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名茶)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5-25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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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차인(茶人)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차를 구해 마시고자 시간과 금전을 아끼지 않는다. 어쩌다 좋은 차를 보면 무슨 인연(因緣)이라도 만난 듯이 기뻐하게 된다.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난 물건이나 음식, 지명 등은 그 특별함이 홀로 스스로 유명(有名)해질 수 없다. 그것을 소유하거나 그곳에 머문 사람으로 인해 그렇게 될 뿐이다.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에 의해 유명하기도 하고 비천하기도 하다는 말이다. 중국의 십대명차(十代名茶) 중 하나인 무이산(武夷山) 대홍포(大紅袍)는 무이산을 지나던 황제가 그곳에서 입었던 홍포(紅袍)를 벗어 차 나무에 걸쳐 주지 않았다면 과연 명차가 되었을까. 만약 그날 황제가 차를 마시고 좋은 느낌이 없었다면 무명의 차로 후대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홍포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고 명성을 얻은 것은 순전히 황제의 홍포 이야기가 있어 가능했다. 그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청차(靑茶)가 있지만 대홍포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대홍포라는 이름 자체로 인해 차의 가치가 다른 비슷한 차에 비해 수십 배의 가격차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명차란 차를 대하는 사람에 의해서 설정되는 것이다. 차도 물론 좋아야 하지만 차를 대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로 말미암아 명성을 얻게 되고 세월이 가면서 기념되며 널리 전파돼 찾게 되는 것이다. 같은 차라도 명차라고 하면 그 맛이 다른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이름값이다. 나는 차를 함께하는 벗들에게 늘 “명차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만드는 것이야”라고 말한다. 물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명차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명차가 어디 특별히 자라나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누가 있는가에 의해 이름 지어지며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는가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차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앉은 찻자리에서 소중한 만남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그 찻자리의 차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차인 셈이다. 


차의 나라 중국의 십대명차를 보면 대부분 유명해진 유래가 있고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전래되면서 그 명성이 확고해지고 많은 사람에게 회자(膾炙)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십대명차는 네 종류의 녹차(綠茶)와 백차(白茶) 황차(黃茶) 홍차(紅茶)가 각각 한 종류씩 있고 청차(靑茶)가 세 종류 있어 십대명차다. 녹차는 서호용정(西湖龍井). 황산모봉(黃山毛峰).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 태평후괴(太平猴魁)이고 백차는 백호은침(白毫銀針). 황차는 군산은침(君山銀針), 홍차는 기문홍차(祈門紅茶) 그리고 청차는 동정우롱(洞庭烏龍)과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 대홍포(大紅袍)가 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서로 자신의 지역에서 나는 차가 명차라고 하여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중국 차시장에서는 명차 전쟁이라 말한다. 나 또한 나만의 명차가 있다. 예컨대 녹차는 한국 녹차의 뿌리가 되는 칭다오(靑島) 라오산(嶗山) 녹차가 좋고 기문홍차보다는 탕색이 아름다운 전홍홍차(滇紅紅茶)가 좋다. 안계철관음은 아예 멀리한다. 백차도 황차도 이야기만 빼고는 다른 차를 가까이하고 있다. 


나는 차를 아끼는 다인(茶人)으로서 차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여행 중 좋은 차를 만나면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차뿐만 아니라 좋은 찻집을 만나도 그렇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찻자리의 차는 그 순간 명차가 되는 것이다. 가끔 청허당 차실에서 차를 마시고 간 지인들의 전화를 받으면 “선생님. 똑같은 차인데 그때 그 차 맛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무릇 만물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유명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봄에 뜰에 핀 찻잎을 따서 정성을 쏟아 녹차를 만들었다. 함께 마실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말이다. 참으로 명차가 아닌가.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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