마당에 나가 괭이밥을 뜯어서 장식하고 텃밭의 끝물 토마토도 조금 따서 담으니 색이 조화로웠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제가 먹을 음식을 조금 챙겼습니다.



부모님댁에 모두들 모였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올케가 기특하게도 손수 약밥을 만들어 왔습니다. 얼마 후 산책 나간 언니와 동생이 조카들이랑 풀꽃다발을 만들어 왔습니다. 망초꽃, 익모초꽃, 강아지풀, 달맞이꽃, 부들... 작은 풀꽃들로 만든 꽃다발이 얼마나 예쁜지.



식당에 가기 전 준비한 음식들로 소박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어린 조카가 할머니께 풀꽃다발을 드리고, 축하노래를 부르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안아드리고, 준비한 음식들을 나눠먹었습니다. 현미떡케이크는 달지 않으면서 맛있다고들 했습니다. 두부채소꼬치구이도 약과도 좋아하셨고요.



그리고 식당으로 가는데 벼들이 자라는 들판을 지나 한참을 가니 어디쯤에 ‘...한우단지’라고 적혀 있고 늘어 선 숯불구이집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죽어 간 소들이 생각나서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해졌습니다.



아직도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 땅에서 또는 물에서 사는 동물을 죽여서 만든 고기를 먹어야 잘 먹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잔치, 제사, 생일, 명절 등등... 그런데 기쁨을 배로 나누고 슬픔을 반으로 나누며 서로를 축하해주고 위로해 주는 그 자리에 다른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건 우리가 나누는 사랑을 퇴색시키고 우리와 관계 맺은 이들 간의 토막난 사랑으로 머물게 하는 게 아닐는지...




<현미떡케이크>


재료; 현미가루 500g, 죽염 1t, 사과 1개, 계피가루, 호두 5알


1. 불려서 빻은 현미가루를 준비한다.
2. 사과를 반으로 나누어 단맛을 내는 데 쓰일 반 개는 강판이나 믹서기에 갈고, 단맛도 내고 고명 장식으로도 쓰일 나머지 반은 납작하게 편으로 썰어서 냄비에 졸인다.
3. 통호두의 껍질을 벗겨서 고명장식으로 쓸 호두 반쪽은 남기고, 나머지는 절구에 빻는다.
4. 현미가루에 죽염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계피가루를 솔솔 뿌리고, 졸인 사과를 넣고 손으로 알맞게 비벼 구멍이 2~3센티미터 크기로 엮인 체에 내린다.
5. 4의 재료에 찧은 호두를 골고루 섞는다.
6. 찜기에 면보나 종이호일을 깔고 5의 재료를 골고루 담고서 졸인 사과편을 반 정도 깔아 주고, 그 위에 나머지 현미가루를 다시 뿌리고 호두조각과 남은 사과편으로 장식한다.
7. 김이 오른 찜솥 위에 찜기를 얹고 20~25분 정도 찐 후에 불을 끄고 조금 더 뜸을 들인다.
8. 그릇에 예쁘게 담아낸다.




<두부채소구이>


재료; 두부 1모
파프리카, 가지, 피망 각각 1개씩, 소금과 기름 약간
토마토 케찹이나 토마토 소스(농축토마토에 죽염, 간장, 감식초, 조청, 바질을 넣고 졸임)


1. 두부를 1센티 정도 두께로 납작하게 썰어서 소금을 조금 뿌려두었다가 배어나오는 물기를 면보로 닦아낸다.
2. 두부, 피망, 가지, 파프리카를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억새나 나무꽂이에 두부와 가지, 피망, 파프리카를 번갈아 가며 꽂는다. (일반가게에 나무꽂이는 방부제 처리가 되어 있어 독약과 같다고 하니 친환경매장의 억새꽂이를 쓰는 게 좋다)
4.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3의 꼬지를 두부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앞뒤로 구워낸다.
5. 꼬치에 토마토케찹이나 소스를 곁들여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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