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그가 백신 맞는 날,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성장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 기사승인 : 2022-05-09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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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제거한 주사기를 구해서 날마다 주사 맞는 연습을 했습니다. 의자에 앉혀놓고 엄마가 한번, 아빠가 한번, 잘했다고 박수 쳐주고, 반대로 그가 엄마 아빠에게 주사 놓는 연습도 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날, 신발 신기는 데만 한 시간, 도착해서 벗는 데 또 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집에 올 시간, 다시 신기고 벗기는 실갱이… 적어도 한 달은 족히 걸려서 겨우 신고 벗는 걸 배운 아이, 사소한 것들도 가르치고 연습시켜야 했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이 말을 하고, 글을 배우고, 셈을 할 때도 여전히 가족사진을 보면서 엄마, 아빠, 형을 구별하는 수준에서 자라지 않는 아이. 그들과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 가기만 하는데 그는 언제나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한 걸음 나아갔나 했다가 어느새 보이는 퇴행… 육체는 건강히 잘도 자랐지만, 마음의 성장은 왜 그리 더딘지…


예상치 못하는 돌발 행동은 많이 줄었지만, 예상되는 주현이의 행동들, 낯선 곳에 가면 화장실은 기본, 구석구석 탐방해야 하고,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 앞뒤를 어슬렁거리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웅얼거리면서 이방 저방 기웃… 그래서 외식 한 번 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특히 병원은 들어서면서부터 긴장해서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만 들어도 소리부터 지르는데, 주사는 어림도 없지요. 그래도 어릴 적엔 붙들어서라도 어떻게 해 보았는데 이제 힘으로 제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데 혼자 조용히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차례도 기다려야 하고, 절차도 지켜야 할 건데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소리치고 몸부림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확신은 없었지만, 연습시키는 수밖에 없어 1주일을 연습시키면서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긴장한 아빠와는 달리 덤덤히 접종소로 들어가던 아이, 약간의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지만, 별 무리가 없었고, 드디어 그의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아빠가 붙들려고 했지만, 그럴 사이도 없이 끝나버린 접종. 표정의 변화조차 없는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을 나왔습니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에 안 되면 열 번, 백 번 반복은 해야 했지만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느려서 보이지 않았지 분명 자라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이 아닌 자신만의 시간으로 커가는 그였는데, 우리는 마냥 제자리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를 자랑합니다.


그는 이제 백신도 맞을 수 있습니다.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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