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마을 곳곳에 땡땡마을 같은 공유 공간이 생겼으면”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0-14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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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김미진 운영실장

▲ 김미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운영실장. ©구승은 인턴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울산 토박이다. 도시에 살다가 18년 전에 산골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시골에서 살고 있다. 시골에서 지내면서 우리가 사는 마을,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 활동을 하게 됐다. 활동하던 중에 상북중학교가 폐교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 상북중학교 공립화 운동에 참여하게 됐고, 이후 상북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지금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운영실장을 맡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마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마을에서 시골 작은 학교를 살리는 활동을 하다가 산촌유학까지 활동이 이어졌다. 소호분교는 해마다 폐교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산촌유학을 통해 귀촌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아이들도 늘어나면서 소호분교가 활성화됐다. 학생 수가 적어서 2개 학년의 학생들을 1개 학급으로 묶어 수업하는 복식수업을 해오다가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전 학년이 단식수업으로 바뀌게 됐다. 특히 아이들 입에서 시골에서 지내니 자유롭고 재밌고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기 위해 어른들이 협력해나갔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의 삶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교육이 됐다. 


그렇게 산촌유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산촌유학 현장들, 활동가들을 만나게 됐다. 그때 농촌의 문제가 우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농촌이라서 생기는 지역문제가 분명 있더라. 공동의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아이들을 상북중학교로 보내는 걸 기피하더라. 이러다가는 상북중학교도 폐교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북에는 마을 교육을 활성화해보자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함께할 사람을 찾고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좋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좋은 학교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으쌰으쌰하면서 함께 활동했다. 


먼저 상북초등학교 소호분교 6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 40명 정도 참여했는데, 상북중학교에 보내겠다는 사람이 10명도 채 안 되더라. 그런데 공립화가 되면 생각이 바뀔 것 같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왔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이런 의견이 나왔다. 마음을 버린 게 아니라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북중학교 공립화 운동을 시작했다. 공립화가 진행되면서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상북중학교에 진학했다. 다음 해에는 학생 수가 늘어나 두 학급이 운영됐고, 작년에는 혁신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북중학교가 공립으로 전환된 지 3년이 됐는데,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더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 시골만의 장점, 마을과 함께한다는 장점, 혁신학교의 장점, 이런 것들이 더해져서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학교가 된 것 같다. 학교의 노력, 그리고 학교가 바뀌기를 바라는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의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을에서 활동하는 한 명의 주민이자 마을활동가로서 활동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활동가가 처음부터 어떤 대단한 철학이나 가치를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활동가가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적극적인 마을 시민이 된 것이다.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철학이나 가치가 별다르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관심이 있어서 접근했던 거다. 시골에 살다 보니 아이들이 줄어드는 게 걱정됐고,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가 생기기를 바라게 됐고, 시골에 있던 좋은 학교가 유지되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옳은 일에서 출발한다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자기 일로만 한정 짓지 않나. 그게 지역, 사회, 세상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잘 잡아가면 활동가가 되는 것 같다. 누구나 다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고, 어쩌면 누구나 다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무언가를 가졌다고 활동가가 되는 게 아니더라. 결국은 무언가를 해결해 보고 싶은 욕구, 바람,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서 자기 문제와 세상과의 문제를 잘 풀어나가고 매듭짓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해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요즘 기후위기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 않나. 그걸 풀 수 있는 통로나 연결고리가 분명 있을 텐데 그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든 아니면 가정에서든 우리가 진짜 교육을 했는가. 이때까지 우리가 해왔던 교육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그 본질에 맞게 우리가 교육해 왔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럼 교육의 본질에 맞게 교육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지금은 해법을 찾아 나가고 있다. 


교육의 본질에 맞게 교육한다는 건 아이들의 본성을 잘 꺼내주고 자연스럽게 풀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입시교육, 경쟁교육으로는 아이들의 본성을 살려내기는커녕 오히려 죽이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맞게 아이들이 자기 본성을 잘 드러내고 살 수 있도록, 이를 통해 세상에도 이롭고 세상을 좀 더 선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교육이 되면 좋겠다. 이때까지의 활동도 그런 생각 속에서 했던 것 같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Q. 마을교육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어떻게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로 연결됐는지?


학교가 변하기를 바라는 마을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마을교육 활동을 했다. 마을배움터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마을교육에 대해 같이 공부도 하고, 함께 농사도 지었다. 시골에서 아이들이 갈 곳도 없고 할 거리도 없다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재미난 활동을 해보자고 해서 청소년자치프로젝트 ‘마구마구펀펀’을 진행했다. 마을 청년, 마을 주민들이 멘토가 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을과 함께하는 축제도 만들었다. 작은 시골학교 축제에 마을 어르신들이 대거 참여했다. 함께한 학생들과 주민들이 상북에 살아서 너무 좋다, 상북에서 학교를 다니니까 즐거운 일이 많다, 이런 말을 하더라. 


그러면서 이런 좋은 기운들을 담아내는 거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공간은 원래 ‘다담은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미술체험과 전시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제공해온 곳이었다. 이 좋은 공간을 마을의 거점 공간으로 새롭게 바꿔보자고 해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공간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재능을 가진 마을 주민과 청년들이 마을교사가 돼 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도시의 아이들도 농촌으로 와서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는 공간,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로 나가서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울산에 다양한 마을교육공동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 그걸 학교와 연결 지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이런 마음들을 모아 교육청에 적극 제안했고, 그 결과 울산교육공동체거점센터로 탈바꿈됐다.

Q.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의 현재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라는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의 운영 주체는 교육청이다. 이제는 평생학습 시대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배움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의 역할은 학교만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학교 담장 너머 아이들이 사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하며, 지역사회가 건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육청의 역할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주민자치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아이들은 생각하지 못하더라.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주민이자 시민이다. 그렇기에 지자체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세상과의 고리인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서 지역의 교육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협력 구조가 만들어지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마을마다 힘을 결집하고 네트워크를 이뤄서 조금 더 큰 힘을 가지는 구조가 이뤄지길 바란다. 아직 마을의 힘이 약한 것 같다. 관에서 협력을 이루고 마을에서 힘 있게 활동해나가서 민관학 거버넌스가 조금 더 잘 작동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공간은 앞으로 마을자치배움터가 되길 바란다. 마을 주민들이 이용자 입장에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장이 돼야 한다. 관에서 지원하되 최대한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자치적으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그리고 청소년들이 졸업하고 난 후에도 자치적으로 배움을 만들어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배움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자치배움터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도 땡땡마을 같은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 역시 동네 곳곳에 이렇게 넓지 않더라도 작은 공유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바람을 내 집에서 내 공간에서 내 소유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 자산으로 해결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들이 우리 지역에 많아지면 좋겠다. 아무리 지금 사회가 삭막하고 위기에 빠졌다고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지 않나.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따뜻한 공간,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동네 곳곳에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도 아직 실험 중이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함께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그리고 기본이 돼야 할 안전 때문에 시민들의 자치활동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규정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같이 지켜나가되, 그걸 뛰어넘어 ‘사람’을 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가 다른 곳과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공간을 찾아주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맞이하고 환대해 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으로 사람들을 오게 하고, 관계를 맺게 하고, 자발적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그런 공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곧 행정서비스, 교육서비스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반갑다고 환대해 주고, 서로의 안녕을 걱정해 주는 ‘안녕’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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