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_[시론] 정치‧선거판의 욕망러들에 권장함, <머니 볼>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교수 / 기사승인 : 2022-05-24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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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 볼> 포스터

 

<머니 볼>(2011, 베넷 밀러)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볼 만한 이유가 된다. 할리우드 가십에 따르면, 브래드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야기에 매력이 있다면 극중 역할 비중에 상관없이 배역을 맡는다. 그가 선택한 영화는 관객이 선택해도 좋을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작품성만으로 단역, 조연, 특별출연한 작품들도 꽤 있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미나리>(2020, 정이삭), <옥자>(2017, 봉준호), <문라이트>(2016, 배리 젠킨스) 등의 기획자이자 <더 킹: 헨리 5세>(2019, 데이비드 미쇼), <뷰티풀 보이>(2018, 펠릭스 반그뢰닝엔), <바이스>(2018, 아담 맥케이) 등의 제작자로도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숲을 보는 자가 최소의 품으로 가장 아름다운 숲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머니 볼’은 유명세나 평판이 아닌 통계와 분석을 통해 기능적으로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실증적 ‘이론’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만년 하위 팀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이 소수의 유명 선수 대신 적은 돈으로 무명 선수들을 영입해 2002년 8월 13일부터 9월 4일까지 23일 동안 20연승을 기록했다. 빌리의 시도는 경직된 야구계의 조롱과 비난으로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서 미국 프로야구 역사 140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미국 프로야구계는 그의 ‘머니 볼’을 구단 운영방침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울산은 당적이 허용되지 않는 교육감 후보에 2명, 더불어민주당 63명, 국민의힘 66명, 정의당 4명, 진보당 10명, 노동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7명이 출마했다. 유세가 필요조건이 아닌 광역‧기초 비례대표 후보 21명을 포함해 총 156명이다. 거칠게 계산해서 한 캠프에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를 100명씩 잡으면 캠프 소속원은 1만5600명이고, 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울산 유권자 수 94만2210명의 약 1.7퍼센트에 해당한다. 캠프 구성원을 100명으로 균등 적용할 때 캠프 소속원 1명이 평균 약 59명 이상을 설득할 수 있다면 이기는 선거가 된다. (물론 실제 계산은 고려할 변수가 훨씬 더 많다.)

 

▲ <머니 볼> 스틸. 감독이 구단주의 결정에 불만을 갖고 경기를 지켜보는 장면.

캠프 소속원이 전체 유권자 수의 약 1.7퍼센트라고 했지만 학생, 직장인, 재외 유권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이들 대부분이 캠프에 관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선수’ 품귀 현상과 비전문성의 유사 전문성 또는 ‘뇌피셜’ 선거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도 2018년 총선부터 지난 20대 대선과 이번 지선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여러 차례 섭외가 들어왔고, 실제 더불어민주당 캠프에 참여했다. 보궐선거와 교육감 선거만 더하면 울산의 정치선거판은 한 번씩 경험하게 된다.


2017년 8월 총선 예비후보를 만난 때부터 그 캠프 구성원들을 겪으면서 집필을 시작한 책이 있다. 장르를 임의로 ‘정치 다큐멘터리 북’이라 지었다. 아직 가제에 머물러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땐 <욕망의 도가니>였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책 제목은 <쓰레기통>으로 바뀌었고, 이번 지선에서 제목을 공백으로 두고 있다. <욕망의 도가니>였던 때는 필자의 눈에 일천한 경험으로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나무가 숲인 체하는 모습들에 넌더리가 났다. 욕망은 있되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입만 살아있는 비천한 모습에 염증이 났다. <쓰레기통>에서는 구질구질한 욕망만 가득한 각개 군상들의 난투극에 혐오감이 일었고, 이번 지선 캠프에서는 아직도 시청에 있다고 착각하며 선거라는 압축된 시간을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롱텀(Long Term) 감각으로 욕망만이 득실거리는 쓰레기통에서 질식할 것 같았다.


제목을 공백으로 둔 이유는 그럼에도 정치에 대해 진심인 자들이 있고, 작은 나사쯤 되는 역할일지언정 본인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까지 은유적인 ‘쓰레기’로 치부하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비난하고 싶은 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모르고, 선택과 집중하는 방법을 모르며,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 역량보다 훨씬 더 커서 타인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폄훼할 뿐이다. 게으르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면서 그 짧은 ‘권력’을 쥐고 누리고 싶은 처참한 크고 작은 욕심은 덤이다.


그들에게 참고하라고 제시해주고 싶은 영화가 <머니 볼>이다. 선거판은 영화판과 유사한 틀을 갖고 있으나 성질은 완전히 다르다. 프로젝트에 모여 집중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각각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선수들의 전문성이 선거판에는 거의 없다. 선거판은 정치 입문용이거나 욕망의 구현을 위해 비전문성과 적은 경험으로 질서 없이 모인 집단이고 영화판은 전문성과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경력자 또는 경험자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 <머니 볼> 스틸. 구단주 빌리 빈이 무명 선수들을 격려하는 장면.

21세기는 정치가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폴리테인먼트 시대다. 어느 분야든 기획이 가장 중요하고, 빠르게 결정한 뒤 더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엔터테인먼트의 미덕이자 기본이다. 특히 헤쳐 모여, 하는 선거판은 더 수준 높은 직관과 더 빠른 실행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 모둠에서 자신의 역량을 명확히 알고 작든 크든 그 역량에 맞는 일에 충실하면 된다. 당선 이후 받아먹고 차지할 자리 욕심이 선행하면 기획과 결정, 실행은 누가 하는가. 욕망?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욕망의 크기에 따라 손가락 하나, 팔 하나, 다리 하나, 아니면 머리통이나 몸통 전체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작은 나사 하나 헐거워지는 것으로 고속도로에서 차가 주저앉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승리해야 각개 욕망이 실현된다. 손 하나라도 더 필요한 냉혹한 선거판에서 숲을 보는 자의 지혜를 <머니 볼>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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