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스마트한 일상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0-11-19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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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일찍 일어났다. 여전히 잠결인 아빠 곁으로 다가왔지만 아빠를 깨울 마음은 없다. 머리맡에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 실눈을 떴다. 아마도 아빠의 스마트폰을 찾는 모양이다. 잠든 척하며 아이의 행동을 살폈다. 이불을 덮고 소리를 줄인 체 유튜브에서 '옥토넛 탐험대'를 보는 아이가 느껴졌다.


집에선 아이가 좀처럼 스마트폰과 같은 미디어 기기를 손에 쥘 기회가 적다. 일단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허락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식당가에서 아이들이 폰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나 우리 가족은 예외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땐 아이 뿐만 아니라 나 역시 폰을 보는 것은 어색한 일이 됐다. 아이 입장에선 야박한 부모를 만난 셈이다.

 

아이는 할머니 댁에 가기를 좋아한다. 아이에게 “깐돌이 할머니 댁에 갈래” 하면 아이의 얼굴은 화색이 돈다. 깐돌이는 할머니 댁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다. 특별히 아이가 깐돌이가 보고 싶어 그런 건 아니다. 할머니 댁에 가면 잠시, 아주 잠시 그와 놀아줄 뿐이다. 그렇다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몹시 보고 싶은 눈치도 아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집 가까이에 양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가 사신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는 건 사실이다. 가끔 우리 부부 모두 일 때문에 바쁜 날이면 아이를 맡겨둘 수 있어 다행이다. 항상 감사하다. 근데 손자라지만 덩치 큰 남자 아이라 많이 힘겨우실 것이다. 매순간 놀아 달라는 요구에 양가 부모님도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순 없다. 손자 사랑도 체력이 필요한 법일까. 아이가 자주 찾는 터라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선 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할머니는 테블릿을 가진 스마트한 일상을 산다. 그것으로 고스톱을 하신다. 손자가 방문하면 심심해 할까봐 당신의 태블릿을 너무나도 쉽게 건넨다. 외할머니 댁을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가 즐겨보는 TV 채널 중 애니메이션을 틀어준다. 시청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히 아이는 좋아라 한다. 그래서 아내와 난 항상 불만이 많다. 몇 번을 타일러도 변하는 건 없다.


평소 우리는 TV를 켜두지 않는다. 나 역시 아주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만 없이 산다고 해서 불편하지 않다. 이젠 익숙함을 넘어선 듯하다. 다만 혼수로 장만한 55인치 TV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좀처럼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 어느새 아이도 아빠와 엄마에게서 폰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틈만 나면 집밖을 나서려고 한다.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겠냐고 물어 봐도 부모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운 할머니 댁이나 이모 집에 가면 아이는 디지털 라이프 세상이 된다. 아이에겐 기회다.


아직 아기에 불과한 아이들이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걸 보면 여전히 놀란다.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사용법을 익힌다. 여느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도 폰과 태블릿을 잘 다루니 마냥 손자가 기특할 수밖에 없다. 몸으로 놀아주거나 맛난 것을 사주는 것으론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 수도 없다. 미디어 기기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결국 최선의 선택지가 된다.


아이의 아빠로서 주말이면 몸으로 놀아주려고 노력하지만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어쩔 수 없거나 아이를 달래야 하는 상황에 이르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좀 과장해서 모든 게 용서가 된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빠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줄어가고 고민은 늘어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우리 아이의 미디어에 대한 집착 정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네가 돈을 낼 수 있을 때 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농반진반이다. 다만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미디어 기기를 소유하는 시기가 최대한 늦춰지기를 바랄 뿐이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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