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크리스마스 선물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1-01 0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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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지난 크리스마스 풍경은 사뭇 달랐다. 가까이에 양가 부모님과 아이의 이모, 삼촌이 살고 있어 여느 때 같으면 한자리에 모여 맛난 음식을 나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 모두 흐뭇해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러질 못했다. 이미 코로나 상황이 익숙해진 후로 잦았던 가족 모임도 예전 같지 않다. 다들 모이자는 말이 없었다. 더욱이 우리는 아내의 특별한 경계심 때문에 집 밖을 나서거나 사람 만나는 일조차 심기불편한 일이 됐다. 코로나를 맞은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그렇게 가족 모임을 생략하기로 했다.


다만 모일 순 없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이들을 위해 집 문 앞에 두기로 했다. 성탄절 전날 아직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우리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했다. 아이는 선물로 이미 드론과 변신로봇을 점지해둔 뒤라 설레는 맘으로 그날 밤 잠도 제 때에 들지 못했다. 아이의 기대에 부응하듯 아빠인 나는 새벽녘에 선물을 집 문 앞에 두었다. 아침 6시가 넘은 시각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띠리리”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선물을 한 아름 안은 채 거실로 향하는 아이의 얼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을 상자에서 뜯어내고 한참을 만지작거리더니 아직 침대 맡인 엄마아빠에게 달려왔다. 아이는 자랑하며 그것을 시연하기까지 했다. 아이 앞에서 우리는 연기하듯 이것저것 궁금해하며 묻기도 했다. 그리고 어른답게 아이의 지난 과거를 칭찬하며 덕담하기를 잊지 않았다. “다음에도 선물을 받으려면…”이라며. 덕담을 선물에 덧씌운 셈이다. 하지만 아이는 마냥 좋다.


아내의 선물도 준비했다. 아이만 그 기쁨을 가질 순 없다. 어른에게 판타지는 사라졌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건 소중한 일이다. 평소 아내는 카드를 잘 잃어버려서 그럴 때마다 난 구박하기 일쑤였다. 고심하던 끝에 난 지퍼가 달린 카드지갑을 샀다. 물론 현금 얼마 넣는 걸 잊진 않았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법이다.


한편 아내는 나를 위해 옷을 준비했다. 새 옷에 감흥이 없던 것은 아닌데, 난 계절마다 입던 옷에 익숙해 있었다. 언제부턴가 잘 사서 입지 않았다. 아내 덕분, 새 옷 덕분에 스타일이 달라졌다. 아내에게 감사하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여느 때와 다른 연말연시를 맞았다.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 비상 상황 때문에 우리는 맥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일개 자영업자에 불과한 나는 한 가족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로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뒤를 돌아보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코로나의 미래가 지금처럼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팬데믹이라는 개념이 우리 개개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말았다.


새해엔 코로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큼 큰 선물도 없을 것이다. 우리 6세 아이도 “코로나야 사라져라” 입버릇처럼 말한다. 현재 치료제도, 백신도, 면역도 중요한 이슈이자 선물이지만 무엇보다 서로 선물을 나눌 만큼 넉넉한 마음이 더 소중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마음 씀씀이야말로 코로나를 극복하는 동력이 되리라 본다.


“…and a happy new year.”


어느새 연말은 연시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앞으론 좀 나아지겠지 스스로 위로하듯 희망주문을 외지만 희망고문이 아니기를 빌 뿐이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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