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 당황의 반복. 우리가 손 내밀자

신정훈 대동울지도 팀장 / 기사승인 : 2021-07-26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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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숫자를 입력하신 후 ‘샵 또는 우물 정’ 자를 눌러주세요.”


직접 가지 않고 집 전화로 간편히 물건을 사고 돈도 송금할 수 있다니. 줄을 서서 전표를 쓰던 20년 전에는 정말 혁신이 아니던가. 그 혁신을 요청 후 마감하는 일. 유선전화 맨 오른쪽 아래의 ‘#’ 버튼, 샵 버튼 또는 ‘우물 정’ 자를 누르는 일이다. 다른 버튼을 눌러 결제나 송금이 오류가 나지 않도록, 불편하지 않도록 친절히 그리고 반복해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준다. 정말 친절한 안내. 때론 너무 길어 ‘#’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다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음성까지 들려오는 첫 줄의 추억의 문장. PC와 모바일이 익숙한 세대에게 근현대사라지만 나에겐 배려를 배운 시간이었다.

새로움이 익숙한 세대


대면이 힘들어진 시간이 길어지니 우리는 재택근무, 택배거래, 무인점포가 익숙해졌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고 새로운 점포에 키오스크가 없는 곳이 드물다. 꾸준히 새 기계를 접하는 우리 세대는 몇 번의 터치로 기계를 파악한다. 식당, 카페, 마트. 점포마다 다른 모양, 환경에도 당황치 않는다. 메뉴를 선택하고 옵션을 추가하며 나만의 결제방식을 찾아 주문을 완료한다. IC카드, 바코드, 인앱결제. 다양한 방식도 금방 적응한다.

‘순두부 2개요!’


짧지만 확실했던 주문요청, 이제는 달라졌다. 포장과 매장식사를 고르고 내가 원하는 메뉴를 찾아야 한다. 메뉴에 따른 추가메뉴, 구성변경을 확인하고 메뉴 수를 확인 후 담아둔다. 필요한 다른 것들을 위해 키오크스의 메뉴를 찾아야 한다. 모두 담고 결제창을 넘어가면 인앱결제, 페이결제, 실물카드, 기프티콘, 포인트 적립과 사용, 추가 할인 등 여러 가지 버튼이 보인다. 여기까지만 와도 정말 다행이다. 그전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식당은 메뉴와 옵션이 다양하고 분할 시스템을 사용해 화면이 분리돼 있다. 여러 번 동작을 통해 완전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 동작 속도가 느려 버벅대기 일쑤이고 화면이 멈추기도 한다. 선택지도 많아 혼란스럽다. 메뉴별 설명이 있지만 짧거나 생략된 예도 있다. 한 화면에 가득한 다양한 선택지가 누군가에게 선택의 즐거움이지만 혼란한 정보의 늪이기도 하다. 밀려드는 낯선 정보와 화면구성, 주문을 기다리는 뒷사람들, 저마다 다른 결제 타입과 카드삽입 위치. 누구든 처음에 어렵고 익숙해지면 쉽다는데 처음부터 쉽게 쓸 수 있게 만들면 안 될까.

‘정전기 방지 패드에 손을 올려주세요’


셀프주유소 키오스크의 특징은 직관적이고 확실하다. 기계의 반응도 빠르다. 단계별로 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판단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선택지도 큰 글씨로 아이콘과 함께 있다. 주유와 달리 상품이 어마어마한 곳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이렇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셀프주유소 키오스크에서 내가 배운 건 화면별로 뭘 할 수 있는지 음성으로 안내하기, 화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알려주기. 문제가 있다면 다시 시작한다는 안내나 직원을 호출해달라는 안내와 반짝이는 호출버튼. 그 결과 셀프주유소에서 익숙하게 주유하는 부모님 세대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하지만 이용자를 생각하고 배려한 키오스크 프로그래밍 덕이다.

디지털 전환, 효율성 추구,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회


키오스크를 예로 든 우리 사회의 변화.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모습. 하지만 우리와 반대인 세대가 있고 환경의 변화가 버거운 세대가 있다.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를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민망해 숨기는 세대에게 우리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한 곳에 모든 것을 담거나 깔끔하고 무심한 것이 미덕이라며 생략과 압축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상을 하나씩 하나씩 잘 배우도록, 시기와 상황에 맞춰 우리에게 알려주고 도움을 준 세대에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만들어갈 능력을 만들어준 그대들의 어른들을 위한 배려를 고민해보자.


신정훈 대동울지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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