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우려스러운 행보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0-12-09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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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검찰개혁의 본질보다는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만이 초미의 관심사다. 추-윤 갈등의 본질은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에 맞서서 수십 년 동안 누려왔던 권력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저항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정권들은 많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역사가 없었기에 검찰은 이번에도 완강히 버티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는 조직을 지켜내겠다는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서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그 흔한 그럴듯한 명분조차 내걸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언론 역시 애초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검찰개혁에 대한 보도는 뒤로한 채 싸움만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심각하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과는 별개로 검찰개혁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 검경수사권의 경우 법률 제16908호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 및 법률 제16924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의 시행일에 관한 규정이 2020년 10월 7일 공포됨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의 시행이 확정된 것이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수사권 조정은 시작됐으며, 당장 며칠 후부터는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검찰개혁이든 검경수사권 조정이든 시민의 입장에서는 수사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려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경찰은 스스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수사와 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이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처럼 단순하게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수사권 조정을 통한 권력 나눠먹기는 검찰에서 경찰로 이름만 바뀐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실상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보이듯 경찰에 대한 불신은 깊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았던 역사가 검찰이나 경찰이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법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에 대한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데 현행 제도에는 이러한 것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매우 열악하기만 하다.


이미 경찰은 방대한 경찰력을 통해 막강한 정보력을 갖고 있으며, 경비와 보완 등 광범위한 범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수사권 조정 이후 더욱 비대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정보경찰 폐지를 주장했다. 수사권과 정보수집의 권한이 분리돼야 하며,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도개혁을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수사권 조정에 목마른 경찰은 수사기관을 경찰청 산하가 아닌 독립기관인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고 무분별한 인권침해 수사를 감시하고 견제할 인권특별보좌관직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정보경찰 인원을 11.3% 축소하고 업무도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화답했다.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을 제정하고 ‘경찰관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심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했다. 정보경찰의 역할을 ‘공공 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제한하겠다고까지 밝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비대해지는 경찰권력을 제어할 민주적 통제장치를 강화하지 않은 채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약속만 거듭하는 경찰이 못 미더운 대목이다. 어떠한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예규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이하 ‘우범자 규칙’)의 개정안을 마련해 경찰위원회 회의에 상정하는 등 정보경찰의 강화를 꾀하고 있어 인권단체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우범자 규칙’ 개정안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예규의 명칭을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 등에 대한 정보수집에 관한 규칙’으로 변경하고, 예규의 목적을 ‘전과자 또는 조직폭력배들로서 그 성격 또는 환경으로 보아 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범죄관련성 여부에 관한 첩보를 수집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을 방지하며, 수집된 첩보를 통해 수사 자료로 활용함’에서 ‘재범 방지를 위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복귀를 도모함’으로 변경했다. 정보수집 대상을 ‘우범자’에서 살인・방화・약취유인・총기제조 및 이용범죄, 강도・절도・마약류 범죄, 폭파협박 범죄, 조직폭력 범죄 등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 등’으로 하고, 3년 초과 실형 후 출소자는 5년, 3년 이하 실형 후 출소자는 3년인 정보수집 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범자 규칙’이 법률의 근거 없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우범자라는 이유로 사생활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우범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지금의 경찰은 인권단체들이 경찰개혁의 핵심이라 요구한 수사 권한과 정보수집 권한의 분할을 위해 정보경찰의 폐지를 주장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경찰의 행보가 진정 우려스럽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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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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