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재난정책, 원점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0-11-11 0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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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난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위기는 평등하지 않기에 빈곤한 상황에 놓인 이들, 불완전한 조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을 더욱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아갔다.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가 코로나 시대에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무방비로 노출된 위기 앞에 여전히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울산시가 보여준 코로나19 재난정책은 소극적이고, 관성적이었다. 지난 상반기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보여준 울산시의 소극적 대응이 이를 말해준다. 울산시의 재난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재난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심화와 돌봄 공백사태, 비대면 시대 늘어나는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증가와 과로사, 플랫폼 노동의 증대와 취약계층의 생계 불안, 빈약한 공공의료 시스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갈 뿐이다. 급기야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대한 공포도 현실화하고 있다. 


방치할 수 없는 재난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위태롭기만 한 시민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가 나서서 방역과 재난지원의 역할을 비상하게 높여야만 한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는 두 차례의 토론회와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극복을 위해서 울산시를 비롯한 5개 구·군이 과감한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시민사회는 특히 울산지역이 공공의료가 취약하고, 방역 대응에 허술한 의료체계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울산의료원 설립을 중심에 두고, 감염병 대응 대책 전반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장 우선되는 과제로 코로나19 피해 실태 조사를 전면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2020년 우리 삶을 강타했던 코로나에 의해 어떻게 일상이 무너져 내렸는지, 누가 고통 속에서 힘겨워 하는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가 없으면 대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전면 조사에 근거해 재난에 대응하는 대책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울산시의 2021년 재난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거의 일상적으로 행하던 정책에 ‘재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다름없다. 일상이 무너지고 있고 서민들의 삶이 날로 퍽퍽해져가고 있지만 울산시의 재난정책은 밋밋하기만 하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울산시 재난정책은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삶의 방식과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에 맞는 결단이 요구된다. 


재난 시기의 제1과제는 재난 극복이다. 이를 위해서 방역과 재난지원 정책이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 성공적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는 퇴치했지만, 시민들의 삶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더욱 과감한 정책과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 것을 제1목표로 하는 정책 원칙, 예산편성 원칙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하다면 지방채 발행도 적극 검토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 빚을 내서라도 일단 위기를 넘기는 것이 순리다. 돈이 없다고 하소연할 때가 아니다.


더불어 울산광역시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의회는 2020년 행정감사를 통해 울산시의 재난정책을 견인하는 ‘코로나 행감’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이번 행감 만큼은 연례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 울산시도 울산시의회에서도 코로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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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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