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위한 크리스마스 - <배드 맘스>, <어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1-12-28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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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배드 맘스>(2016, 존 루카스, 스캇 무어)는 젊은 아줌마들이 가부장제, 경직된 학교,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는 영화다. <델마와 루이스>(1991, 리들리 스콧)가 페미니즘이 죄가 되는 시대에서 두 아줌마가 비극적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위태로운 유쾌함이라면 <배드 맘스>는 성(性)과 일탈을 다소 과격하게 제시하는 일종의 성인 코미디다. 코미디의 근원이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는 것에서 시작된, 그 출생이 사실은 어두운 영역임을 볼 때 <배드 맘스>의 슬랩스틱과 신파, 영웅주의가 혼합된 코미디적 설정은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전근대적 화병(火病)이 비단 한반도와 동양의 유교주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는 <배드 맘스>의 위기에서 한 고비를 넘기고 성별의 구분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은 아줌마들이 그들이 투쟁으로 획득해야만 했던 여성인권 문제를 물려준 어머니들과의 관계를 통해 갈등과 화해를 모색한다. 방탕한 삶을 이어왔던 칼라의 어머니가 <델마와 루이스>의 수잔 서랜든이라는 점은 이 영화가 가볍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는 기묘한 기시감을 제공한다.

 

▲ <배드 맘스> 포스터

스무 살에 첫 출산을 한 엄마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갑내기 남편의 부인, 업무량은 많지만 6년째 급여가 동결된 주 3일제의 비정규직이면서도 매일 출근하는 슈퍼맘 에이미(밀라 쿠니스 분), 어린 자녀 넷을 키우며 양육 외에는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을 사는 키키(크리스틴 벨 분), 성적(性的)으로 무척 자유분방하지만 늘 공허하고 외로운 인디언계 싱글맘 칼라(캐서린 한)가 각자의 삶에 과부하가 걸린 어느 날 바(Bar)에서 우연히 만나 술을 통해 소통하며 친구가 된다. 이 젊은 세 아줌마는 극중 ‘나치주의’로 표현된 학부모회장의 권위주의 아래 경직된 학교의 엄마들이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영국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뮤직비디오에서 소시지로 만들어지는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무려 21세기의 미국에서. 서양에서 ‘나치’는 일종의 금기어다. 우리로 치면 친일파 정도인데, 나치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주홍글씨라면 우리의 친일파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두 영화 모두 공동각본과 공동연출이고, 존 루카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크리스마스에 애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영화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인의 사랑과 이별, 가족 간의 화합과 해체, 소외된 자들에 대한 공감과 동정 등의 배경 설정으로 활용되는데 <어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명절과 중첩되는 주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아줌마들에게 특별하다. 

 

▲ <어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 포스터

에이미의 어머니는 지나치게 엄격했던 그녀의 어머니로 인해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본인이 배우고 경험했던 방식으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실용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에이미와 극렬한 대립으로 치닫는다. 열여덟에 딸을 낳은 직후 남편을 잃은 키키의 어머니는 유일한 가족인 키키를 친구로 인식하는 데 집착하면서 딸의 정사(情事) 상황까지도 공유하려 한다. 방탕한 삶을 살아온 칼라의 어머니는 딸을 도박자금처로만 간주하며 어머니와의 스킨십을 갈구하는 딸을 밀어내기만 한다. 그래서 젊은 딸들에게 어머니와의 크리스마스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라는 할리우드 문법에 충실하지만 형식 면에서 1980~9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를 따른다. 과하고 극단적이며 비약적이고 무모하다. 여성의 현실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다루고는 있지만 그 방식과 과정에 있어 제멋대로인 남성 등장인물의 폭력성과 부도덕함을 탈 페미니즘 방법인 양 제시한다. 이는 여성이 여성성을 부정하고 거친 남성성에 동일시해야만 여성으로서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다는 오해를 제공할 수 있다. 여성의 각기 다른 사회적 페르소나에 인류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 이야기가 페미니즘은 옳지 않음으로 인식될 수 있다. 페미니즘은 가치 판단의 정성(定性)적이 아니라 기울어진 추를 평행하게 잡는 정량(定量)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히 아줌마들에게 속이 시원한 지점들이 있다. 엉킨 실타래를 쉽게 풀어주는 카타르시스와 남편, 자식, 선대(先代)에 대한 불만과 갈등 해소 방법이 의외로 쉬울 수 있다는 해답이 있다. 적나라한 음란함은 서비스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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