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B 이유로 앵커볼트 누락시켰다는 것은 의문만 증폭 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3 20:42:44
  • -
  • +
  • 인쇄
▲ 김혜경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이 ‘한국형 원전의 아킬레스’라는 주제로 열린 2021년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상반기 보고회에서 한국형 원전의 앵커볼트 누락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해 9월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Public Reporting Center for the Dagers of Nuclear Power Plants, 이하 센터)는 공식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는 이원영 수원대 교수, 성원기 강원대 교수, 김병갑 울산 탈핵운동 인사, 유원일 전 국회의원, 곽노진 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 류두현 IT 엔지니어, 문인득 원전엔지니어, 이승은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간사, 이향림 저널리스트 등이 주도해 설립했다.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는 앞으로 원전노동자의 피폭, 불량변압기 위험 등 원전운행 위험, 원전 인허가 및 한수원·원안위 관료들의 불법행위와 직무유기로 인한 위험, 먹거리방사능오염 등 원전의 모든 제보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난 2일 ‘한국형 원전의 아킬레스’라는 주제로 2021년 상반기 보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김혜경 운영위원(전 기자)이 증기발생기 문제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심층 설명했다. 앞선 인터뷰기사에서는 ‘한국 표준형 원전’ 증기발생기 수명이 짧은 이유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고 이번엔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앵커볼트 누락여부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왜 한국형 원전에는 앵커볼트 없나


울산저널 이기암 기자(이하 이)=앞선 인터뷰에서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의 앵커볼트는 내진설계용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앵커볼트를 그냥 빼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계신데 왜 한국형 원전에는 앵커볼트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김혜경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이하 김)=국내 기관들은 한국 표준형 원전의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에 앵커볼트가 없는 이유로 ‘파단전누설’ 즉 LBB라는 개념이 설계단계에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LBB는 원자로시설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 15조에 따라 가상 배관파단 설계 면제를 위해 수행되는 평가다. 쉽게 말해 가동 중 배관에 순간적으로 외력이 가해지면 툭 끊어질 수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기 전 작은 균열이나 누설이 먼저 시작되기 때문에 파단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고려한 설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앵커볼트를 누락시킨 주체가 과연 미국 ABB-CE사가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증기발생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팔로버디 원전 등 미국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LBB 개념이 국내 원전 설계에 적용되면서 당시 CE에서 앵커볼트를 제거한 상태의 설계를 넘겨줬다고 언급했다. 

 

CE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 기준이 변경됐거나 미국 규제기관(NRC)에서 특정 기준을 제시했을 경우 설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조 기준을 무엇으로 했는지, 해당 기준이 허용된 시점은 언제인지 그리고 관련 기술보고서가 명확히 언제 작성됐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만약 CE에서 앵커볼트를 배제했다면 국내기관들도 확인 과정을 거쳤을 텐데 이 과정에서 오갔던 내용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앵커볼트를 제거한 이유가 LBB라고 했는데 앵커볼트와 LBB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혹은 타당한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공학적으로 타당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당시 어떤 절차를 거쳐 제외했는지 혹은 LBB가 다른 이유로 앵커볼트를 제거한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한빛 3,4호기 건설에 관여한 기관들 중 한국전력기술은 플랜트종합설계를,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은 증기발생기 설계와 제작, 공급을 담당해 왔다. 양 기관이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앵커볼트가 빠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김=최초 제보자인 문 기술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앵커볼트는 슬라이딩베이스에 부착되어 있는데 이곳은 한전기술과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의 업무가 중첩되는 영역이라고 한다.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에서 양 기관이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어처구니없이 앵커볼트가 빠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구조물 설계를 담당한 한전기술과 주기기 설계를 맡은 두산중공업이 쌍방 업무가 중첩되는 영역을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았고 슬라이딩베이스의 구멍이 없어짐에 따라 그곳을 관통해야 할 앵커볼트도 누락됐다는 추정이다.

 

고리 3,4호기에 LBB 적용 안한 이유

 

이=고리 3,4호기는 한빛 3,4호기보다 훨씬 이전에 건설된 원전인데 평가를 해보니 고리 3,4호기에는 LBB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데?

