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작동되는 민간거버넌스,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해야 가능하다”

조강래 인턴 / 기사승인 : 2021-10-20 0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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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을

이선영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활동가
▲ 이선영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활동가 ©조강래 인턴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최근에 사람들에게 마을교사라고 소개를 먼저 한다. 상북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학생들, 동네 어른들과 함께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안내하는 일이다. 농사와 관계된 일로 방과후수업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Q. 그동안 진행해왔던 마을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면서 소호마을과 관계하기 시작했다.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소호마을이 참 좋았다. 농사 체험, 먹을거리 체험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농사와 귀농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환경운동연합 일을 그만 두면서 부산에 귀농학교 넉 달 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소호로 들어와야겠다 결심했다. 때마침 2010년에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작은 학교가 소호에 있고 학생도 별로 없으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마을 안에서 활동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소호분교로 아이를 입학시켰다. 그렇게 삶의 근거지를 시내에서 산촌으로 옮기게 됐다. 


늘 깃발을 꽂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숲학교 교사, 마을 활동 기획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동아리.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했다. ‘손수다’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2010년부터 소호마을에 10명의 엄마들이 수요일마다 모여 밥 먹고 바느질하던 모임이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주부 중창단을 만들어 기존 노래를 연습해서 녹음도 하고, 잔치 때 공연도 하고, 울주문화예술회관에가서 공연도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귀촌자들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도서관 살방살방 공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 어른 다 모여서 마을 밥상을 나눈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의 공연, 뽀글이 아저씨의 시 그런 다양한 것들이 공유되는 자리였다. 자연스럽게 밥상에서 같이 슬퍼하고 위로하고, 서로의 안부를 알게 되고 안녕을 걱정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2014년부터 마을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일, 산촌유학 농가 부모 일을 4~5년 정도 하게 됐다. 2018년까지 아이들을 돌보다가 2019년부터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했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마을 활동을 하기 직전까지 건강한 먹을거리, 마을 분들을 체험 활동의 주체로 세우는 일들을 했다.

 

Q. 소호마을 외에 상북지역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상북마을교육동체 ‘판’에서 활동하는 한 분의 제안으로 마구마구펀펀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아이들과 조우하는 것에 익숙했던 내가 상북지역 아이들에게 멘토와 조력자 역할을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멘토로 활동하게 됐다. 판 활동은 상북중 공립화, 마을 안에서 지속가능한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판 활동을 하면서 상북지역으로 시야가 넓어지게 됐다. 판을 알게 되다 보니 판의 활동 방향 중심과 전망을 어디로 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달마다 모여서 책 읽기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마을교육공동체와 관련한 토론과 모임을 제안하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과 활동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상북 마을 한바퀴라는 활동으로 매월 상북에 있는 여러 마을을 찾아가서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같이하고 마을의 이야기를 듣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땡땡마을 마을 교사나 교육자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공간이 없어 헤매던 시절들이 있었다. 땡땡마을 거점센터가 2020년에 만들어졌다. 안정적으로 활동할 장소가 생긴 장점도 있지만 어려움도 존재한다. 장소가 없을 때 마을에서 되던 일들이 거점센터가 있어서 안 되는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거점센터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면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농사 교실을 하면서 마을 활동을 하게 될 때는 진짜 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서 농사의 경험을 옮겨주고 싶은데 마을 교사로 계약이 체결된 나만 아이들과 교감하고 가르칠 수 있었다. 꼭 필요하고 좋은 교육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상북중 방과후 교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교와 협력을 몇 년째 이어오다 보니 다행히 협의가 돼서 마을 바깥으로 나가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스럽게 할 수 있는 사례들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 좋은 성과들로 사례가 만들어지면 그 이상을 뛰어넘는 밑거름이 될 거다. 


행정에서는 겪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뛰어넘기 위해 분쟁이나 거스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성과들이 쌓여 넘어서지 못하던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Q. 이야기를 들어보니 협력이 키워드인 것 같다. 시민과 행정이 협력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면?


행정기관이 행정 중심성에서 벗어나 시민 관점으로 변화하는 것은 엄청 오래 걸리더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감당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것 같다.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에서 일하는 건 행정기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행정이 움직이는 생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민간단위 활동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관점의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민관거버넌스는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참여하는 민이 주체의 일원으로 결정하고 수행의 주체로 여겨져야 한다. 정책은 관이 만들고, 민은 혜택받으면 된다는 관점으로 거버넌스가 추진돼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관점이 서지 않으면 주민은 대상화될 수밖에 없다. 계획을 세워놓고 주민에게 의견만 수렴하는 방식은 주민을 주체화시킬 수 없고 주민들의 자기 구상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민관이 함께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의 위상과 역할의 체계를 잘 세워놓은 것이 중요하다. 그 기반 위에서 함께 논의의 의제들을 만들어보고, 토론도 해보고, 부족하고 고민이 안 될 때는 누군가를 불러와서 들어보면서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고민을 키워가야 한다. 건강한 체계와 기반 위에 행정과 시민이 모여서 같이 정책을 고민하고 세워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친다면 앞선 정책이 나올 수 있다.

 

Q. 울주군 마을공동체 거버넌스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나 과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을 밖으로 나와서 마을의 이야기를 넘어 울주군을 테두리로 사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그럼에도 동등한 입장에서 민관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조직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 아직은 그만큼의 위상과 역할과 자리가 주어지지 않은 채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다. 일시적인 논의로 휘발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은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참여하는 주체들의 역량과 경험과 논의 정도가 많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너무 앞선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들이 있어 어려움이 존재한다.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가치나 해보고자 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해보는 과정 속에서 정책과 방향이 세워져야 한다. 그래야 참여한 주체들이 내년에도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해 무언가 마을에서 구현하려는 당사자들이 엄청 소중하다. 마을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들과 밀접하게 이야기 나눠야 한다. 끊임없이 민과 함께하기 위한 행정의 시도는 귀하다고 생각한다. 거버넌스 모임이 자기 삶과 공동체에 자양분이 되는 것이 느껴지면 마을 활동가들이 거버넌스 모임이 꼭 필요하다는 자기 절실함이 생기기 시작할 수 있다. 그때 진짜 거버넌스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Q. 마지막으로 마을 주민, 시민 당사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 달라.

 

일상의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고민하다 보면 맥락이 일치하는 것 같다. 혼자 큰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도모하는 속에서 다른 사람이 함께 힘있게 해나가는 것이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래야 사회가 변화하고 터전이 변화한다. 그 변화 속에서 발전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중요한 화두다. 


조강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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