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닷가의 생태계 서비스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네트워크 / 기사승인 : 2020-10-27 22: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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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 / 울산연안 지역역량강화사업

바다에서 본다-울산연안 생태문화 에세이

울산은 남해에서 동해로 힘차게 올라가는 해류를 따라 곶과 만이 반복해서 이어지는 해안선을 갖고 있다. 고대 국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도 당시에는 큰 항구가 자리 잡았던 울산 바닷가에는 여전히 국가항이 그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산업에서 미미한 비중이지만 여전히 근해를 누비는 어선과 함께 연안의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어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송이 발달할 모래해변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의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울산 바닷가의 생태적인 특징들을 이렇게 하나씩 언급하다 보면 우리가 받는 혜택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를 두고 최근에는 “생태계 서비스(ecological service)”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서비스’란 말이 ‘생태계’라고 하는 단어와 결합하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서비스’는 경제학에서 ‘물질적 재화 이외의 생산이나 소비에 관련한 모든 경제활동’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일하는 행위의 대부분은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여기에 자연의 유기물과 무기물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인 활동과 관계를 일컫는 ‘생태계’가 앞에 붙으면 ‘생태계 서비스’는 생태계로부터 우리가 받는 물질적 재화 이외의 모든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OO을 서비스로 받았다’라고 흔히 쓰듯이 ‘생태계 서비스’는 우리가 생태계를 통해 무엇을 받을 때 사용한다. 그리고 서비스란 말이 그러하듯이 대개 ‘공짜’ 혹은 그에 가까운 무엇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회야강 상류, 투망

그런데 생태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말 공짜일까? ‘공짜’라는 말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돈이 거래되지 않는다고 그 값어치가 ‘0’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생태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에 값이 매겨져 있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깊이 파고 연구한 학자들이 1997년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저널인 <네이쳐(Nature)>지에 게재한 논문이 ‘전 세계 생태계 서비스와 자연자본의 가치(The value of the world’s ecosystem services and natural capital)’다. 이 보고서에서 갯벌이 잘 발달한 강 기수역의 가치는 1헥타르당 2만2832달러(한화로 1800만원, 1994년 환율기준), 해조군락이 발달한 천해의 가치는 1헥타르당 1만9004달러(한화로 1498만원, 1994년 환율기준)였다. 대륙붕이 발달한 연안역 전체까지 포함한 바다로 환산하면 계산에 포함되는 전체 바다의 면적이 증가하는 관계로 1헥타르당 4052달러(한화로 320만 원, 1994년 환율기준) 수준으로 그 값이 떨어진다. 숲의 생태계 서비스는 969달러 정도라니 연근해 바다의 가치는 숲의 4배 이상 값어치의 서비스를 해마다 제공하는 황금알인 셈이다. 이 학자들이 2007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보정한 결과 당시의 생태계 서비스는 더욱 상승해 연근해 바다의 생태계 서비스는 5592달러였고, 2011년 새롭게 연구된 결과들이 포함되어 재평가하면 8944달러(한화로 837만 원, 2007년 환율기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새롭게 연구된 결과로 과거의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하면 1.6배 이상 그 값어치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만큼 자연 생태계의 서비스 제공 능력이 반감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짜인 것 같으나 시간이 지나 사라진 자연의 생태계 서비스는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재화와 비슷한 성질의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한마디로 자연으로부터 우리가 받는 혜택은 유한한 자원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가 반성하고 깊이 고민해야 할 점을 알게 된다. 바다로부터 우리가 얻는 서비스 중에서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 즉 돈으로 거래가 되는 양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는 혜택의 4분의 1에 대해서만 경제적 활동, 즉 국민순생산(GNP)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마저도 자연에 직접 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거래한 결과이니 우리가 자연에 진 빚은 엄청난 셈이다. 


그렇다면 울산 바닷가에서 우리가 받는 생태계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과거와 비교해 우리가 잃어버린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연안매립과 개발로 사라진 갯벌과 바닷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서비스는 재난예방, 영양염 순환, 오염정화, 생물서식처 제공, 식량 제공, 원료물질 제공, 여가생활과 문화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우리가 경제적 가치로 거래하는 것은 식량, 원료물질, 여가생활 정도다. 우리가 바닷가에서 회야강을 따라 상류로 현장답사를 하던 중 만난 이들 중에 장어 치어를 잡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에게 치어는 양식에 필요한 자원 혹은 식량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 하겠다. 대다수 해변에서 수영이나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바닷가의 경제적 가치는 여가생활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재화의 성격을 갖는 이외의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태풍과 같은 재난이 발생한 후 복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산정하거나 바닷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자연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산의 해안선 136km의 절반이 인공시설로 이뤄진 바닷가라는 사실(울산지방해양수산청, 2005)과 백화현상으로 점점 건강한 해역의 면적이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의 바닷가에서 해조가 발달한 천해지역과 강 기수역이 제공하는 건강한 해역의 면적은 과거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바다의 넓이는 줄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울산 바닷가는 과거보다 희귀한 자원이 돼 오히려 그 경제적 가치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값어치를 안다고 했던가. 흔하게 가지고 놀던 자연의 생물도 이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로 귀한 존재들이 된 것이 단적인 예일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래해안에서 모래찜질을 즐길 수 없게 된 것이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모래해변을 거닐 수 없는 것도 모두 우리가 잃어버린 생태계 서비스에 해당한다. 


자연 해안선의 경제적 가치는 줄어든 만큼 증가한다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값을 자연에 온전히 지불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우리는 ‘공유지의 사유화’ 혹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현상으로 부른다. 바다의 경관을 차지하는 해안가의 높은 건물들이 공공의 경관을 사유화하는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여름 시즌에 해수욕장을 파라솔로 덮어 거래하는 것도, 해변을 사유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이 특정 몇몇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단기적인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우리가 공짜로 자연을 이용하고 제 값을 치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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