김=LBB에 대해서 한 번 더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1980년대 중반 미국 원자력산업계와 NRC는 배관파단구속장치(Pipe Whip Restraint, PWR), 유체충돌차단벽(jet impingement shield)과 같은 배관파단완화 기구들이 고에너지 배관계통에 과도하게 설치될 때 배관이 지나치게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런 지지물들은 제작비용도 크고 운전 중 검사 및 보수 시 배관 접근을 방해해 방사선 피폭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관 파단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한다면 PWR 등을 제거해도 된다는 것이 바로 LBB 설계개념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기기에는 다양한 배관들이 부착돼 있다. 이중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연결하는 배관인 주냉각재계통배관에는 LBB가 적용됐지만 터빈 쪽으로 이어지는 주증기배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표준형 원전의 시초인 한빛 3·4호기에서 LBB 개념이 적용된 배관은 원자로 냉각재 계통 배관과 가압기 밀림관, 안전주입 계통 배관, 정지 냉각 계통 배관이다. 기관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주증기 계통 배관의 경우 안전여유도가 낮아서 LBB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산중공업 등에서는 미국 CE사가 앵커볼트를 배제한 설계를 제공했다고 한다. 정말 이 말이 맞을까. 앵커볼트 제거 이유였던 ‘주냉각재배관’ LBB 적용도 ‘주증기배관’과 마찬가지로 국내 규제기관이 안전여유도를 평가하지 않았을까. 관련 문서가 남아있다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만약 CE사가 앵커볼트를 제거했기 때문에 국내 기관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왜 주증기배관 LBB 적용 여부를 두고서는 규제기관이 판단했을까. 고리 3,4호기의 경우 한빛 3,4호기 이전에 건설된 원전이다. 이 원전은 한국 표준형 원전은 아니고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만들었다. 고리 3,4호기에도 LBB를 적용하려고 했는데 평가를 해보니 건설 중에는 적용하기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리 3,4호기와 팔로버디 원전


이=고리 3,4호기와 팔로버디 원전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결론이 나오나?

김=고리 3,4호기 건설기간은 1979년 4월부터 1986년 4월까지다. LBB가 선진화된 기술이라면 고리 3,4호기에는 왜 설계단계에서 적용하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고리 3,4호기와 팔로버디 원전을 다시 비교해봤다. 앞서 두중은 팔로버디 원전의 경우 LBB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팔로버디 원전의 공사기간은 각각 △1호기 1976년 5월~1986년 1월 △2호기 1976년 6월~1986년 1월 △3호기 1976년 6월~1988년 1월로, 고리 3,4호기와 팔로버디 건설 시기는 겹친다. 그렇다면 팔로버디 건설 전후에도 LBB 개념은 이미 존재했을텐데 미국 기관들은 해당 개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까.

문 기술사의 설명에 따르면 팔로버디 원전에도 LBB가 적용됐다고 한다. 팔로버디부터 원자로계통배관에서 배관구속장치인 PWR을 제거했지만 주증기 배관에는 PWR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팔로버디에도 LBB가 한빛 3,4호기에도 LBB가 적용된 것인데 두 원전의 차이점은 슬라이딩베이스의 앵커볼트 유무다. 둘 다 배관에 LBB 평가를 했다면 왜 한쪽에는 앵커볼트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없을까. 

 

LBB는 발전소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용할 수도 있고 건설 완료 후 운영 중인 원전에도 도입이 가능하다. 팔로버디 원자로 배관에도 LBB가 적용됐다면 그 시기가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팔로버디 원전 설계 단계 혹은 한빛 3·4호기 건설 시기와 겹친다면 양쪽 발전소 모두 LBB가 적용됐음에도 한국 원전의 증기발생기 하부에만 앵커볼트가 빠진 셈이 된다.

아울러 LBB 적용으로 앵커볼트를 제거했다는데 LBB라는 평가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규제기관이 과거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과 2013년 9월 한국압력기기공학회의 한 논문을 종합해보면 2000년대 들어 LBB가 적용된 배관에서 일차수응력부식균열(PWSCC)이라는 현상 발생이 보고됨에 따라 PWSCC 발생 배관의 파단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새로운 LBB 평가절차 개발이 요구된다고 한다. 주증기배관을 제외한 주냉각재배관 등에 LBB 개념이 적용됐던 이유는 해당 배관의 파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특정 균열 현상이 발생한 배관의 경우 파단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 논문의 설명이다. 앞서 한전기술은 앵커볼트가 주냉각재배관의 가상파단을 고려해 설치됐지만 LBB 적용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한빛 3·4호기부터 배제했다고 답한 바 있다. LBB 때문에 앵커볼트를 제외했다는 주장이 맞다고 치자. 한빛 3·4호기 건설 시점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기존 LBB 평가 방식이 불확실해졌고, 파단 가능성 등 재평가를 통해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 80~90년대 건설된 한국형 원전은 다시 앵커볼트를 부착해야 하는가.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경우는 또 다른 설계 변경이 필요할까. 결국 LBB를 이유로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의 앵커볼트를 누락시켰다는 설명은 오히려 의문만 증폭시키고 있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기암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