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울산과 박쥐 이야기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5-25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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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 주택의 박쥐(A), 확대한 모습(B)

필자는 얼마 전 두동의 한 주택에서 박쥐를 발견했다(사진 A, B). 방안의 장롱을 치우자 드러났다. 박쥐는 이미 자연적으로 박제가 일어난 듯 매달린 채로 죽어서 말라 있었고, 먼지구름에 싸여있었다. 필자가 생물학자로서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을 제외하고 일상 공간에서 박쥐를 본 것은 처음이어서 매우 신선하고 놀라웠다.


상황분석부터 해보자. 박쥐가 어떻게 생활공간에 들어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저렇게 매달린 채로 죽었을까? 일단, 박쥐는 남극, 북극지방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모든 대륙,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과일 박쥐류‘는 열대지역에서 과일을 찾아 먹고, 어떤 박쥐는 꿀과 꽃가루를 먹기도 하며, ’충식성 박쥐‘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또 개구리, 생쥐, 새 등을 잡아먹거나, 다른 박쥐를 잡아먹는 종이나 물고기 등을 먹는 박쥐, 그리고 피만 먹는 ’흡혈박쥐‘ 등이 있다. 온대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박쥐는 곤충을 잡아먹는데 보통 모기 같은 해충이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농경지 주변으로 다양한 곤충이 많았고, 이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많은 박쥐가 함께 서식했다(정철운, 2016). 그러나 점차 농약 사용이 증가하면서 곤충의 개체 수는 감소했고, 박쥐의 수도 줄었다. 두동 일대도 별반 다르지 않게 현대적 방법으로 활발히 농사를 짓고 있으나, 두동 분지를 둘러싼 치술령, 국수봉, 연화산 등의 자연환경 때문에 도시 ’울산‘보다는 아직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직 곤충이 다양하고 많은 시골 농경지에서 곤충을 먹고 사는 박쥐가 겨울 동면 또는 하면을 하러 어두운 곳인 장롱 뒤에 들어갔다가 나올 시간을 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박제된 것이 아닌가 유추해 본다.


미국 등에서는 농약 사용보다 박쥐를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사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식충 박쥐의 생태적, 경제적 중요성이 대두되고, 이들의 보호, 보존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Boyles 외 3인, 2011). 국내에서도 2019년 국립생태원이 충청남도 청양지역을 대상으로 박쥐 서식지 보존 연구가 이뤄졌다. 박쥐가 하루 3000여 마리의 모기를 먹는 것을 활용해서 인간과 박쥐가 공존하는 자연환경을 만들어 주고 친환경 농업에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2004년 울산은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했다. 도시환경의 부정적인 요소를 지양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그 개념이다. 필자가 본 박쥐는 죽은 1개체였지만, 행정상 울산광역시에 포함되는 시골 어느 인가 거주지에서 ‘지금도’ 박쥐를 발견했다는 것과 울산이 추구하는 생태산업도시라는 말은 이야기거리가 된다. 


아이들 장난감인 ‘큐브 배트’, 밤에 선한 일을 하는 ‘배트맨’, 흡혈귀 등은 ‘박쥐’를 모티브로 한다. 박쥐는 늘 인기가 있었던 듯하다. 이제는 살아서 함께 울산에서 살아가는 박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필자가 본 것은 크기와 색깔을 봤을 때, 건물 주변이나 농촌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집박쥐(Pipistrellus abrmus)다. 우리나라에는 20종 이상의 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립생물자원관 등에서 지속적으로 분류학적, 생태학적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박쥐가 있다는 것은 먹이 곤충이 많다는 것이고, 이는 생물다양성과 연결돼 생태적으로 우수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쥐의 이미지는 기괴하고 음침하다. 더욱이 최근 박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사스, 에볼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매개체라는 것이다. 보통 면역체계는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하면 그 병원체의 효소단백질을 변성시키기 위해 체온을 높인다. 그러나, 박쥐는 이런 고온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는다. 대신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도 병원체로서 활동하지 않고 조용히 함께 지내다가 다른 동물에 옮겨가 병원체로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 결과, 박쥐는 몸에 다양한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로 생존할 수 있고, 다양한 질병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쥐가 특유의 높은 종다양성과 면역력으로 대표적인 신종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다수 보유한 동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식재료로 삼은 인간에게 있다”고 지적했다(동아사이언스, 2020).


글을 쓰고 보니, 필자가 그저 박쥐에 대해 무식했던 것뿐, 박쥐는 우리 곁에 늘 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지자체에서는 유일하게 운영되는 ‘울산생물다양성센터’에서는 울산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기관을 통해, 울산 박쥐의 다양성이 밝혀지고, 생태농업에도 접목돼 ‘에코도시 울산’으로 일컬어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참고문헌
동아사이언스, 2020. 박쥐는 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었나.
정철운, 2016. 박쥐의 일반적인 특징과 우리나라 멸종위기 박쥐. 자연보존 174, 1~8.
Boyles, ., Cryan, P., McCracken, G., Kunz, T. 2011. Economic Importance of Bats in Agriculture. Science, V. 332, 41~42.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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