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창현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외래교수 / 기사승인 : 2022-06-20 0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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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미사일

올 들어 북은 18번에 걸쳐 미사일을 쏘았다. 작년부터 ‘자위권’ 차원의 명목으로 순항미사일, 탄도 미사일 방사포, 장거리 ICBM에 이르기까지 북이 가진 모든 무기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곧 군사정찰 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고 7차 핵실험도 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고 있다. 이미 수소탄까지 완비한 북이 굳이 전술핵 문제 때문에 핵실험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강한 의문은 들지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결같다. 새벽부터 NSC 회의를 소집해 깨지 않는 목소리로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동해안으로 미사일을 날리는 방식이다. 하루 8발 쏘면 바로 8발로 반응하는 식이다. 그리고 예외 없이 한마디 한다. “규탄”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성적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 이런 식으로 북의 거침없는 전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북에서 받지도 않겠지만 코로나 백신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런 실효성 없는 제재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안보리 제재 결의는 이제 불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입장이 분명하다. 북에 대한 일방적 제재 방식은 전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두 나라는 가역 조항을 들고 나와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알다시피 가역 조항이란 유엔 제재를 결정할 때 제재는 영원한 것이 아니고 언제든 수정 혹은 해제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비토권을 가진 두 나라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표결까지 하는 건 명분뿐이지 실효성이 전혀 없다.


북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호 발사실험에 성공한 이후 스스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작년 8차 당 대회 결정 이후 경량화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북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어 갈 것이다. 지금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계속 고집할 수 있을까? 이 판에 CVID를 계속 요구한다면 비웃음만 받을 뿐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어렵게 만든 핵무기를 아무런 담보 없이 없앨 수 있겠는가? 안 되는 걸 자꾸 반복하는 건 바보짓이다.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을 제어할 순 없다. 북에 제재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이 굴복할 때까지

미국은 2019년 하노이에서 명분과 실리를 다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인류 역사상 핵 무력을 완성하고 경량화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가 스스로 비핵화를 약속하며 평화협정과 관계 회복 협상에 나선 경우가 있는가? 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금 와서 통탄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북은 하노이 노딜 이후 그해 연말까지 협상의 진전을 기다려 보다가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은 시간 낭비임을 선언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미국이 굴복할 때까지 핵무력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며 경제적 어려움은 자력갱생으로 극복한다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북은 공언한 대로 프로세스를 밟아 가고 있다. 미국의 굴복은 무엇을 의미할까?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적대 정책을 청산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답을 들고 오라는 것이리라. 그야말로 온갖 수모를 감수하라는 뜻이다.

결국 힘의 관계

그렇다. 미국은 북에 주동성을 빼앗겼다. 말풍선으로 현실의 불안과 위험을 타파할 수 없다. 일방적인 국제관계란 없다. 신냉전의 시대가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같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때도 사이가 나빴던 중국과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패권이 무너져 가는 미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가치동맹이니 포괄적 글로벌 동맹이니 하며 패거리를 모아들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튼튼한 결합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엄청난 힘이다. 북이 주동적으로 이 힘과 결합해 들어가고 있다. 시시각각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일이 손을 잡고 북중러가 손을 잡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려 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세상이 바뀌었는데 계속 같은 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가려고 하면 망한다. 정세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애써 눈감고 귀 막으면 또 망한다. 변화에 민감해야 산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정하면 된다. 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 실체를 인정하고 체제 안전 보장과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제재를 풀고 경제발전에 협조하며 적대 정책 폐기를 선언하라. 북은 그 어렵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일심단결’, ‘선군’의 힘으로 체제를 지켜낸 놀라운 저력을 갖고 있다.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제재를 확대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말풍선만 날리는 방식으로 그 어떤 답도 없을 것이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김창현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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