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제법 늘었어요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6-29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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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주말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들 가벼운 마음일진 몰라도 난 마냥 그럴 수 없다. 사실 난 우리 집 일요일 요리 당번이다. 전날 아침이 되면 그제서야 뭘 먹을까, 뭘 만들까, 뭐가 쉬울까 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만들 음식을 위해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일요일 아침이면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다들 제때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아침 준비가 늦거나 불성실하면 아내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다. 아내는 매일 아침을 손쉽게 준비하는 것 같은데, 난 한 주에 겨우 하루만 하는데도 왜 이리 힘든 건지. 싱크대 앞에서 홀로 칼을 들고 있을 때면 왠지 외롭기까지 하다.


결혼 전에는 굳이 요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땐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저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기만 했다. 직장 생활에 쩔어 있던 시절이라 아침은 거의 공복인 상태로 출근하고 귀가도 늦어 집 밖에서 해결할 때가 많았다. 나름 공대 출신이라 요리를 하거나 배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요리가 생활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결혼 후 늘 아침을 먹어야 하는 아내와 삼시 세끼를 어머니 없이 우리 스스로 챙겨야 하는 상황이 내겐 낯설었다. 결국 아내와 열띤 썰전을 끝낸 뒤 아침 준비를 ‘당번제’로 하기로 합의를 봤다. 아내의 일방적인 제안이긴 했으나 당시 아내도 직장을 갖고 있던 터라 못하겠다고 버틸 수도 없었다. 결국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금껏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때 난 한 주일에 이틀을 준비해야 했다. 아침을 준비하는 일이 내겐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페에서 케이크와 빵과자 만드는 일을 하긴 하지만 이는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수많은 요리 중 처음에 내가 쉽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볶음밥이었다. 내 순서가 다가오면 볶음밥을 준비했다. 결혼 초기엔 햄, 감자, 양파만으로 매번 같은 볶음밥을 만들어 댔다. 매번 다르지 않은 식단에 아내가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한동안 난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고민은 더 늘어갔다. 그제서야 각종 레시피 정보를 참조하며 또 다른 볶음밥에 도전했다. 이러다 볶음밥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아내의 한숨과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시작했던 내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은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보곤 있지만 아직도 인터넷을 보고 따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땐 육수를 내는 것조차 힘들어 국과 탕을 피해 왔다. 내 선택지가 볶음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젠 국도 탕도 아주 가끔 만든다. 매년 아내가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인다. 실패할 확률과 시간적인 여유를 가늠해서 당일 아침이 아닌 전날 밤에 조리한다. 아이와 아내를 먼저 재우고, 난 앞치마를 입고 싱크대 앞에 선다. 아내에게 먹고 싶은 미역국을 사전에 알아 둔다. 그리고 조리법까지도 인터넷으로 검색해 둔다. 캡처해 둔 사진을 띄우고, 미리 준비해 둔 재료를 하나둘 꺼낸다. 아직 난 모든 재료를 눈앞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조리 순서에 맞춰 줄을 세워 두기까지 한다. 그리고 흐뭇한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아내의 생일은 우리 결혼기념일과 더불어 이미 여러 회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한날은 들깨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들깨 미역국’을, 한날은 다들 좋아하는 ‘쇠고기미역국’을, 한날은 별스럽게 ‘황태 미역국’을 만들어 정성 들여 바쳤다. 늘 아내의 웃음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좀 더 여유 있게 만들어 양가 부모님께도 드렸다. 잘 만들었다고 칭찬도 해주시니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내가 아들 생일과 부모님 생신 미역국도 날 보고 끓이라고 주문한다. 난감하네~


여전히 내게 요리는 어려운 과제와도 같다. 다가오는 일요일엔 우리 가족을 위해 무얼 만들까 상상하는 행복한 날이 내게 다가올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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