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탁은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8-31 0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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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시험 치러 서울에 다녀왔다. 토요일 9시까지 시험장 입실이라 전날 올라갔다. 큰애는 친구네에 1박으로 보냈다. 이른바 분리 작전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서로 발차기하면서 싸우기 때문에 둘을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애들 싸움이 남편의 가장 큰 스트레스다. 남편 보호 차원에서 미리 친구네를 섭외했다.


마침 친구네 동생이 생일이라 큰애는 풍성한 식탁을 맞이했다. 나는 한 가지 요리만 식탁에 올린다. 젓가락이 여기저기 갈 일이 없다. 때론 숟가락만 있으면 된다. 자기 앞에 놓인 그릇을 비우면 식사는 끝이다. 골고루 먹으라는 말 대신 싹싹 다 먹으라고 한다. 요리와 설거지를 줄이는 방법을 찾다 보니 점점 간소해졌다. 영양을 포기했냐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렇진 않다. 현미잡곡밥에 야채를 풍성히, 아쉽지 않게 고기반찬도 한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 생선 요리는 안 한다. 요리해본 사람은 알 텐데 고기보다 채소 반찬이 더 번거롭다. 고기는 굽거나 볶거나 삶으면 그만인데 채소는 샐러드가 아닌 이상 과정이 추가된다. 그래도 나는 채소파다. 


큰애가 이유식이 끝나갈 즈음 식판을 맞이했다. 고등학교 때 하루에 두 끼를 급식으로 먹었던 후로 얼마 만인지. 급식 먹을 때는 칸마다 반찬이 채워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집에서 마주하니 반찬 3가지를 담는 구성이 부담스러웠다. 기껏 칸마다 채웠는데 안 먹는 모습을 보면 화도 났다. 나는 가짓수를 버리고 평화를 선택했다. 남편도 애들도 한 끼는 급식으로 먹으니 어느 정도 믿는 구석도 있다. 영양사가 5대 영양소에 맞춰서 식단을 잘 짜준다는 믿음 말이다.


한 가지 요리를 하려면 메뉴 선정이 중요하다. 부엌 선반에 요리책이 다섯 권 쌓여 있다. 인터넷에도 레시피가 다 나와 있지만 책을 펼쳐놓고 하는 게 편하다. 자주 보는 요리책은 물기에 젖었던 흔적이 곳곳에 있다. 큰애가 자기 먹고 싶은 메뉴에는 크게 동그라미를 쳐놓았다. 땡초 없는 된장찌개가 섭섭한 나는 매운맛도 좋아한다. 애들이 라면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도 조금씩 넣고 있다. 우리 집 애들은 밥을 잘 먹는다. 맛있다는 말도 곧잘 하고 “잘 먹었습니다” 인사는 일부러 가르쳤다.


나는 마른 체형이다. 말랐는데 많이 먹는다가 내 캐릭터다. 누가 맛집을 소개해주면 가보는 편이다. 맛집 찾아가는 욕심이 있다. 가리는 음식도 없고 알레르기도 없다. 포장해와서 먹는 것보다 가서 먹는 게 훨씬 좋다. 포장해오면 음식의 온기가 떨어진다. 괜히 맛도 덜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싫다. 그런 이유로 시켜 먹는 일도 거의 없다. “밖에 음식은 독이다.” 친정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내가 집밥을 고집하고 한정식을 좋아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식당에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걸 보면 일단 감탄하다가 곧 난감해진다. ‘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먹지? 남기면 쓰레기가 될 텐데. 먹을 만큼만 주셔도 되는데.’ 어릴 때는 마른 내가 밥도 깨작깨작 먹으면 재수 없어 보일 것 같았다. 잘 먹는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어른이 밥을 퍼주면 덜어내거나 남기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밥을 담으니 적게 담는다.


밖에서는 집보다 많이 먹는다. 집에서 내가 해 먹기 어려운 걸 먼저 공략한다. 접시가 하나씩 비워질 때마다 뿌듯하다. 도장깨기하는 기분이다. 누군가 배려 차원에서 비워진 접시를 다시 채우면 허탈하다. 접시에 모호하게 한두 개 남아있으면 배가 불러도 먹는다. 고로 나는 음식 남기는 게 싫어서 많이 먹는다. 나만 봐도 밥상머리 교육이 무시 못 한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집에서 해먹기, 싹싹 깨끗이 먹기.’ 내가 배운 2가지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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