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줍킹’할까요?

정승현 시민 / 기사승인 : 2021-02-28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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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플로깅(조깅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접한 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친구 C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플로깅에 푹 빠져 거의 매일 봉지 한 가득 쓰레기를 줍는 친구의 모습이 멋졌으나, 내가 딱히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플로깅은 너무 사소해 보였다. 아무리 우리가 봉지 한 가득 쓰레기를 매일 줍는다고 해도 쓰레기는 넘치도록 계속 나올 거고,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버려도 썩지 않고 바다에 떠돌아다니면서 ‘미세 플라스틱’의 역습이란 말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 사라져야 하나?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데, 문득 나 자신이 얄밉게 느껴졌다. 그저 시간 내서 쓰레기 줍는 게 귀찮고 하기 싫으니까 이렇게까지 변명하면서 친구의 행동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부끄러웠다. 


다행히 나는 비겁하지만, 요가와 채식의 연결고리로 만나게 된 내 친구들은 실천하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매주 둘째 주 일요일마다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이른바 ‘줍킹’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지난 7일 나도 처음 참여해보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주전 몽돌 해변. 주전 몽돌 해변에서 정자 몽돌 해변까지 쓰레기를 줍기로 하고, 각자 목장갑 하나씩 끼고 봉지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해변이라 쓰레기가 엄청 많겠지,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담배꽁초, 플라스틱 쓰레기는 여전히 어딜 가나 많았다. 줍킹 새내기인 나보다 훨씬 베테랑인 친구들은 쓰레기 줍는 속도가 달랐다. 어느새 보면 한가득 쌓여 있고, 그들은 걷기도 잘했다. 뒤처질까 봐 자잘한 쓰레기들은 그냥 두고 큰 것만 주웠는데도 친구들이 더 빨랐다. 


몸이 점점 지쳐갔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눈과 코도 답답했다. 코로나 블루로 마음도 힘든데, 나도 저기 보이는 사람들처럼 바다 보며 놀고 싶다는 생각이 격렬하게 들 때쯤, 우리도 해변에 잠시 앉아 쉬었다.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도 덩달아 잔잔해졌다. 바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들보다 지금 내가 더 힘들까,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특히 그중 한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잊을 수 없다. 줍킹도 이제 막바지에 달해 우리는 가득 찬 봉지를 버리려고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다시 담고 있었다. 그때 도로 건너편 가게 아주머니가 우리를 바라보며 종량제 봉투가 부족한 거냐고, 봉투 필요하면 바로 갖다 주겠다고 외치는 것이었다. 거리가 좀 멀어서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아주머니는 쓰레기 버리는 위치까지 자세히 알려줬다. 


오늘 우리를 응원해준 사람 중 대다수는 그저 우리를 기특하게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중 몇몇은 ‘이참에 쓰레기를 좀 줄여야겠다.’ 나아가 한 사람 정도는 집 가는 길이나 산책할 때 쓰레기를 줍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굉장히 뿌듯했다. ‘줍킹’이나 ‘플로깅’의 의미가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게 그냥 쓰레기를 줍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구나. 우리의 모습을 본 누군가에게 이 경험이 이어질 수 있겠구나.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처음처럼 이렇게 마무리 짓고 싶다. 우리 함께 줍킹할까요? 


정승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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