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성’이 묻는다. 당신은 핵발전소로부터 자유로운가?

이동고 / 기사승인 : 2019-12-18 22: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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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만든 ‘월성’ 영화를 보고 나서
▲ CGV 진장관에서 영화 ‘월성’ 상영이 끝나고, 황분희 할머니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사린가스와 방사능이 같은 점

누구나 전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 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일상적으로 전기로 유지되는 냉장고가 있고 언제나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온다. 밤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야경의 불빛들은 모든 진실을 감춘 채 밤마다 환상적인 풍경으로 반짝인다. 306km 떨어진 아주 평온한 한강변, 그 편안한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선을 따라 그 생산지를 쫓아 화면은 내달리고 마침내 거대한 철탑과 핵발전소 돔이 나온다.

사린가스와 방사능이 같은 점은 무엇일까? 바로 무색·무취이지만 그 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일본 지하철에 살포한 사린가스 피해가 큰 이유기도 하다. 자신이 늘상 피해를 입고 있어도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원인을 밝혀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그 무색무취의 독성을 뿜어내는 시설이 국가보안시설이라면 어떨까? 특히 핵발전소는 전력시설로서 가장 보안등급이 높은 ‘가’군에 속한다. 이러니 바로 눈앞에 핵발전소가 보여도 경계벽이 서 있어 위험범위 0.97km 바깥 밖에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특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바로 월성핵발전소 이야기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한수원은 방사성폐기물을 야산 등에 불법매립했거나, 방사성폐기물이 누출돼 토양으로 스며들거나 해양으로 누출된 사례 등이 있고, 한수원이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례, 허위보고 등 30여 건 이상의 사례가 있다. 그 이상의 일이 있어도 근처에 생활하는 주민들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월성핵발전소 옆 황분희 할머니

현대중공업을 퇴직한 남편과 전원생활을 꿈꾸며 월성핵발전소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살아왔던 황분희 할머니는 월성핵발전소가 지척에 보이는 곳에서 손주 2명과 함께 3대가 살아가고 있다. 전원생활 꿈을 실현했다는 행복감에 옆에 발전소가 있다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간혹 밤에 원자로 근처에서 버섯구름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을 봤을 때도 ‘아름다운 광경이다’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황분희 할머니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알고 보니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집하는 해녀 등 주변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갑상선암에 다 걸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풍부한 지하수는 삼중수소에 오염됐다는 결과를 통보받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들어오고 난 뒤부터 동네에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황분희 할머니가 깨어나게 된 것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였다. 그 전에는 그냥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근방에 있다는 생각으로 별 걱정 없이 살아왔다. 그 사건 이후 핵발전소 돔은 공포와 불안의 풍경으로 변한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사람들은 핵에너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됐지만 월성핵발전소 주변 상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도시에 나가 살던 자식들은 잘 찾지 않고 자신이 살던 주택과 땅을 팔고 가려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수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집과 땅을 매입하고 이주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월성핵발전소 정문 입구에서 몇 년째 하고 있지만 한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황분희 할머니와 같이 싸우는 주민들은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매일 싸움에 나서는 일도 힘들지만 다수 지역주민은 긁어 부스럼을 일으킨다며 이들의 활동을 비난한다. 자꾸 방사능인 삼중수소나 갑상선암을 거론하면 지역의 땅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주시내보다 더 가까운 울산 북구

월성핵발전소는 경주에 있지만 경주시내보다는 울산 북구에 더 가깝다. 울산북구청은 월성핵발전소로부터 고작 17km 떨어져 있다. 경주시내가 26km니 울산 북구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2016년 2월 울산시 강동에서 화봉동까지 북구 주민들과 언양, 두서 등 원거리 주민들을 거리별, 나이별로 구분해 신고리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 15명의 뇨시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울산시 북구 12명 샘플의 66.7%인 8명의 뇨시료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 평균 검출량이 2.13Bq/L로 2015년 경주 시내 검출률인 18.4%보다 월등히 높은 검출률을 보였다. 핵 방사능의 위험도를 단순히 행정구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였다.

