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살아있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0-12-17 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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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티라노사우르스, 스피노사우르스, 벨로키랍토르. 공룡의 이름이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이다. 실제 이들은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난폭한 육식공룡들이다. 그들 중 티라노사우르스는 ‘폭군 도마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의 공룡 사랑은 남다르다. 사실 공룡은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실의 동물이 아니다. 화석으로 남아 오랜 옛날 거대한 그들이 지구를 주름잡았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하지만 부모와 같은 어른들에겐 이미 잊힌 오랜 이야기다. 그저 교과서에서 배운 게 다인 데다 그마저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대부분 상상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굳이 우리가 접했던 공룡이라고 한다면 ‘아기 공룡 둘리’ 정도가 아닐는지.


그런데 공룡이 우리 아이들의 상상 속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뭘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접한 영상매체나 아이들 책의 영향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채널에선 공룡에 얽힌 만화가 넘쳐난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접근하진 않는다. 다소 과학적인 사실과 다르게 가공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두고 옳다 그르다 말할 순 없다. 다만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현실에서 아파트만 한 공룡을 만날 순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공룡을 매일 상상하고 그리고 현실로 받아들인다. 나는 이것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공룡이 우리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기가 아마도 젖을 떼고 난 후가 아닐까 싶다. 그 시기에 아이 엄마가 아이랑 도서관에 다녀올 때면 대여도서의 대부분이 공룡에 관한 책일 정도였다. 다수의 책은 큰 그림이 많아 아이의 시선을 끈다. ‘공룡의 맛’을 본 아이는 매일 반복해서 읽는다. 아이는 금방 공룡의 이름과 특징을 스펀지마냥 빨아들인다. 아이는 갈리미무스처럼 꼬리가 긴 공룡은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하고 방향 전환이 빠르다는 걸 안다. 트로오돈처럼 머리에 비해 뇌가 큰 공룡은 똑똑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트리케라톱스처럼 초식공룡들도 사나운 육식공룡을 만나면 자신의 무기(뿔)로 저항한다는 걸 안다.


아이 덕분에 나 역시 꽤 많은 공룡의 이름을 외운다. 아이와 ‘이름 대기’ 대결을 해도 지지 않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공룡에 관한 세세한 정보까지도 안다. 잠들기 전 아이에게 공룡에 관한 책을 읽어주다 보니 어설프나마 나 역시 공룡 박사가 돼 있었다. 내게도 잊고 있었던 공부본능이 살아난 것일까?


공룡이 다시 내 머리와 내 마음을 움직일 줄은 몰랐다. 아이의 남다른 상상을 보면서 지금껏 더 이상 상상하거나 꿈꾸지 않는 나를 보았다. 물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은 그동안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서 상상하기를 멈췄다. 아이 덕에 모처럼 아이마냥 공룡이 현실 세계에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했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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