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원조 이론 ‘쿨레쇼프 효과’와 미디어의 ‘가짜 뉴스’ 생산 메커니즘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1-08-30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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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미디어에서 향수(香水)에 대한 선호 실험이나 지연 출발하는 차에 대한 반응 실험을 보면 브랜드에 따라 일반 대중의 반응이 달라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 표시가 없는 향수를 선택할 때는 향 그 자체에 집중하지만 브랜드 표시가 있는 경우 고급 브랜드의 향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연 출발하는 차가 저가일수록 신호등이 바뀌었을 때 더 빨리 뒤차의 경적소리가 울렸고 고가의 차에 대해서는 경적이 아예 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고급 브랜드일수록 더 좋은 재료를 쓰고 고급차를 모는 사람일수록 부와 권력을 더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한 불편함이나 두려움 중의 하나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가진 자가 더 많은 물량과 인맥을 동원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불리할 것이라는 상대적 편향감에 근거한다. 이는 직‧간접경험과 경직된 교육을 통해 고착된 현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입견이나 일반화의 오류 등 다양한 이론으로 분석하는데, 종종 소환되는 실증사례가 1920년대 소련의 감독인 레프 쿨레쇼프의 ‘이반 모주킨’의 실험이다.


사진1에서 러시아의 영화배우 이반 모주킨의 모든 표정은 무표정함으로 동일하지만 그 사이에 어떤 장면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표정을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짐을 나타낸다. 수프가 들어가면 배고픔을, 관 속의 소녀이면 슬픔을, 뇌쇄적인 여성이면 욕정을 느끼는 것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쿨레쇼프 효과라고 불리는 사진2에서는 앞뒤 남성의 표정이 바뀌는데, 그 사이에 다정한 모자(母字)의 모습이 있으면 그의 감정은 흐뭇함으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있으면 음흉함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판단은 보는 이의 일반적 경험에 의존한다.


서로 다른 숏을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영화적 기법을 ‘몽타주(montage)’라고 하고, 러시아 몽타주의 대표적 감독인 쿨레쇼프와 푸도프킨은 몽타주를 통해 극적 내러티브를, 에이젠슈테인은 서사적 내러티브를 구성했다. 예컨대, 군인들이 총을 쏘고 민간인들이 쓰러지는 장면 사이에 소의 목을 내리치는 도끼와 피 튀기는 장면이 들어간다면 ‘학살’이라는 극적 내러티브와 ‘부조리함’이라는 서사적 내러티브로 강화되는 것이다. 이런 편집기법은 현재 미디어에서 프로그램의 이슈 파이팅을 위해 ‘악마의 편집’이라는 자극적 장치로 활용되곤 한다.


한편, 두 사진 모두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컨텍스트(맥락)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사진1에서 이반 모주킨이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악마가 죽기를 바랐던 전제가 있었다면 그의 표정은 슬픔이 아니라 기쁨일 수 있다. 사진2에서 반라의 여성이 이 남성에게 거액의 사기를 쳤던 전적이 있다면 그의 감정은 음흉함이 아니라 분노일 수 있다. 언론 보도의 책무는 ‘사실(事實)’과 그 이면의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한 ‘진실(眞實)’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의도된 맥락을 교묘하게 섞어버리면 ‘가짜 뉴스’라는 허위 정보가 생산된다.

 

▲ 사진1. 이반 모주킨의 실험

 

▲ 사진2. 쿨레쇼프 효과

‘가짜 뉴스’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쿨레쇼프 효과를 목표한다. ‘기사’라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 얼굴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하는 눈 부분만 떼어 가져오고, 나머지 코, 입, 귀는 여기저기서 따로 잘라 와 ‘얼굴의 형상’을 ‘창작’하는 것이다. 성별이 뒤섞이거나 비율이 제멋대로인 기괴한 모습이라도 독자나 시청자는 ‘가짜 뉴스’가 의도하는 강렬하고 극적인 이미지와 그것이 주는 서사적 감정만 기억한다. ‘가짜 뉴스’의 의도적으로 조작된 컨텍스트는 이반 모주킨의 무표정한 얼굴 사이에 삽입된 장면들처럼 실존하거나 경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비논리와 오류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쨌든 눈, 코, 입, 귀라는 얼굴의 형식을 갖췄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일반 대중은 사실과 진실 간 컨텍스트를 확인할 의지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향수의 브랜드와 품질 사이의 조작된 몽타주가 아닌 향 자체를 판단하는 것과 고급차를 타는 사람 중에는 형편에 맞춤이 아닌 허세를 부리는 자도 있음을 아는 것은 진실의 직시에 필요하다. ‘가짜 뉴스’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편집된 결과물이 아닌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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