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리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정승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1 19:22:38
  • -
  • +
  • 인쇄
다큐멘터리 <반구대 욕망> 제작노트
이민정 영화감독 인터뷰
▲ 대곡리 주민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이재권 이장 [출처 - 반구대 욕망 다큐멘터리 ]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이슈는 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문제로 귀결된다. 암각화가 있는 대곡리 주민들은 암각화에 가려 언제나 소외된다. 주민들의 민원은 묵살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기 일쑤다. 1년 전 한 영화인이 이 문제에 관심가지며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영화인이자 대경대학교 방송영상과의 이민정 겸임교수다. 11, 두왕동 테크노산업단지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민정 = 20135월부터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이다.

 

Q. '반구대 욕망' 다큐멘터리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민정 = 대곡리는 작은 산을 경계로 바깥쪽의 반구마을과 안쪽의 한실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후 계속 살아가는 이들, 외지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들, 오랫동안 머물러 원주민과 같은 이들, 그리고 외지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최근 명승 지정과 유네스코 등재 문제로 관과 주민들, 주민과 주민들 간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 작고도 아름다운 마을에서 누군가는 민물 어업권의 문제로, 누군가는 삶의 터전 문제로, 또 누군가는 생존의 문제로 각기 마음에 생채기들을 안고 산다. 특히 지난봄에 집행하기로 약속된 울산시의 대곡리 일자리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암각화의 문제에만 집중할 뿐 이곳에서 태어났고,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그래서 주민들은 내가 든 카메라 앞에서 속내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실 되게 드러내며 호소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대곡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크고 작은 욕망에 대한 기록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반구대 욕망>이다.

 

Q. 다큐멘터리를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이민정 = 2019년도에 저예산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촬영지를 찾던 중 아버지께서 한실마을을 소개해주셨고, 반구대마을의 '암각화 사진 속으로'란 식당에 들렀다. 그때 식당 주인 부부의 하소연을 듣게 됐는데, 당시는 극영화 제작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라 그분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그런데 팬데믹 시국에서 영화계도 얼어붙었고 특히 중·저예산 영화제작은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간절곶과 반구대를 소개하는데, 다시 반구대에 갔고, 그 식당을 찾았다. 부부는 그때 얘기한 내용을 또 다시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렇게 손님들에게 말하는 게 유일한 소통이라고 했다. 몇 달 지나 2020년 가을, 다시 식당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복잡한 갈등이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반구대 욕망이라는 이 다큐의 시작이었다.

 

▲ 명승 지정 과정에서 회의하는 대곡리 주민들 [출처 - 반구대 욕망 다큐멘터리 ] 

 

Q. 다큐멘터리를 어떤 과정 혹은 방식으로 제작했는지.

 

이민정 = 처음에는 두 부부의 어업권에만 초점을 맞췄다. 촬영이 끝날 무렵인 작년 12, 대곡리 이장 선거가 있었고, 직후 반구대 명승 지정과 유네스코 등재 문제가 이슈화됐다. 그 과정에서 관과 주민들 간의 문제, 주민과 주민 간 갈등 등 여러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이 과정도 기록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전체 마을 총회에서 이장님 이하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대곡리의 역사를 기록하기로 약속했다.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대부분의 마을주민과 인터뷰를 했고, 촬영 분량은 100시간 정도 된다. 초기에는 마을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올라갔고, 주말이면 아침에 올라가 저녁에 내려오곤 했다. 지금은 1편을 편집 중이라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간다. 또 마을 주민들에게 작은 캠코더를 준 뒤 내가 미처 기록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그들이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카메라를 통해 그들은 객체에서 주체가 됐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카메라의 힘은 대단하다. 갈등하는 주민들 사이의 소통 창구이자 중재 역할을 하고...또 오롯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카메라 앞에서 진실한 목소리가 편안하게 나온다.

 

Q. 첨예한 갈등을 기록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겠다.

 

이민정 = 힘들다기보다 곤란했다. 워낙 이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결례나 실수한 외지인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컸다. 이분들의 믿음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의를 인정했는지, 최근엔 농담 삼아 대곡리 명예주민이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Q. 그렇다면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고통 받거나 힘들어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민정 = 명승 지정 과정에서 대곡리를 발전시키고 복지 혜택을 주겠다고 지자체에서 약속했는데, 올해 초에 실행이 확정됐던 일자리 제공 관련 예산이 집행 안 되고 있다. 주민들이 상당히 고통 받고 있다.

 

Q. 왜 그 예산이 집행 안 되는 것인가.

 

이민정 = 관의 입장은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집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댄다고 들었다. 공산당도 아니고, 만장일치가 쉬운 일인가. 반대 목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일자리 제공을 약속했고, 약속했으면 집행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아무래도 만장일치를 원하는 모양이다.

 

▲ 대곡리 이재권 현 이장(완쪽)과이영준 전 이장(오른쪽) [출처 - 반구대 욕망 다큐멘터리 ] 

 

Q.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나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이민정 = 반구대에는 영상이나 사진 촬영하는 분들이 제법 많이 오간다고 한다. 대부분은 암각화와 주변 풍광 촬영에 집중하다. 나는 오로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국보, 유네스코, 암각화 보존. 울산과 대한민국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결국 암각화를 지켜온 이들은 이분들이다. 이분들의 삶과 미래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Q. 아버지인 이태우 도예가와 함께한 도자영상전에서 다큐멘터리 <반구대 사람들>을 짧게 공개했다. 도자영상전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이민정 = 주변에서 도자영상전은 처음 들어본다는 말을 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아버지께서는 작품 활동을 계속 해오셨고, 반구대를 주제로 도자기를 20년 넘게 만들어오셨다. 도자 전시회를 준비하고 계시던 차에 다큐 촬영으로 반구대에 자주 오가던 내게 함께 전시회를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12월 전시회에 앞서 상징적으로 반구대에서 이틀간 짧게 하기로 했는데, 9암각화사진속으로마당에서 연 도자영상전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 연말까지 연장했다. 이틀 동안 200장의 리플렛이 모두 나갔고, 반구대 예술인들의 공연과 주민들의 농작물 판매까지 반응이 뜨거웠다. 작은 전시회 하나의 파급효과가 이렇게 크다니, 놀라웠다. 크고 작은 콘서트나 문화 예술 관련 활동 제안들이 들어왔고,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함께 전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추후 이 장소와 기회를 기반으로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대곡리의 생계와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계획이 있는가.

 

이민정 = 현재 3편의 다큐를 동시 진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100년을 이어온 한국의 소리, 명창 박윤초>라는 판소리 관련 다큐와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분석하는 <기관총과 부활>, 그리고 <반구대 욕망>이다. <기관총과 부활>12월에 두 차례 발표하고, 내년 초 국제영화제에 출품한다. <반구대 욕망>은 장편으로 완성해 내년 하반기 국제영화제에 낸다.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와 달리 작업공정이 지난하다. 시간과 정성, 그리고 응용력과 융통성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계속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