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젤로 생각나는 울산의 민속주점은? 파전에 막걸리가 일품인 성남동의 ‘이사부’를 먼저 꼽겠다. 단언컨대 이 집은 울산에서 가장 운치 있는 막걸리집이다. 벽에 가득한 손님들의 낙서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비 오는 날은 자칫하면 자리가 없다는 점 명심하시길~.
이집의 분위기 메이커는 오래된 골동품 스피커 두 짝이다. 주인장 이모 말로는 수집상이 거액을 제시하며 탐내는 물건이란다. 필자는 자정 넘어 손님들이 다 빠져나갔을 때 가끔씩 노찾사 앨범을 틀어 듣곤 한다. 이 분위기기에 취하면 귀가 시간은 점점 늦춰진다.
가끔씩 찾지만 아직 이 집에서 싸움 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손님들도 품위 있지만 주인장 이모의 한결같은 ‘영도력’의 결과라 생각된다. 사실 이 집의 최고 명품은 할머니다. 주인장의 어머니로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중년의 딸을 돕고 있다. 안부를 묻는 손님들의 손을 꼭 잡으시는 할머니는 아직도 곱디곱다. 오래 오래 봤으면 좋겠다.
먼저 감자, 땅콩, 열무김치 등의 기본안주로 술 허기를 달래면 주문한 안주가 나온다. 빈대떡, 파전, 카레계란말이 등이 주 메뉴다. 제철 회무침, 두루치기 같은 주문 안주도 가능하다. 안주는 제철 재료와 신선도를 생명으로 여긴다. 주류로는 생탁, 소주, 청주 등이 있는데 특별히 금정산 막걸리도 떼놓았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 더 추가하면 홀 중앙에 손님들이 맘대로 퍼 먹을 수 있는 밥통이 다. 뚜껑을 열면 밤, 대추, 각종 잡곡을 섞은 영양밥이 가득하다. 진정한 술꾼은 술시에 밥을 먹지 않지만 필자처럼 급이 쪼금 떨어지는 술꾼들은 이를 자주 애용한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