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생태합작을 꿈꾸며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 기사승인 : 2020-10-28 00:00:07
  • -
  • +
  • 인쇄
통일

41년 전인 1979년 10 26일, 난 이른 아침 밤사이 나온 뉴스를 접하지 못한 채 청와대 근처에 갔었다. 청와대 근처 거리마다 조기가 걸려있고 분위기가 이상했다. 뭐지? 나중에 그토록 원했던 18년간의 군사독재의 실체가 무너진 걸 알고 얼마나 기뻤던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12.12 사태가 일어나고 다음해인 1980년 5월 광주항쟁이 진압되면서 민주화의 꿈은 깨진다. 12.12 사태 후 난 명동성당 사제관에 계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선약도 없이 불쑥 찾아뵀다. “추기경님 어찌하면 좋습니까! 도와주십시요”를 외쳤고 “정말 큰일입니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날 위로해주시던 추기경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와중에 하얀 상복 차림의 이경순이라는 여인이 내 근무처인 동대문병원에 불쑥 나타났다. 본인은 전남대 영문과 교수인데 긴급한 도움을 각처에 알리라는 특명을 받고 오늘 날 만나러 몰래 광주를 빠져나왔노라 말했다. 얼마나 다급하면 상복으로 위장해 동대문병원까지 힘들게 달려왔을까. 난 병원에 긴급휴가를 내고 다음날 바로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로 직접 갈 수가 없어 정읍을 통해 힘겹게 광주로 갈 수 있었다. 그때 겪은 고초는 지금 5.18 유공자증 하나로 달랑 남아 있다.


1979년 10월 26일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한국사회는 많이 변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미완이다. 숱한 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치고 투옥까지 당한 이유는 정의로운 사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위해서였다. 현재 정의로운 사회는 아직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남북분단의 한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분단에 의해 특수를 누리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남북주민 대부분은 분단에 의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흡수통일이 머리에 먼저 그려진다. 아마도 독일통일의 경험 때문이리라. 신탁통치 운운하며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 좌우합작을 외친 몽양 여운형 님의 뜻을 받들고 싶어서 이제부턴 난 통일 대신 남북합작이라는 단어를 쓰고자 한다.


남북합작으로 하나의 생태국가가 태어나는 꿈. 코로나로 세계의 판도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젠 생태적으로 건강한 국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생태국가의 조건은? 첫째, 기후위기를 잘 대처해야 한다. 기후온난화로 좀 더 세진 태풍, 좀 더 많아진 물폭탄의 홍수를 우린 경험한다. 이제 저탄소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과감히 바꿔야만 한다. 남쪽은 불행히도 현재 좌초자산이 세계 1위라 한다. 저탄소 사회에 탄소를 배출하는 자산 즉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등이 좌초자산으로 불리는데 우리는 지금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 국내외에 7개의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라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북쪽은 다행히 수력발전소에 의존한다고는 하나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상에너지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남북의 기후문제협의체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남북 모두 70퍼센트가 산으로 돼 있는 한반도 천혜의 조건을 잘 보전해야 한다. 남쪽의 그린벨트는 절대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가꾸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밭으로 돼버린 이북의 산, 하루 빨리 복구시켜야한다.


셋째,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에너지소비는 세계 1위다. 북쪽은 전기가 부족하니 덜하겠지만 남쪽은 전기를 너무 낭비한다. 옷을 두껍게 입고 실내온도를 적당히 높여야 하는데,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게 어느덧 일상화돼 버렸다. 여름엔 매장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겨울엔 매장 온도가 조금만 낮아도, 가게 장사가 잘 안 되다 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넷째, 양쪽 모두 사회정의가 실현돼야 한다. 이북은 왕조시대 수령님 나라이니, 이해 불가능하고 평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남쪽만이라도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에 살아야 우리 모두 사회 분노가 적어진다. 건강한 정신세계를 갖춘 국민이 훌륭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남북의 생태적 합작이 제대로 되려면 현재의 상태로 덜렁 국가만 합쳐서는 안 된다. 덩치만 커질 뿐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한번 보자. 친일파로 일제 때 잘 먹고 잘 살다 해방 후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재벌까지 되는 것이 가능한 나라. 악랄한 친일파 경찰이었으나 해방 후에도 경찰이 돼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는 나라. 땅 투기로 갑자기 졸부가 돼 빌딩 지어 세놓고, 본인은 외제차나 굴리면서 골프 치고 비싼 음식 먹고 노는 사람들이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 국가 정책을 몰래 알아내 미리 해당 지역의 땅을 매입해 땅값이 수백 배 수천 배까지 오르는 참혹한 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나라. 약한 자의 기술을 강도처럼 뺏어도 자기의 불법을 눈감아 줄 검사들에게 성상납과 온갖 향응을 해 각본을 잘 짜면 오히려 뺏긴 자가 구속되고 뺏은 자는 아무 처벌도 안 받는 그런 기가 막힌 나라. 이런 특혜를 대물림하는 국가는 절대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개혁자들을 중상모략해 도태시키는 사회, 이런 사회가 계속된다면?
우린 이 사회개혁부터 먼저 해야 한다. 중종 때 개혁을 부르짖은 조광조의 비참한 말로가 다시는 재현되지 않는 나라를 그려본다.


1945년 미국의 핵폭탄 투하실험이 있었던 두 곳 일본 나가사끼, 히로시마. 그 시절 소련이 핵실험으로 전쟁억지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의 핵폭탄은 한반도에 떨어졌을 것이라 한다. 그만큼 핵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전쟁억지력은 중요하다.


1964년 중국은 첫 핵실험을 한다. 1972년 닉슨과 모택동의 핑퐁외교를 시작으로 미중수교가 시작된다. 보통 핵 완성 후 다른 나라와 수교하는 데는 약 십년이 걸린다 본다. 2017년 핵 완성이 된 이북은 2027년까지는 미국과 수교가 되리라 예상된다. 이북은 ICBM이나 SLBM 탑재 잠수함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선제공격은 안 하고 전쟁억지력으로만 사용하겠다고 분명히 대내외에 공표하고 있다. 앞으로 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니 지금부터 우린 준비해야 한다.


2020년 6월 16일 남쪽의 전단지 살포에 분노한 김여정이 “적은 역시 적이다”라며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와 그 옆 개성공단지원센터까지 폭파해 600여억 원의 손실을 입힌 일이 발생했다.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건 “남북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 미국 눈치 더 이상 보지 말자”라는 마지막 제의로 여겨졌다. 개성사무소 폭파에 대한 우리의 답은 “너무하다. 정말 화난다”에서 “그래. 이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북이 손 잡고 나아가자”가 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남북이 가장 먼저 합작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코비드19 공동방역이다. 유엔제재에 포함이 안 되게 인도주의적으로 해야 한다. 다음은 관광사업의 남북합작. 이북의 관광은 개별관광으로 허락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코비드19가 끝날 즈음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개별관광을 주선할 외국 여행사를 알아보자. 스웨덴이나 스위스, 중국의 여행사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는 정말 시급한 문제다. 열 개나 더 개성공단과 비슷한 공단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이다.


다음세대의 화합을 위해 남북 교환학생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한국에서 평양과기대에 5명 선발해 보내고 이북에서 KAIST나 UNIST에 다섯 명을 선발해 서로 보낸다는 제의다. 유니스트에 교환학생이 오면 울산시민들의 특별한 보살핌 프로그램도 만들어 남북협력의 작은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단 유엔제재로 안 된다가 아니라 되게끔 바늘구멍이라도 찾아보자.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