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숲 - 길들여진 미래, 신세계를 가다(2)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1-15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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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소설 <멋진 신세계> 함께 읽기

 

루나: <멋진 신세계>는 계급 사회입니다. 탄생부터 계획적으로 계급에 적합한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게 이 세계의 특징이죠. 저는 이 책을 읽고 플라톤의 <국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플라톤이 그리는 국가도 계급사회이고 계층마다 하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죠. 그렇다면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린 계급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성현: 신세계는 일종의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급의 단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로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입실론까지 있습니다. 그들은 난자로부터 분열되는 횟수에 따라 각 계급이 정해집니다. 각 계급에 따라 외모(키, 미모가 달랐겠죠), 지식의 범위, 부과된 노동과 책임에 이르기까지 차등을 두었습니다.


루나: 알파 계급에 토마킨 국장, 버나드 마르크스가 있었죠. 그리고 레니나는 베타 계급이었습니다. 그렇죠.


성현: 예 그렇죠. 버나드의 절친이었던 헬름 홀츠도 알파 계급이었죠. 알파 계급에 가까울수록 잘 생기고, 예쁘고, 키가 크고, 몸매와 외모가 뛰어났겠죠. 그리고 알파에 가까울수록 지식적 노동이 많았고, 입실론에 가까울수록 육체적 노동이 많았겠죠.


루나: 굉장히 차별적이고 기분 나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성현: 그런데 어릴 때부터 계급과 계급 사이에 배타적인 체계를 심어두었습니다.


루나: 이런 사회를 ‘닫힌 사회’라 말할 수 있을 텐데, 계급 간 이동할 수 없는 것이구요.


성현: 계급 간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자신이 가진 계급에 대해 특별히 불만이 없습니다. 특히 계급 사이에 입실론은 ‘보카노프스키’라고 불리고, 하나의 난자로부터 무려 96번이나 분열시켜 만든 일란성 다둥이로 만들어지죠.


루나: 똑같은 사람이 96명이나 생긴다는 것이잖아요. 매우 공포스러울 것 같아요.


성현: 달리 보면 제품처럼 찍어낸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들은 이를 두고 과학기술의 쾌거라고 자랑하기도 하죠. 그들은 가장 궂은 일을 도맡아 합니다. 기계의 부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만을 갖지 않습니다. 왜? 


루나: 소마 때문에.


성현: 그렇죠. 그리고 그들은 국가에 의해서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계급과 신분은 사라져야 할 항목이죠.


루나: 우리는 일부러 계급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계급은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성현: 예 말씀하신 대로 계급과 신분의 존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부와 가난 역시 세습되고 있으니까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정부는 소마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민을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루나: 그런데 길들여진다는 것과 길러진다는 것은 구별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일정한 방향으로 시민을 길러낼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그 방법이 폐쇄적이고, 닫힌 결론이라면 또 개인이 바꿀 수 있는 역량까지 제한하는 길들여지는 것이라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성현: 예 충분히 공감합니다. <멋진 신세계>와 연결하면, 소마는 사적으로 생산해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이 신세계에서는 소마를 국가에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어떤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소마를 이용해 문명인들을 길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명인과 자의식

루나: 주인공들 이름들은 낯설지 않아요. 포드, 버나드 마르크스, 레니나, 엥겔스, 바쿠닌 등. 흥미로운 부분이죠. 어떤 상징성과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성현: 저 역시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에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여집니다. 우선 인물들의 이름을 먼저 살펴보면 우리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버나드 마르크스(마르크스), 레니나 크라운(레닌), 엥겔스, 그리고 트로츠키도 나오죠. 마르크스와 레닌은 영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민주주의의 반대 진영인 공산주의의 정치가나 사상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사는 신세계를 공산주의를 빗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루나: 그런데 포드의 이름이 등장한 것을 보면 단지 공산주의에 빗댄 것만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도 동시에 놓고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포드가 신의 자리를 대신한 것을 보면 자본주의 폐단도 함께 비판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성현: 예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집필하기 전 미국의 포드 자동차 회사를 방문했다고 하죠. 포드의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포드는 컨베이어벨트라는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죠. 흔히 자동차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 데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구조입니다. 울산시민인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그림입니다. 


루나: 앞서 소개한 작품 중 <모모>가 있죠. 그 작품과 상당한 접점을 이루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현: 저 역시 그 작품을 대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벨트가 지나가는 동안 사람은 그 기계에 얽매여 일을 할 수밖에 없죠. 볼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이 톱니바퀴에 맞물려 함께 돌아가는 것과 같죠. 사람 역시 기계나 부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컨베이어벨트는 신세계에서 인간의 성장벨트가 된 셈입니다. 장면 중에 ‘오 마이 포드!’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죠. 신세계에서 포드는 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포드 자동차의 첫 번째 모델명인 영문자 ‘T’는 십자가를 대신하기도 했죠. 그런데 포드의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뭘까요?


루나: 효율성?


성현: 예. 효율성과 안정이죠.


루나: 그러면 효율성과 안정은 신세계가 표방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겠네요.


성현: 그렇죠. 포드의 시스템을 받아들인 신세계에서는 효율과 안정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게 됩니다.
루나: 지금까진 <멋진 신세계>의 배경 혹은 주변부를 둘러 보았습니다.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주인공이 ‘버나드 마르크스’입니다. 어떤 인물인가요?


