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법률> 정답이 없는 두 문명의 충돌, 결혼

박현철 법률사무소 법강 대표변호사 / 기사승인 : 2022-05-09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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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무실 이 변호사님이 곧 결혼한다. 언젠가 프로포즈를 했을 것이고 언젠가 결혼식을 하고 신혼 여행을 다녀올 것이며 언젠가 모를 시간이 겹쳐지면서 결국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은 칼럼을 통해 필자가 가진 법률적 지식을 나누는 시간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결혼에 대한 가벼운 생각을 전하는 시간으로 대신할까 한다.


법률사무소 법강 변호사들은 한 달에도 수많은 부부의 헤어짐을 처리한다. 변호사가 아니었더라면 마주하지 않았을 수백 수천 가지 부부의 유형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 중에 함께하게 된다. 민법 840조에 규정된 부정행위나 폭행 또는 시부모님들과의 다툼처럼 사유가 분명한 경우도 존재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이별에 이르는 많은 경우는 ‘두 문명의 충돌’이 결국 화합과 융화로 이뤄지지 않고 ‘식민화 또는 분단화’로 치달은 경우인 듯하다. 이 부분은 어느 부부에게나 찾아오는 것 같은데 그 충돌의 무게만 다를 뿐이다.


필자는 결혼 예식 중에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평소 가까이 지낸 두 신부님이 필자에게 한 조언이 편지의 주된 내용이었다. A 신부님은 “부부의 연이란,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알고 하나 되는 것입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없어야 합니다”라는 부부일체설을 주장했고, B 신부님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한 타자이고 그 어떤 순간이 도달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해하려는 헛된 시도를 하지 말고 인정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세요”라는 이해불가설을 주장했다.


어떤 학설이 다수설 또는 정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결혼식 다음 날 프랑스 파리로 떠난 신혼여행 첫날, A 학설은 환상에 불과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내는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들을 둘러본 뒤, 노트르담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근처 셰익스피어 책방을 구경한 다음 미슐랭에 소개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필자는 호텔 조식 마감 시간인 오전 10시까지 일어나지 않고 잠을 청하고 12시쯤 겨우 일어나 파리에서 유행이라는 우버이츠를 통해 파리의 배달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했다. 법학석사의 치밀함과 영문학도의 섬세함 그리고 정치학 전공자의 근면함을 지닌 아내와 타고난 자유로움과 휴일 수면이 약이라고 생각하는 게으름, 그리고 작가를 꿈꾸던 자의 개인주의로 똘똘 뭉친 필자의 문명이 충돌하던 순간이었다.


그날 알았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 격차는 좁혀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인정하고 사는 연습을 계속해 오고 있고, 지금도 그 연습은 계속되고 있다.


필자가 누군가에게 결혼생활의 정답을 전달하기에는 아직 우리 부부의 시간조차 막 유아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벼운 편지로 내 결혼생활을 소개했으니, 기적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이 변호사님 역시 정답이 없는 문명의 충돌을 마주하며 적절한 해답을 찾길 기도한다.


박현철 법률사무소 법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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