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 가다

김정영 놀이패 동해누리 대표 사)울산민예총 국악위원회 / 기사승인 : 2021-10-13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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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내게 말했다. “나는 아빠가 참 좋아. 항상 나랑 많이 놀아줘서.” 아침 등교부터 오후 학원 하원까지 항상 같이하고, 땀나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아빠에게 건네는 사랑스런 고백이다. 자상하고 좋은 아빠가 된 나로선 기쁘긴 하지만, 팬데믹 이후 내게 주어진 아이와의 시간이 마음을 참 복잡하게 만든다.


이 시절에 예술가로 산다는 것. 이 시절에 아빠로 산다는 것. 아빠 직업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아이한테 공연예술가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회복지의 그물망에서 벗어난 신분. 공연무대에선 누구보다도 빛나고 갈채를 받지만 공연이 사라진 지금은 실업자 그 자체. 좀 더 어릴 때 엄마랑 함께 와서 봤던 아빠의 공연은 이제는 희미해진 옛 추억이 됐고, 이십 년이 넘게 잘 쉬지 못했던 휴가를 맘껏 쓰려는 듯한 여유롭기 그지없는 지금의 나날이 괜히 아이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다.


얼굴에 분칠하는 일용직 노동자. ‘예술활동증명’을 하지 않으면 없던 것이 돼 버리는 내 경력. 다행히 맞벌이라 지금 시절을 버티고 있지만 다른 수많은 예술가처럼 악기를 놓고 생소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내 처지다. 예술가라는 직업이 ‘배짱이’처럼 바뀌어버린 요즘이다.


최소한의 생계에 대한 보장만 있다면 일 년 열두 달 목 늘어난 행사 티셔츠 입으며 그놈의 ‘새로운 창작’과 ‘참신한 기획’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 사라진 지금 ‘언제는 힘들지 않았나?’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월급 받는 예술 공무원이 아니라서 다소 곤궁할지라도, 자유로운 상상으로 재미난 공연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그때 내어놓을 또 다른 대동굿판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비대면 공연에서 예전에 함께했던 후배를 만났다. 참으로 반가웠던 재회와 더불어 나눴던 인사.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 모두가 힘든 지금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꿋꿋이 버텨서 다가올 좋은 날에 공연자로 만나기를 바라는 간절하고 짠한 마음에서였다.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요즘, 입으로 계속 되뇌이게 된다. ‘건너~가자’


김정영 놀이패 동해누리 대표, (사)울산민예총 국악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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