이제 북구주민으로 이뤄진 탈핵단체는 자주 이곳 월성핵발전소 천막농성장을 찾는다. 황분희 할머니와 이주대책위, 경주환경연합 활동가들이 가장 힘을 받는 것은 이들의 지지 방문이다. 간혹 멀리 서울에서 학생들이 찾아온다. 바로 성미산 대안학교 학생들이다.
외로이 싸우고 있던 월성주민들은 지지 방문으로 힘을 얻는다. 이제 다 아는 문제지만 월성핵발전소가 있는 나아리에 중저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이 있고 이젠 더 골칫덩이인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인데도 영구처분장을 수십 년째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해 사용후핵연료를 쌓아 두려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핵발전 방향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체적은 전체 방사능페기물의 0.2%에 불과하지만 방사능은 95%나 차지하는 무서운 물질이고 안전하게 보관할 대책이 없다. 월성핵발전소가 은근슬쩍 영구처분장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년 가까이 소송 중인 균도네 가족

고리원전에서 7.6km 위치에 거주하는 균도네 가족. 아버지는 직장암에 걸렸고 균도는 선천성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이다. 이들은 자신의 병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고리핵발전소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여겨 소송을 해 2014년 10월 이 사건 1심에서는 승소했다. 재판부가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발병한 갑상선암에 대해 원전의 책임이 있다며 원전과 인근 주민의 암 발병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1심 판결은 균도네 가족의 일부 승소로 귀결됐는데 직장암에 걸린 이 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균도 씨에 대해서는 “직장암과 자폐증이 방사선 노출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없다”는 사유로 기각했다. 양측 모두 항소했고, 항소심이 오래 이어지다 4년 8개월 만에 판결이 또 뒤집혔다.

영화 속에서 법정을 나오는 방청객들은 “돈이 역시 좋구나”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판결은 아주 중요한 판결이었다. 원전 반경 10km 이내에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하거나 근무한 주민들 중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618명의 주민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먼저 진행하고 있는 균도네 가족 판결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1심 판결을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618명 주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소송은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원고인 수가 총 2882명에 이르는, 국내 원전 방사능 피해 관련 손해배상소송 사상 최대 규모다. 균도네 가족은 굴하지 않고 3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월성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자신이 살던 터를 떠날 수도 없고 살아야 할 운명이라 생각할 때 그 운명을 끌어 않을 수 있었다.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과 같이 어려움을 나누면서 서로 끌어안는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핵마피아가 쌓아올린 궁궐 ‘월성’

바로 옆이 핵발전소인 황분희 할머니는 농사를 지어 만든 옥수수를 삶아 먹고 호박으로 전을 부쳐 먹는다. 손자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봄이면 산수유나무 꽃이 노랗게 피어나고 벚꽃들이 환하게 핀다. 이 아름다운 자기 땅을 놔두고 그냥 도망갈 수 없다. 누구든 자신이 오래 살아온 고향을 등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계와 생활과 이웃이 모두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월성’은 경주시내 인왕동에 있는 신라의 궁궐터 이름이다.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경주 핵발전소 이름을 월성이라고 붙인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다. 지금 월성핵발전소가 들어선 곳은 원래 장아, 모포, 송하 세 개 마을이 있던 곳이었다. 장아(長阿)라는 마을은 석탈해 왕이 장성하기까지 자라던 언덕이라는 유서 깊은 마을인데도 핵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헐렸다. 모포 마을은 보리밭이 많고 앞은 포구가 있으며, 마을 뒤에 작은 고개가 있어 보리개라고 불렀는데 사라졌다. 송하마을은 소나무가 많았고 소나무밭 아래 마을이 있어 솔밭, 송알, 송하라고 불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월성핵발전소 해안가는 철조망을 없애 담장 하나를 경계로 핵발전소 가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동고 기자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은 농사도 잘되고 해산물도 풍부한 천국 같은 곳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핵발전소가 들어오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곳을 ‘월성’이라 이름을 붙인 것은 핵마피아가 쌓아 올린 자신들만의 궁궐이란 뜻인지 모르겠다. 월성핵발전소 안에는, 핵마피아들이 가장 안전하고 값싼 발전방식이라는 거짓말로 부를 쌓는 동안 감당하지 못해 방치된 쓰레기로 가득하고 월성 밖 주민사람들은 병들고 죽어가고 있었다.


나라 면적이 좁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월성핵발전소 등 모든 핵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월성주민의 고통은 우리 모두를 대신하는 조금 앞선 경고의 고통이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핵발전소 사고라도 나면 국토도 좁은데 오염지역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살 것인가? 이미 포화상태인대도 자꾸만 핵발전소 가동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또 어찌 할 것인가? 영화 월성은 이 이야기가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들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어린이를 데리고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아 희망을 가져본다. 기회를 만들어 꼭 ‘월성’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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