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

조강래,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2-29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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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좌담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

이번 12월은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이라는 만남과 공유의 장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진행했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울산은 노잼도시가 맞는가?”, “균형 있는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울산에서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총 네 번의 질문을 통해 울산이라는 도시를 더욱 살기 좋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주제는 연말을 맞아 울산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 울산에서 연말을 보내는 방법과 연말을 보내기 위해 울산은 어떤 도시인가에 대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마닮도예 윤란주 대표와 마닮도예 공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턴기자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의 진행은 웨일웨이브협동조합 김대성 대표가 맡아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 “울산에서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을 진행했다.

▲ 마닮도예


▲ 마닮도예에서 좌담 참석자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윤란주 마닮도예 대표=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올해는 학부모라는 위치에서 해방된다. 올 연말이 내게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은 양육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됐고, 나는 나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연말이 되지 않을까. 울산에 온 지는 6~7년 정도 됐다.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지역에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문화도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연말도 바쁘게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연말만큼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 윤란주 마닮도예 대표
▲ 김대성 웨일웨이브 대표

Q. 각자 자기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연말은 언제였나?

윤란주=남편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울산에 가게 되면서 가족이 함께 울산에 오게 됐다. 울산으로 가는 게 결정됐던 그해 연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걱정과 근심이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권에서만 살았는데, 울산이라는 낯선 도시에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살고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두려움과 시원섭섭함이 공존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었달까. 내게는 울산이 미지의 세계였고, 그래서 울산을 떠나기 전 그해 연말이 가장 힘들면서도 설레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던 때였다.

김대성=2012년 12월 20일에 지금 결혼한 배우자를 만났다. 운명적으로. 처음 만난 날로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면서 매일매일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들뜬 마음으로 연말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배우자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연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구승은 인턴기자=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에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정자 바닷가를 갔다. 가족들과 모여서 회를 먹고 가요대전을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서 해 뜨는 걸 함께 봤다. 몇 년 동안 그래왔다. 이제는 가족들이 흩어져서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그때만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내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말이다.

조강래 인턴기자=나도 가족들과 함께 정자를 참 자주 갔다. 새해에 해 뜨는 걸 보려고 매년 갔는데, 어느 순간 내가 나이가 들고 친구들이 생기고 나서는 연말이 되면 항상 친구들과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의미가 없고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가족을 찾게 됐던 것 같다. 외가 가족과 사이가 돈독한데, 연말뿐만 아니라 명절을 포함해서 1년에 4번 정도를 외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즐거움과 행복함, 소중함을 많이 느낀다. 내가 외가 가족 자녀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데, 내가 서슴없이 가다보니 사촌동생들도 나이가 들어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더라.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함께 모이는 그 문화가 되게 소중해지더라. 원래는 여행을 좋아하고 밖으로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 시기만 되면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몸이 움츠러들지 않나, 자연스럽게 가족의 품을 찾게 되는 것 같다.

Q. 울산에서 따뜻하게 연말을 보내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윤란주=연말이 되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연주를 한다. 두 아이가 음악을 전공한 건 아닌데 수준급의 연주를 하더라. 남편은 아이들 때문에 관악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플롯의 기본적인 것들을 할 줄 알고, 나도 플롯을 조금 할 줄 안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첼로도 꺼내오고 플롯도 꺼내서 같이 연주한다. 우리는 새벽마다 수영도 함께 다니고 있다. 어느 순간 가족과 즐길 줄 아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뭔가를 배울 때 부모도 같이 동참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더라. 


연말에 우리 가족은 각자 올 한 해 어떤 것들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3인 아이는 수능을 치렀던 스토리를 읊고, 간호학과인 큰아이는 자기가 배우고 체험했던 것들을 읊고, 나는 도예가로서의 삶을 읊고, 남편은 직장에서의 스토리를 읊는다. 서로의 스토리를 편하게 풀 수 있는 게 가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냥 되는 건 아니더라. 평상시에 굉장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걸 둘째가 사춘기를 겪을 때 깊게 깨달았다. 부모에게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올해도 우리는 집에 트리를 설치했다. 생각보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더라.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올해 연말에도 함께 트리를 꾸미고, 케이크를 먹으며, 각자의 스토리를 읊고, 연주하며 보낼 것 같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김대성=3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은 일했던 것들을 바쁘게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보냈던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연말이었다. 주변에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보기도 하고 내 삶을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 매년 바쁘게 흘려보내는 시간으로 연말을 보냈더니 새로운 새해를 잘 맞이하지 못하고 건강하게 준비하는 마음과 자세도 갖지 못했다. 연말을 따뜻하게 잘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관계를 돌아보기도 하고 관계 맺었던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서 시간을 내서 만나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올해 연말은 여유를 갖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썼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바쁜 일과 중에도 어떤 날은 꼭 여유를 두려고 한다. 그렇게 여유를 두고 나니까 주변이 돌아봐지더라. 마음으로. 일에만 몰두했을 때는 친구의 안부가 물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친구에게 연락도 하게 되고 안부도 묻게 됐다. 무엇보다 여유 있는 시간을 확보해두니 가족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게 되고, 우리 가족과 연말에 뭘 하며 보낼지 생각하게 되더라.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 보니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올해 연말이 참 행복하다. 연말만큼은 여유가 보장되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윤란주=여유를 갖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치열하게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걸 인지하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게 대부분이지 않나.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그래도 울산은 서울보다 여유로운 도시라고 생각한다. 서울에 가면 지하철에서도 다들 뛰어다닌다. 치열함이 몸속에 베여있다. 그에 비하면 울산은 행복한 도시가 아닐까.

조강래=아무래도 가장 즐거운 연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기 전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았다. 젊으니까 당연히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걸 못 견디겠더라. 그때 딱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투쟁적으로 쉴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우선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움직인다. 요즘에는 뭔가를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스키장에 간다든가 여행을 간다든가. 울산에 부재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울산이라는 도시를 좋아하지만, 삶터이자 일터이기 때문에 휴가 기간에는 울산을 떠나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이 다채로운 놀이를 할 수 있고, 행복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연말을 보낼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어릴 적 행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반대로 행복한 경험이 부재할수록 그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지는 역사 속 인물과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서 많이 봐왔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시민에게 행복한 경험을 다양하게 축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도시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나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우리가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서 도시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승은=조금 뻔하긴 하지만, 2년 전부터 나는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운다. 그 항목들이 대단한 무언가는 아니다. 굉장히 소소한 것들이다. 대단한 것들을 적었더니 지키지 않게 되더라. 소소하지만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니 마음가짐이 좋아지더라. 그래서 올해도 할 계획이다. 작년 연말에 내가 적은 걸 보면, 면허를 땄고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고 1회 이상 해외여행 다녀오기를 겨우겨우 했다. 그리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은 마작 마스터하기, 책 한 권 읽기, 포트폴리오 만들기, 수영과 프리다이빙 배우기였다. 이 중에서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책 한 권을 읽었다. 몇 가지는 이룬 것이다. 별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은 해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내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게 연말이 아닐까. 


조강래,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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