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왜 안기부와 간첩 미화하는 드라마를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12-28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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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

시청자 거부운동 확산, 청와대 국민청원 34만 명 넘겨

“설강화 방영 중지 요청” 34만5341명(12월 24일 오후 4시 기준). 첫 방송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시청자들의 날선 반응이다. JTBC 드라마 <설강화>는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현대사 속 민주화운동 역사를 왜곡한다는 의혹이 중심이었고 방영 후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987년 군사독재가 한창인 때를 배경으로 ‘안전기획부’ 요원들에게 쫓기는 간첩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하면서 구해주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그리고 독재정권에 충성하면서 공안 탄압과 사건 조작을 일삼았던 안기부를 친절하고 정의감 넘치는 기관으로 미화한 것도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렸다. 


열띤 반응은 기성세대보다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역사 왜곡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장면들로 채워진 <조선구마사>를 폐지시킬 때도 주축이었다. 그리고 <설강화> 제작 초반이었던 지난 3월에도 유출된 정보들을 배경으로 23만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촬영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시청 거부와 방영 중단 요구를 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아이돌 가수 출신 여자 주인공의 팬들이 계속 방영을 주장 중이다. 그리고 SNS에는 일부가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설강화> 제작을 후원하거나 방영 시간에 광고를 내는 기업들이 나서서 ‘손절’을 시작했다.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눈총을 의식한 결과다. 지금까지 협찬과 광고를 한 기업 중 80% 이상이 손을 떼거나,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런 흐름을 ‘너무 과열됐다’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은 사회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단순히 반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를 소비할 때 재미와 감동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단체 행동이 확산되는 데는 SNS와 웹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물론 자칫 방영 중단이 작품의 완성 이전에 ‘검열’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섣부른 판단보다 더 지켜보고 평가하자는 신중론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획 의도와 작품 전개 설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는 당연해 보인다. 특히 역사 왜곡은 요즘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글로벌 OTT를 통해 배급되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작진도 연기 능력은 떨어지지만 세계적인 팬덤을 지닌 여가수를 주인공으로 삼아 국내 논란을 비껴 흥행을 노렸다. 

 

 


<설강화>가 결국 마지막 회까지 방송이 나간 채 논란만 남길 수도 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꺼내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흑역사 말이다. 방영 첫 주 1, 2화에서 비판받는 내용들이 둘째 주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에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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