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를 기억하는 대통령,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1-10-12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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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이번 달부터(10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 수급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 문제로 끊임없이 비판받아 왔다. 현 정부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왔지만 이렇게 빨리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당초 목표보다 1년 앞당겨 폐지한 것이다. 이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저생활 기준이 새롭게 마련됐다. 


여전히 기초생활수급 노인과 차상위 노인의 소득 역전을 이유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제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있는가’도 쟁점이다. ‘의료급여 수급 선정 기준’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있다.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면 선정될 수 있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30% 이하일 때 선정되는 생계급여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40만 명의 삶은 달라진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송파 세 모녀’를 잊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을. 실업급여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한계,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등 또 다른 제도적 허점들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따로 하자.


부양의무자 기준은 생활보호법(1961년) 시행 시기부터 이어져 왔다. 60년 만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각종 문헌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언급돼 있다. 구호가 필요한 사람은 가족이나 보호자가 돌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알고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뿌리가 아주 깊은 정책이고 문화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도 대개는 가족이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교육과 치안, 대중교통, 환경문제가 권리이듯이 복지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권리다. 모든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가족 모두를 건사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나눠서 세금을 내고,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대통령과 지자체장, 공무원들은 이를 집행한다. 


그동안은 소득과 재산이 낮고, 질병과 사고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가족들에게 부양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그만큼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 마을에서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던 어르신도 소식 모르고 지내던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하자 농약을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갔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 때문에 얻은 후유증으로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이번 조치로 삶이 나아질 사람들은 또 있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다. 나와 함께 정책 파트너로 일해 온 공무원들의 말은 이렇다. 일부 부정수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진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자를 대고 줄을 그어서 탈락시키는 공무원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이런저런 기준으로 탈락시키거나 생계급여 지급을 중단했을 때 공무원이 겪어야 할 문제들도 있다. 민원 업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험한 말은 일상이 됐다. 때로는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혼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번 조치로 공무원들 역시 수급 자격 조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민원 응대할 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시간에 복지 사각지대를 더 발굴하고, 사례관리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혼자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한 번 더 방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형편이 어렵거나 어려워진 사람은 일단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로 가자. 소득이 조금 높아서 생계급여 수급자는 못되더라도 주거급여나 교육급여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긴급복지 제도처럼 다른 방안도 있다. 읍·면·동마다 사회보장협의체들이 있기 때문에 이웃 주민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 같은 마을활동가를 만날 수도 있다. 지레 포기하지 말고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해치기 전에 행정복지센터로 가자. 영혼을 되찾은 공무원과 당신의 이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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