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도자가 갖춰야 할 올바른 품성과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 율곡 선생의 <성학집요>를 읽고

이해규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회원 / 기사승인 : 2022-05-09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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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집요(聖學輯要)>는 1575년 율곡 선생이 제왕(帝王)의 학(學)을 위해 명종의 뒤를 이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왕이 된 23살의 선조에게 지어 바친 책이다. 책은 사서오경에서 수기치인(修己治人)과 관계되는 좋은 경구를 간추려 모으고 경구마다 사상가들의 주석을 덧대면서 마지막으로 율곡의 생각을 보태는 구조로 돼 있다. 시중에 국역본이 다수 나와 있는데 그중에서 김태완 박사가 번역한 책(청어람미디어, 2012)이 깔끔한 번역과 각주를 통한 친절한 부연 설명이 돋보인다.


율곡은 책의 서(序)에서 “이 책은 비록 임금이 배워야 할 학문을 주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위아래 누구에게나 통하는 내용입니다.”라며 당시 모든 지식층이 읽기를 바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대학>의 요체를 근간으로 하는 성학집요는 배움을 얻어 삶의 지혜와 바른길을 가고자 했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다. 사서오경을 잘 모르는 현대인들도 성학집요에 들어있는 참신한 경문을 접해봄으로써 동양철학이 갖는 깊은 울림과 삶의 지혜를 맛볼 수 있다. 이 책은 성인을 위한 수양론과 통치술을 담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자신의 문제로 치환해서 읽어도 좋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인간관계의 지혜 등은 시대가 변해도 그 근본 이치는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은 전체가 다섯 편으로 편집돼 있는데 제1편은 서론에 해당하는 ‘통설’, 본론에 해당하는 ‘수기’, ‘정가’, ‘위정’의 3개 편으로 돼 있고 마지막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제5편은 ‘성현도통’으로 구성돼 있다. 율곡은 성학집요의 초반부〔進箚〕부터 선조에게 거친 말을 쏟아낸다. “선한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넓지 못하고, 쉽게 화〔天怒〕를 내어 남을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사로운 마음이 가득하고”, “문득 언성을 높여 도리어 편파적으로 두둔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만 하고”, “한가한 때나 남모르게 홀로 계실 때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어째서 확고하게 뜻을 세우지 않고, 널리 선한 것을 취하지 않으십니까?” 임금에게 이런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율곡은 바른말 하기를 좋아하고 직언을 즐겨 했던 고지식한 조선의 사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금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은 아마도 기울어져 가는 조선 중기 지식인의 우환의식, 도덕적 책임의식에서 끊임없이 군주의 권력을 견제하고 군주를 교육하려 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율곡은 선조에게 아낌없는 충고도 이어간다. “이치를 정확하게 살피고 독실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며”, “작은 일을 유추하여 큰일을 인식하고, 자신을 근거로 삼아 대상을 밝힌다면 참으로 온 세상의 도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온 마음을 기울여 글을 읽고, 대상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탐구하십시오.”, “곧은 여론을 즐겨듣고, 전하의 뜻을 어기는 것을 싫어하지 않음으로써 선한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넓히십시오.” 이처럼 율곡은 당파에 매몰돼 사익을 위한 정치보다는 정도를 걸으면서 유학이 지향하는 도덕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수기’편에서 독서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이다. ‘책을 놓기만 하면 평소 그대로인 것 같은데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라고 묻자 율곡 선생이 주자의 입을 빌어 ‘글이란 마음을 도(道)와 연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먼저 몸에서 찾은 뒤에 책에서 구해야만 책을 읽어도 참다운 맛이 있다’라고 대답하는 대목은 독서의 의미와 관련해서 인상적이다.


차례를 따라 자세하게 읽는 독서의 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많이 읽으려고 탐하고 그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했는데 문득 저쪽에 뜻을 두는 것을 면치 못한다’라면서 ‘책은 천천히 하루 한두 단락씩 읽어나가면서 결국은 한 권을 읽게 되고 그렇게 된 연후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마디마디마다 의문을 갖고 읽어야 하고 그 의문이 모두 풀린 연후에야 비로소 배움이 완성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은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비록 터득하였다 하더라도 또다시 되풀이하고 완미(玩味)하여 의리가 살에 배고 골수에 젖은 다음에라야 학문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삶에 적용되고 깨달음이 삶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율곡 선생이 우려하는 속독이나 다독 위주의 독서 방법은 물론 장점도 있겠으나 생각을 깊이 안 하게 되고 글을 읽고도 행간의 깊은 의미를 놓칠 수 있다. 옛날에는 경전 중심으로 공부하다 보니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했으며 내용도 어렵다 보니 숙독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이런 독서 방법은 우리의 독서 습관을 되돌아보는 데 분명 유익하다.


이제 곧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진영을 떠나서 당선인이 과거의 허물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 그런 차원에서 당선인이 <성학집요>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속에는 정치란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자신을 살펴보면서 열린 눈과 귀를 가지고 지혜를 발휘하는 정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절히 담고 있다. 율곡은 ‘위정’편에서 서경(書經)의 대목을 인용하는데 “스스로 스승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왕이 되고, 아무도 나만 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망한다. 묻기를 좋아하면 넉넉해지고 제 마음대로 하면 작아질 것이다.”라면서 겸양의 정치를 요청하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해규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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