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열 당선자에게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 있을까?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22-04-24 21: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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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부터 갖은 박해 속에 생사를 넘나들었다. 김영삼 씨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결국 재기해 대통령이 되었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바로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이후 많은 대선 후보들이 이 말을 하곤 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하기도 전에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 주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점령군처럼 청와대에 요구했다. 이명박 씨 사면, 추경 책정, 청와대 이전 비용 계상 등이 그것이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 하면 될 것을 굳이 퇴임하는 대통령에게 요구할까?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 옮기기다. 왜 멀쩡한 청와대를 놓아두고, 국방부로 들어갈까? 국방부는 국가 방위를 책임지기 때문에, 청사에 굉장히 비싼 군사 시설을 해 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상황에서 굳이 국방부로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차라리 검찰청사로 들어가면 되지 않는가? 국방이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에 몇천억이 들지 않냐는 반론에 몇백억 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5년짜리 대통령이 왜 혈세 몇백억을 낭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차기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 청와대 싫다고 하면, 그때도 또 몇백억으로 새 청와대 지어야 하나?


외국의 정상 등이 방문할 때, 영빈관 등은 어떡할 건지 궁금하다. 국방부 청사 청와대에서 리셉션할 건가? 청와대 주인들의 운명이 좋지 않아서, 청와대 자리가 불길하다는 점괘 때문에 옮긴다는 소문은 무엇인가? 과거 수도를 옮기려 할 때,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때도 수도의 핵심이 청와대, 국회 등의 시설이었다. 관습 헌법에 해당되는 청와대의 위치를 일개 당선자가 마음대로 옮겨도 될까?


국민에게 청와대를 돌려준다는 말도 그렇다. 대통령도 없는 청와대 자리가 무슨 유원지라도 된다는 말인가? 과거 청와대 앞에서 텐트 치고 농성하며, 청와대 점령을 공언했던 시위대들은 원하던 청와대 밟으면서 만족할까?


윤석열 씨의 운명을 점치면서 필자가 이미 말했던 바가 있다. 윤석열 씨를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가 상대편을 응징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그가 과연 그 요구에 부응할까? 나는 궁금했다. 그런데 한동훈 씨를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없애고,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할 것이라 공언했다. 절대로 검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법무장관-검찰총장이 다 검사 출신이 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대통령이 꼭 민정수석과 법무장관 통해서만 검찰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한동훈 씨는 유시민 씨를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런 분이 법무장관이 돼도 될까? 이것은 상대에 대한 선전 포고 아닌가? 결국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공언하고 나섰다.


군대는 거대한 소비 조직이지 생산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파괴 조직이다. 군대 못지않은 조직이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부패를 척결하지만, 그게 순기능의 전부다. 결코 사회의 화합을 가져오지 못한다. 대통령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돼서, 검찰을 적극 이용하면 결국 갈라치기하고, 상대를 때리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해서 무슨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부산대학교가 조국 씨 딸의 입학을 취소했다. 연속해서 고려대도 취소시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조국 씨 부부를 처벌하면 됐지, 그 딸까지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대학 교수들은 제자를 보호해야 하지 않는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윤석열 씨가 당선되는 데에는 조국 일가 수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나서서, 이제 그만하자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되면, 일을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윤석열 씨의 대결적인 자세는 많은 일을 만들고 있다. 국회에서 검수완박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지방선거에서 진보가 단결할 것이다. 왜 길고 멀리 보지 못할까? 그는 24만7077표, 0.73% 차이로 승리했다. 게다가 여소야대다.


노자는 말했다. 나에게 큰돈, 큰 권력, 큰 미모가 주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재앙이 주어진 것과 같다. 그것을 운용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재앙이다. 미인박명이 그렇다. 뜻밖의 부귀를 얻은 이들은 “봄에 높은 누대에 올라간 듯, 맛있는 고기를 맛보는 듯 희희낙락한다.” 그러나 “참된 무사는 겨울에 살얼음 낀 개천을 밟고 가듯, 사방을 두려워하며 경계하듯이”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큰 권력은 크나큰 재앙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긴다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당선자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갑자기 대통령이 된 준비 안 된 모습, 그리고 전임자가 임명한 사람들을 무리하게 쫓아내고, 다른 편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오랜 핍박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씨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 했다. 정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는 전두환 씨 등을 전혀 탄압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서생(書生)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이런 품격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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