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서 교사로 사는 즐거움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1-12-14 00:00:54
  • -
  • +
  • 인쇄
교육 톺아보기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들판 길을 따라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우리 반 민재가 강아지 최강이와 놀고 있다. 강아지의 똥을 치우는 일은 민재 담당이라 어떨 땐 삽과 빗자루를 들고 강아지 똥을 치우기도 하고 어떨 땐 강아지 교육을 시키고 있거나 강아지와 놀던 민재는 내가 가까이 가면 “선생님” 하며 달려온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다 보면 청둥오리가 물 위에 동동 떠다니기도 하고 두루미가 아침 식사를 위해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백창우의 겨울 물오리를 몇 번 흥얼거렸더니 민재가 옆에서 곧장 따라 부른다. 이제 민재는 청둥오리만 보이면 큰 소리로 겨울물오리 노래를 부른다. 연화천을 따라 오솔길 같은 길을 걸으며 바로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겨울 철새들이 주는 정감은 태화강에서 보는 새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낙엽이 진 숲 사이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보이면 자연스레 노래가 흘러나온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노래가 끝나면 민재는 “선생님! 시작하시죠? 세 글자입니다.” 스무고개를 하자는 뜻이다. 요즘 민재는 스무고개에 빠져있다.


“생명체입니까?” “아뇨.” “두동에서 볼 수 있습니까?” “네.” “……”


학교가 가까워지면 학교 통학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논길을 따라 마중을 나온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두세 명이 나올 때도 있고 대여섯 명이 나올 때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출근하면 배움터지킴이 어르신이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맞이한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시골 아이들만의 따스한 눈빛과 맑은 목소리가 학교 안에 가득 퍼진다. 교무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들고 교실에 가서 수업 준비 업무 처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놀던 아이들이 예비종 소리를 듣고 교실로 들어온다. 


수업은 매시간이 한 편의 드라마다. 민재와의 아침 등굣길과 같은 예닐곱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는 시골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끙끙대며 배운다. 교실에 가져다 둔 전자피아노 앞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줄을 서서 피아노를 쳐 보겠다고 난리다. 먼저 피아노를 배운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언제부턴가 피아노에 흥미를 갖더니 요즘은 제법 많은 아이가 피아노를 즐긴다. 어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리고 그림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그림 그리는 기법도 다양하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올해엔 대부분의 교육활동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운영한다. 운동회는 학년 군제로 운영하고 학급별로 현장체험학습은 자유롭게 진행한다. 학생자치회가 주관하는 피구대회, 수족구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은 자유롭게 펼쳐진다. 중간놀이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 안전은 교장, 교감 선생님이 책임진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시간에 교장 선생님은 밴드부를, 교감 선생님은 수족구부를 운영하는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음 주면 학교협동조합 설립인가가 날 모양이다. 1년간 예비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 끝에 방과후학교를 학교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올해 학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방과후학교를 학교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기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6개월 동안 진행해 오면서 내년 목표를 ‘현재 방과후학교를 그대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했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6학급 작은 학교의 방과후학교 행정업무를 학교협동조합이 도맡아 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공간혁신을 통해 학부모회자치실을 겸한 학교협동조합 사무공간을 학교 건물 밖에 별도로 마련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학교건물 밖에 사무공간이 마련돼 학교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사무를 보거나 학년별 학부모 동아리 모임이 자유롭게 운영되지만, 학교엔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학교협동조합이 학생들에게 기본소득 개념으로 3000원 쿠폰을 나눠주며 번개 매점을 운영해 보았는데 사회 교과 경제단원이 시장경제만으로 구성된 한계를 보완할 수 있었다. 학교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노동 가치를 교육과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매개가 된 셈이다. 대안은 실천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서로나눔학교 3년 차인 100명 규모의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다. 넷플릭스에 올리면 꽤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까? K-E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갈 날이 그려진다. 1989년 전교조 창립. 1999년 전교조 합법화. 2009년 첫 진보교육감 김상곤 당선(2008년 서울 주경복 교육감 당선되었으나 당선 취소). 2018년 울산 첫 진보교육감 노옥희 당선…2028년 울산형 교육, 교육 한류가 되어 전 세계로 확산! 못 꿀 꿈도 아니지 않은가?


도상열 두동초 교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