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조기기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1-10-12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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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전동휠체어로 처음 걸었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는데, 벌써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전동휠체어의 내구연한이 6년이라서 전동휠체어를 교체할 수 있는 시기가 됐고, 이번에도 전동휠체어 구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등록된 장애인인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장애인보조기기를 구입할 경우, 구입 금액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급여비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는 ‘몸의 일부’다. 즉, 전동휠체어는 편리를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보조기기를 지원받는 일이 불가능하다. 전동휠체어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전동스쿠터 기준에 적합하다는 처방전만으로 전동스쿠터를 지급한다면 해당 장애인에게 필요 없는 전동스쿠터를 지원받을 필요가 있을까?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전폭이라고 생각한다. 전동휠체어는 회전폭이 좁아서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조이스틱과 버튼을 사용해 조작하기 때문에 실내외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동스쿠터는 회전폭이 크고 조이스틱이 아닌 휠을 이용하기 때문에 조작도 어렵다. 회전폭이 큰 전동스쿠터로 출입문,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을 편하게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코로나19가 생기기 전, 친구랑 함께 경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태화강역에서 무궁화호에 탑승해 경주역에서 내렸고, 친구는 태화강역이 집에서 가깝지만 울산역으로 가서 KTX를 탑승하고 신경주역에서 내렸다. 함께하는 여행인데, 왜 따로 움직였을까? 태화강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오래된 기차)는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여유폭이라서 전동스쿠터의 길이로 탑승이 불가능하다.


현재 장애인보조기기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해당 병원으로 가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처방전에 어떤 기준으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로 나뉘는지 알아보니, ‘뇌병변장애, 지체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기타 중복 장애인으로 보행 장애로 100m 이하 보행을 하지 못하여야 하고, 양쪽 상지 중 전동휠체어는 한쪽 상지의 근력 등급이 0~3등급이 되어야 하며, 전동스쿠터는 한쪽 상지의 근력 등급이 4~5등급이 되어야 한다.’라고 돼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일상생활과 활동을 하고, 주거환경에서 전동휠체어가 더 필요한지, 전동스쿠터가 필요한지 ‘왜 물어보진 않는지?’ 궁금하다. 처방전으로 판정받은 장애인보조기기로 6년을 살아야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더 필요한 전동휠체어가 아닌 전동스쿠터로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애인 당사자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등을 고려해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는 처방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으면 좋겠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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