성현: 우선 버나드 마르크스는 알파 계급(지도자 계급)에 속하지만 알파답지 않은 육체적 특성을 가졌습니다. 시험관에서 배양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죠. 성인이 된 후 알파답지 않은 그의 외모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결함을 늘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루나: 결함 혹은 결핍이 생기면 그것을 보상 혹은 보충하기 위해서 내적인 공간 혹은 내적인 고뇌가 생기죠. 버나드가 그런 인물인 것 같습니다.


성현: 예. 일종의 콤플렉스를 의미합니다. 콤플렉스를 가진 인간은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 의식하며 자신의 결함을 감추거나 덮으려고 합니다. 


루나: 결국 콤플렉스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볼 때 왜곡된 시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성현: 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았는데요. 버나드가 이 콤플렉스를 통해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자의식이 생겼다고 보는 거죠.


루나: 결핍을 통해서 버나드가 자의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죠.


성현: 신세계 사람들은 자의식을 갖지 않았잖아요. 자기 자신을 볼 수가 없죠.


루나: 그렇다면 우리는 결핍과 콤플렉스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은 결핍이 있으세요?


성현: 저도 많죠. 제 뒷머리가 평평하거든요.


루나: 다음은 버나드의 절친이죠. ‘헬름 홀츠’입니다. 그는 버나드와 반대의 성향과 외향을 가지고 있죠.


성현: 버나드는 결함이나 결핍을 갖고 있었다면 헬름홀츠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습니다.


루나: 버나드가 결핍의 아이콘이었다면, 헬름 홀츠는 과잉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성현: 그는 글쓰기에 천재성을 가진 인간입니다. 남들과 다른 재능을 가진 인간은 늘 시기의 대상이 되죠. 일반적으로 튀는 인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잖아요.


루나: 절 싫어하시죠?


성현: 조금 무섭네요. 사실 글쓰기는 상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죠. 상상은 다른 생각을 만드는 원동력이니까. 권력자가 알면 그는 제거 대상입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그의 능력은 국가로부터 제공받거나 허용된 것이 아니기에 더 위험한 것입니다. 국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니까. 신세계에서 그의 능력은 위험한 것입니다.


루나: 그렇다면 과잉도 위험하고 결핍도 위험하네요. 선생님은 과잉 쪽인가요, 결핍 쪽인가요?


성현: 저는 결핍 쪽입니다.


루나: 아름다운 여성 레니나가 등장합니다. 레니나는 어떤 인물인가요?


성현: 저는 다른 인물에 비해 레니나를 주목해서 보얐습니다.


루나: 예뻐서요.


성현: 여러 이유 중에 하나죠. 레니나의 캐릭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레니나는 완벽한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입니다. 그녀는 모두가 선망하는 여성이죠. 아마도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갖기 위해 수많은 남자들은 소마를 먹고 오랜 시간 동안 견뎌야 했을 것 같습니다.


루나: 레니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습니다. 레니나가 잠을 잘 때 수면 교육을 하잖아요. 그 수면 교육에서 깼어요. 수면 교육하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내 귀에 윙윙하며 들리던 소리들이 교육의 소리였다는 자각의 순간이 잠깐 그려져요. 근데 거기서 끝나버려요. 그걸로 인해서 자의식을 가진다든지 개인으로서 성장하는 계기로 삼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성현: 레니나 역시 여느 문명인다운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레니나에게서 뭔가 다른 점이 감지가 됐습니다. 레니나가 두 남자에게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잖아요.


루나: 버나드와 존.


성현: 예. 레니나는 이들과 육체적 관계를 가지려고 안간힘을 썼죠. 하지만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루나: 존에게서 심하게 거부를 당했죠.


성현: 실제 관계를 가졌을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매번 버나드와 존이 밀어내면 그저 관계를 끊으면 그만이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야만인 존과의 만남 후로 그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밀어내면 낼수록 그때마다 존에 더 집착하는 레니나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이 불안한 감정을 소마로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항상 그때뿐입니다.


루나: 자의식이 생길 수 있는 계기를 충분히 가졌죠.


성현: 우리는 그 이후 레니나의 변화의 양상을 볼 수 없지만, 만일 작가가 <멋진 신세계> 속편을 만들었다면 례니나를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루나: 새로운 자의식을 가진 레니나의 등장!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존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성현: 존은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왔지만 버나드의 상사인 토마킨 국장의 사생아였습니다. 과거 국장은 그의 연인, 린다와 함께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여행을 가서 린다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 린다는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살았고 존을 낳게 됩니다. 문명인이기에 린다로선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존을 키우게 되죠. 시험관에서가 아닌 린다, 자신이 직접 가르쳤죠. 존은 어미 린다를 통해 언어를 배우고, 세익스피어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야만인보호구역의 인디언으로부터 지혜를 배우게 되죠. 존은 야만인이긴 했지만, 언어와 문학을 통해 자의식을 가진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와 멋진 마무리

루나: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멋진 신세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나요?


성현: 존이 무스타파와 만나 대화하는 장면에서 존이 호소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통제관이 말했다.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야만인이 도전적으로 말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겠어요.”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 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마침내 야만인이 말했다.


루나: 끝으로 선생님의 소회를 듣고 인문숲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성현: 불행을 바라는 사람은 없겠죠. 앞 구절에서 존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존은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존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갖고 선택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인간임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신세계 문명인은 죄다 자의식이 제거된 채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이 돼버렸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미래에 그에 걸맞는 정신을 담지 못하면 인간은 문명의 노예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존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비록 그는 자살로 끝이 났지만, 제2의 존이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루나: 내가 있는 모든 곳에 고통이 있습니다. 나는 이 고통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인문숲입니다.


백성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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