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

정진익 농부 / 기사승인 : 2021-10-12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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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봄이 오는 것은 진달래와 살구꽃이 꽃 대궐 이루는 걸 보고 알 수 있듯이 가을은 누런 들판과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주홍색으로 빨갛게 익어 주렁주렁 달려 있을 때 알 수 있다. 감은 시골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고, 제사상에도 조율이시에서 시에 해당하는 감은 빠질 수 없는 과일이다.


이런 감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400여 종이 열대와 온대에 걸쳐 분포한다, 그러나 식용으로 하는 종류는 4종류에 불과하다. 감을 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이다. 그 밖에 브라질과 아제르바이잔에서 조금 생산 소비되는 정도다. 특이하게도 버지니아감이라는 미국의 토종 감을 원주민들이 선사시대부터 먹었다.


우리가 주로 먹고 있는 감은 너무 더워도 안 되고 추워도 안 돼서 동아시아 한,중,일에서만 주로 재배되고 있다. 단감은 일본에서 유래됐다. 일본은 단감을 주로 소비하는데 과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생산량이 많았으나 지금은 우리가 많이 생산한다. 세계 최대 생산 소비국은 중국이다.


감은 씨앗을 심으면 돌감이 돼 버린다. 원래 열매가 아니라 작은 열매가 달리게 돼 감은 씨앗으로 심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서 난 나무를 옮겨 심었으나 근래에는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여 번식한다.


고염나무는 감과 같은 속으로 같은 종은 아니다. 고염은 산기슭에 흔히 자생하는 토종 감이다. 울산에서는 깨감이라고 한다. 이 깨감은 익어도 나무에 그대로 붙어있어 한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곶감이 된다. 이 열매를 새들이 먹고 사방에 씨앗을 퍼뜨린다. 크기와 색깔은 건포도 같은데 달아서 어릴 때 즐겨 먹던 별미였다. 대신 씨가 많아 불편하다.


감은 과일로서 좀 특이하다. 전 세계적이지 못하고 완숙이 돼도 떫은맛이 그대로여서 바로 먹기 어렵다. 이런 감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과일이 됐을까? 그 해답은 우선 척박한 땅에서도 거름을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 열매도 잘 맺는다는 데 있다. 과육이 얼어도 괜찮아서 가을에 수확한 감을 단지에 넣어두고 겨우내 먹었다. 곶감으로 만들면 거의 1년 간다. 제사상에 조율이시라는 것이 배를 제외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과일들이다. 병충해에 강해 거의 병치레를 하지 않고 감 열매에도 벌레들이 많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최적의 과일나무였던 것이다. 


감은 도토리, 밤처럼 떫은맛이 난다. 떫기로는 밤과 쌍벽을 이루지만 밤은 속껍질을 벗겨내면 되지만 감은 과육 자체가 떫다. 타닌이라는 수용성 물질이 침과 섞이면 물을 흡수해 입안이 빠닥빠닥해지고 먹어도 불쾌한데 이 떫은맛은 혀와 입안이 느끼는 감각이다. 마치 고추의 매운맛이 혀의 미각이 아닌 혀가 느끼는 통점과 비슷한 것처럼.


선조들은 떫은맛을 지혜롭게 없애고 먹었는데 소금물이나 술독에 담가 두면 떫은맛이 사라진다. 수용성 타닌이 불용성 타닌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먹더라도 침에 녹지 않아 떫은맛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곶감으로 만들어도 타닌 성분이 불용성으로 바뀐다. 이 타닌 성분은 변비에 좋지 않은데 단감에는 타닌 성분이 적어 단감은 변비에 문제가 없다.


감나무는 참 버릴 것이 없는 나무였다. 나무는 단단해 도마나 화살촉으로 이용했다. 잎은 감잎차로 만들어 먹는다. 꽃이 떨어지면 보리고개 무렵이라 허기를 채우는 먹거리였다. 열매인 감은 구슬만 할 때부터 떨어지는데 이것을 소금물에 담가 뒀다가 먹었다. 그러니까 잎이 날 때부터 먹거리가 돼 감을 딸 때까지 계속 먹거리를 제공한 최고의 나무였다.


우리나라에서 감이 최고의 과일이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곶감이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곶감이 야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감을 곶감으로 만들면 떫은맛은 사라지고 모두 당으로 바뀌어 당도가 탁월하다. 이 곶감은 근래에는 기계로 만들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곶감은 늦가을에 말려야 물러지지 않고 곰팡이도 많이 피지 않는다. 감을 깎아 말리면 먼저 홍시가 돼 당도가 최고조가 달하게 된다. 긴 건조 과정에서 발효가 일어나 우리가 먹는 곶감이 된다. 전통 곶감은 된장의 매주처럼 조금의 곰팡이도 있고 색깔이 좋지 않아 발효의 흔적이 남지만 건강한 먹거리가 돼 왔다. 곶감의 흰색은 곶감이 되면서 만들어진 포도당이므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깊어가는 가을 처마에 말리던 곶감이 그리워진다.


정진익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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