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소환과 소모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1-10-12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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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얼마 전 울산연구원장이 울산의 한 지역일간지에 역사의 개연성을 위해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동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이 글을 읽고 생긴 의문은 역사의 개연성을 위해서 왜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이 필요한 걸까하는 점이다. 물론 글에서 나름의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혀 설득력 있는 이유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이런 사업을 추진하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만 늘어갔다. 


그는 지난 6월 울산의 또 다른 지역일간지에 국립울산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울산에 국립박물관이 필요한 이유로 항일의 역사, 울산시민의 정체성 재정립, 국제적 관광자원 등 3가지를 들었는데 다들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지만 ‘그래서 왜 울산에 국립박물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가 되질 않았다. 우선 위의 이유들은 시립박물관에서 다루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굳이 왜 국립박물관을 건립하자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쓴 글, 즉 울산왜성에 대한 인식, 시야의 확대와 국립박물관이 필요한 3번째 이유인 국제적 관광자원의 맥이 닿아있다. 울산국립박물관의 건립 위치로 주장한 곳이 울산왜성과 학성산 사이인 것을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 건립은 2017년 울산 중구에서 추진했다. 당시 다크투어리즘 운운하며 추진했던 이 사업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조선군 장수와 명나라 장수의 동상만 설치한 상태로 마무리됐다. 가끔 울산왜성에 가보면 그 동상들을 볼 수가 있는데 ‘이걸 왜 설치하자고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정상부에 올라가서 보면 여기에 왜 가토 기요마사 동상을 건립하자고 했을까하는 의문도 생긴다. 


다른 지역도 그렇겠지만 지역에서 문화나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은 공공연하게 역사를 소환한다. 그것을 비판할 마음은 없다. 문제는 그야말로 수시로 소환되는 지역의 역사가 그저 소모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역사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 ‘울산은 역사문화가 약하다’였다. 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울산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의 부족과 그로 인한 연구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역사문화를 소모적으로 소비해버리는 행태를 들 수 있다. 누가 울산의 역사를 끊임없이 소환하고 소모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울산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룰 연구자와 기관을 만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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