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검수완박과 보수의 미래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22-05-09 0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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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5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 날 대통령이 공포함으로써 검찰 수사권의 박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로써 검찰은 기소권, 경찰은 수사권으로의 분리가 성큼 다가왔다. 아직 검찰에게는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의 수사권을 남겼다. 이래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니라 ‘검수반박’(반만 박탈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화된 한국에서는 별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는 국가 체제를 바꾸는 중대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그 중대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차차 이 법의 효력을 체감할 것이다.


자신들의 체제를 스스로 바꾸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근대 중국의 문학자 노신(魯迅)은 개혁의 어려움을 이렇게 한탄한다. 중국에서는 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한다. 문제는 피를 흘린다고 꼭 옮긴다는 보장도 없다.-결국 전쟁과 혁명을 거쳐서 체제를 바꿨다. 반면 우리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스스로를 규율하는 법을 만들어 체제를 바꾼다.


검수완박은 역사적 필연성이 있다. 우리는 수사와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너무 자주 보아왔다. 가장 더러운 것은 검사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장 성 접대 사건 등, 수사는 하되 기소하지 않는다. 이렇게 처벌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사용한다. 한 집안을 멸문으로 몰아넣는다든지,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들었다. 반면 공범자들은 처벌받는데, 검사와 가까운 사람은 제대로 기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너무 유명한 검사와 연관된 일이다. 멸문과 불처벌-이것을 마음대로 한다. 이런 사악한 집단을 그대로 두고, 과연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의 역사는 절대 권력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왕의 권력이 너무 강하자,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대통령 등을 선거로 뽑았다. 요컨대 분할과 제한으로 권력이 악마가 되는 것을 막는다. 사법권 역시 ‘법원 검찰 경찰’로 분리시킨다. 사법권은 국민을 직접적으로 구속하고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분리되지 않고, 지휘와 복종의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짐으로써, 국민이 제어할 수 없는 권력 집단이 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분리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 검찰이 권력의 개가 되어서 물어뜯었다. 경찰이 수사권으로 권력의 주구(走狗)가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그러기 어렵다. 기소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구가 된다면, 그때 가서 다시 경찰의 권력을 박탈하면 된다.


세상일은 늘 장단점이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궁극적으로 박탈당하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인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이를 과장해서 범죄완판(완전히 판침)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도는 완전하지 않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보완하면 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제도가 정착하면, 시민들은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설사 국민의힘당이 다수당이 된다 하더라도, 옛날처럼 검찰이 완전한 수사권을 갖는 원상복구의 퇴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검수완박은 업보이며, 자업자득이다. 자유당 때 경찰은 이승만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 갖은 악행을 자행했다. 그 결과 4.19 뒤에 경찰은 철저하게 검찰에 예속돼 지휘를 받게 됐다. 이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퇴임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 업보를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발탁해서 검찰총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하게 만들었다. 야당은 그를 후보로 뽑아서,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보수 유권자들이 대체 왜 열렬히 그를 지지했겠는가? 전직 대통령 둘을 수사한 그 저력을 높이 산 것이다. 진보를 폐족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검찰의 본질을 너무 잘 꿰뚫어 본 것 아닌가?


장삼이사들의 검찰에 대한 인식이 이런 정도인데, 민주당이 가만있겠는가? 더구나 다수당인데? 휴대폰 비번도 밝히지 않은 검사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대체 무슨 의미라고 생각했겠는가? 너희들은 다시 폐족이 되라는 선전포고 아닌가? 이러고도 검수완박을 안 하겠는가?


모든 일은 말미암아 일어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 업(業)에는 보(報)가 따르고, 자업(自業)은 자득(自得)할 수밖에 없다. 검사들은 대체 무엇이 억울하다고 호들갑인가?


과거 권력 집단이었던 군인들은 대통령을 무려 셋이나 배출했다. 그러나 현재는 퇴출됐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본 보수 국민은 검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검찰은 그 권력의 정점에서 검찰 출신 대통령을 만들었다. 군인들처럼 이제 검찰이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그 이상 무엇을 원하는가? 정상에 서면 남은 것은 내려가는 일밖에 없다.


‘청와대의 저주’라는 말을 이웃 나라에서는 많이 한다. 대통령들의 비참한 운명이 마치 청와대 때문인 것처럼 말한 것이다. 이는 땅이나 집 때문이 아니다. 네 명의 대통령을 감방에 넣고, 한 명을 자살하게 만든 것이 바로 검찰이었다. 다른 곳에서 산다고 검찰의 칼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고 그 칼을 무디게 할 수도 없다. 검찰은 늘 살아있는 권력에는 영합하고, 죽은 권력은 내쳤기 때문이다.


검찰의 칼에 보수 대통령도 감옥에 갔다.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하지, 어느 정파를 추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검수완박은 보수 정치인들에게도 이롭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가? 보수는 검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보수는 지금까지 ‘이념도 정책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 안에서 후보를 만들지 못했다. 바깥에서 영입했는데, 심지어는 진보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사람들까지 불러들였다. 게다가 당선자가 준비되지 않은 아마추어 티를 너무 낸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뜨내기장사를 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 대체 얼마나 가겠는가?


손영식 울산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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