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규격화될 것인가? 심지어 초라해질 것인가?

신정훈 화담하다 플랜츠 실장 / 기사승인 : 2021-10-18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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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집에서 빚어낸 술을 뜻하는 ‘가양주’. 가양주는 오랫동안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했다. 집안의 손맛과 지역의 물맛이 만나 무수히 탄생한 우리의 맛. 하지만 한민족의 문화를 투영하는 가양주는 일제강점 당시 더 많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주세령과 밀주 제조 단속 강화로 많은 제조법이 사라졌다. 일제는 모든 주류를 규격화시키고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를 곡물을 남용하는 사치스러운 행위로 만들고 값싼 작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증류주와 발효주를 마시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우리의 다양한 전통은 규격화된 시대에 사라졌다.


‘온라인화,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하기 위해, 효율과 능률의 이름으로 표준화와 규격화를 진행한다. 정량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감성적 표현보다 효율과 능률을 위한 수치적 결과가 우선 될 수밖에 없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결정이 곧 삶의 표준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규격에 맞춰지고 있다. 


여행부터 식당, 선물까지 모두가 공식처럼 움직이는 세상. 활동의 과정과 개인만의 취향보다 행위의 결과와 속해진 그룹, 브랜드가 우선되는 안타까움. 더 좋은 것이 있는데 왜 그것을 했냐며 우열을 가리고 획일화하는 모습은 일제강점이 떠오른다. 열 명이 있다면 열 명의 색채와 열 명의 감성이 있거늘. 왜 본인의 감성을 외면하고 주입된 감성을 외우려 할까.


우리는 규격화될 것인가? 심지어 초라해질 것인가? 어울리는 사람들,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감성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음역이 낮아도 자신만의 음색으로 사랑받는 가수도 많으며 132cm의 단신이지만 발성과 연기력을 다진 끝에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도 있다. 비교하고 초라해지는 시간에 나만의 강점과 색채를 고민하고 연구한 사람들의 멋진 모습이다.


‘특이한 게 아니고 당연한 거예요. 같은 게 어딨나요?’ 청년 주조사로 활동하는 ‘성민도가’의 김성민 대표. 사라진 우리의 가양주 문화를 되살리고 싶어 하는 울산 청년이다. 첨가물이 아닌 발효 곡물의 단맛, 지역별로 다른 물맛과 재료의 조화는 커피와 와인만큼 다양하고 매력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의 주조기술과 울산의 물맛 그리고 문화를 담아낸 활동으로 어느덧 지역 청년들 사이에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자랑하는 술은 조선의 명주 ‘동정춘’.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잊을 수 없었던 깊은 맛을 나누고 싶어 몇 달을 빚었다고 한다. 


직접 빚은 술을 울산의 청년들과 시음하던 날. 행사의 끝에 그가 말했다. “옛날, 집마다 술맛은 달랐습니다. 신맛이 강해 깔끔한 술, 진한 곡물의 맛에 잔향이 깊은 술. 술맛이 다른 만큼 입맛도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술맛을 평가하지 않았으며 우열을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기분 따라 상황 따라 즐길 수 있는 다양함이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색을 가지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같은 생각, 같은 옷 입으면 재미없잖아요? SNS 말고 거울 속 나만의 멋을 보세요!”
감성에 우열은 없고 삶에 정답은 없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순간에 ‘정답’이라 불리는 규격에 맞춰 움직이지 말자. 과감히 그리고 완전히 자신과의 시간을 느껴보길 바란다. 처음부터 나만의 감성이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모습을 모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나의 장단점, ‘나라면 어떻게 선택했을까?’ 자신을 분석하고 문답도 해보길 바란다. 이 과정 속 자신만의 감성과 아름다움이 더욱 찬란해질 거라 확신한다. 깊고 다채로웠던 가양주의 맛처럼 청년들의 모습이 자신만의 색채로 풍요롭게 세상을 빛내길 바란다. 


신정훈 화담하다 플랜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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