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평화밥상] 어느 여름날 저녁에 마주한 밥상

이영미 평화밥상 안내자 / 기사승인 : 2015-09-08 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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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구이와 단호박 샐러드



장마 기간 동안에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더니 푹푹 찌는 듯한 더운 날씨가 이어졌죠. 꼬박 10일 동안 폭염주의보가 휴대폰으로 날아오더니 말복을 하루 앞두고 날이 흐리고 선선한 기운마저 느껴졌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에 지쳐 갈 무렵 찾아온 휴식 같은 날씨라 텃밭에 예쁘게 자란 보라색 가지, 빨간 토마토, 초록 풋고추를 누군가와 같이 꼭?나눠 먹고 싶어졌습니다.



나물반찬 풀반찬을 잘 먹는 10살, 8살 두 조카가 있는 큰 남동생네가 생각나서 올케에게 전화하니 마침 얼마 전에 결혼한 작은 남동생네랑 저녁식사 약속을 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울산 하늘 아래 살지만 자주 못 만나는 두 동생네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시골에서 같이 나고 자랐고 부모님께서 채소반찬을 잘 해 주셨기에 채식 위주의 시골밥상을 좋아는 하지만?두 동생네에게 순수 채식을 하는 누나는 좀 별나게 생각될 겁니다.



텃밭에서 가지, 토마토, 풋고추, 케일을 따서 나오는데 저만치서 반가운 게 보였습니다. 오크라! 안동 들풀님 댁에서 씨 받아 모종 옮긴 것 중에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있어서 아욱은 아니고 뭘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열매가 맺혔어요. 고추랑 닮았긴 하지만 자세히?보면 다른데 고추처럼 생으로 먹기도 하고 요리조리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데 가로로 자르면 별 모양이 참 예뻐서 꼭 가로로 잘라서 요리하고 싶어지지요.



집에 있는 막내랑 같이 밥상 준비를 했습니다. 현미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이고, 쇠비름나물을 무치고, 가지, 호박, 오크라, 당근 등을 굽고, 쪄낸 가지를 찢어서 무치고, 소금물을 적당히 우려낸 꼬시래기를 무치고, 단호박 샐러드를 버무리고, 채소 샐러드에 넣을 토마토를 썰고, 현미쌀주물럭에 이런저런 채소를 넣어 볶고...



모깃불 피울 겸해서 나뭇가지로 불 지펴 버섯을 구워먹어도 좋을 것 같아서 올케에게 버섯과 부족한 쌈채소를 부탁했습니다.



햇님이 산 넘어 가시고 오랜만에 맞이한 선선한 여름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같은 부모님의 아들 딸이기에 집안의 대소사로 만나서 가끔씩 한솥밥을 같이 먹기는 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순수현미채식 밥상을 마주하기는 처음인 듯했습니다. 동생네 가족들은 시골부모님이 차려 주시는 시골밥상과는 다른 현미채식밥상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달걀밀가루옷을 입히지 않은 채소구이도 잘 먹고, 고기 대신 준비한 현미쌀주물럭도 잘 먹고, 사찰음식에도 가끔 들어가는 마요네즈가 들어가지 않은 단호박 샐러드도 잘 먹고, 나뭇가지로 지핀 불에 버섯을 구워 기름장에 찍어 먹을 때는 고기 먹고 난 뒤에 구워 먹는 버섯구이 맛이랑 달리 깔끔 담백하다고들 했습니다.



다 먹고 나서 솔직하게 고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나가 같이 먹자고 하니 오면서도 그렇고 그런 채소반찬이라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정말 감동받은 밥상이었다고, 몸이 가볍고 개운해진 것 같다고... 남편은 몇 년 전 집짓고 나서 친정식구들이 왔을 때 고기 구워 먹은 이후로 이 집에서는 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가 순수채식을 선언한 이후로 어느 여름 날 시부모님께서 아들 먹이려 가마솥에 고을 쇠뼈를 들고 오시기도 했고, 남편이 근력을 키우려 닭가슴살을 들고 온 적도 있었고, 명절 때 먹다 남은 생선을 개들 주려고 들고 온 적도 있었고, 막내가 학교에서 먹지 않은 우유를 개들 주려고 들고 온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체 동물성 먹을거리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람이나 개나 식물성음식으로 충분하고 부족하지 않다는 걸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공감하게 되었으니까요.



주로 밥상을 차리는 두 올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큰 올케와 이제 곧 아기 엄마가 될 작은 올케가 아이를 키우면서 또는 삶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채식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밥상1




평화밥상은 사람과 지구를 더불어 살리는 사랑과 평화의 순식물성 밥상입니다.





<단호박 샐러드>
재료; 단호박, 오이, 파프리카 또는 피망, 견과류, 죽염, 감식초
1. 단호박을 씻어서 반으로 잘라 씨만 발라내고 껍질째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김이 올라오는찜솥에 찐다.
2. 단호박을 찌는 동안 오이, 파프리카, 피망 등을 채썰어 다진다.
3. 10~15분 정도 지나서 젓가락을 찔러보아 젓가락이 들어가면 뚜껑을 열고 조금 있다가 꺼낸다.
4. 큰 그릇에 찐 단호박을 담고 나무주걱으로 으깨면서 죽염으로 간하고 감식초도 조금 넣어주면 좋다.
5. 다진 오이, 파프리카, 피망 등을 넣고
6. 호두, 땅콩, 대추, 잣 등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호두나 땅콩은 껍질째 보관하다가 사용하기 전에 겉껍질을 벗겨 알맞게 찧고, 대추는 씨를 발라내고 채썰거나 다진다.)
7. 삶은 감자를 으깨어서 같이 섞거나 삶은 옥수수 알을 까서 넣어도 좋다.
8. 접시에 담아 낼 때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포도알 등으로 장식하거나, 감자칩에 조금씩 한 숟갈씩 담아내어도 좋다.


<채소구이>
구이재료; 가지, 애호박, 오크라, 당근, 피망 등등의 열매채소와 뿌리채소
양념장 재료: 된장소스- 된장, 효소, 깨소금
기름장- 들기름이나 참기름, 깨소금, 죽염

1. 가지, 애호박, 오크라, 당근, 피망 등을 납작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불에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납작하게 썬 채소들을 뒤집어가며 구워낸다.
3. 된장소스(된장, 효소, 깨소금)나 기름장(참기름이나 들기름, 깨소금, 죽염)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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