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더는 상처 주지 마세요, 자책하게 만들지 마세요

전진석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 기사승인 : 2022-06-01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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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을까?” “아프지 말자.” “잘자. 오늘도 수고했어.” “사랑해.” “오늘 날이 너무 좋네.” “우리 어디 갈까?” 이렇게 평범한 대화와 일상,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말들과 하루하루를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이 참혹하고 비통합니다. 하루 건너 주변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아동을 둔 엄마와 아이의 극단적인 선택과 뇌병변 딸을 둔 엄마의 비극적인 선택이 그렇습니다. 이런 일들이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게 무시된 채 안타까운 일들로만 여겨지고 지나갈까 봐 속상합니다.


다 같이 함께 사는 세상에 다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할 수는 없지만 더는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24시간 지원체제 구축과 모든 장애인과 가족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구나 바라는 삶은 있습니다.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에 부조리한 세상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장애인을 둔 부모님들에게 더는 상처를 주지 마세요. 자책하게 만들지 마세요. 다 똑같은 마음입니다. 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지켜줘야 합니다. 지금의 정부와 사회가 다 함께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저희는 혐오스런 존재가 아니며 사회적 약자로서 무시당하고 외면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며 한 가정의 부모이며 아들딸들입니다. 나라는 국민을 지키고, 가정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줘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요?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외치고 또 부딪히고 또 반복되는 일상에 외롭게 거리로 나와 투쟁하는 게 아닐까요? 불편한 현실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되며 무시된 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무너진 일상을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모두가 사랑받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본인과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다 해서 말투와 억양이 다르다 해서 기본적인 행복을 가질 조건마저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발달장애 아들 둘을 둔 아빠입니다. 두 아이 다 발달장애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 많이 관심을 가졌으며,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우리는 단거리 선수가 아닌 마라토너라고. 아직도 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받아들이는 그 순간이 어려웠습니다.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제가 생각하는 고민을 없애줄 수 있을 만큼의 세상이 아니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인권이 바로 선 나라, 사회적 약자들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 정부가 제발 관심을 더 가지고 이젠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더 활동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이들의 특성상 부모와 함께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의 부모가 떳떳하고 시선 폭력 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아동들의 교육과 성인이 돼서도 직업을 가질 수 있게,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빈틈없는 정책과 책임을 동반한 기반이 설립돼야 합니다.


가정에서 지킬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부모들은 그저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자책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살아가는 일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특수교육, 치료, 교통, 보험, 의료시설, 직업군, 사회적 편견과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거리에 나와 삭발을 하고, 투쟁이란 단어를 쓰며 현 정부에 피 토하듯 울부짖는 일들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긴 한숨 속에 잠들 부모님들 힘내시라는 말 안 하겠습니다. 너무 잘 알기에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제발 손 놓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고 또 찾아서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을 지켜서 보란 듯이 잘 살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수 있게 고개 숙이지 마시고 자책하지 말아요. 꼭 평온한 일상이 찾아오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전진석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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