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평> [태종 이방원] 끝나고 <붉은 단심> 시작하네 - 대하사극과 퓨전사극, 두 말을 번갈아 타는 KBS

배문석 / 기사승인 : 2022-05-10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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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KBS가 6년 만에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포부 크게 출발한 <태종 이방원>이 막을 내렸다. 조선의 세 번째 왕, 태종 이방원을 주인공으로 삼은 대하 드라마였다. 예전 대하사극이 100회를 훌쩍 넘겼던 것에 비하면 짧은 32회로 구성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태종이 등장하는 사극은 <용의 눈물>, <정도전>, <육룡이 나르샤> 등 여러 차례였다. 그때마다 비중이 달랐고 캐릭터 성격도 변화했다. 태종이라는 인기 있는 역사 인물을 그리다 보니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첫 방송 8.7%(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로 시작해 8회 만에 10%를 넘기며 호평이 이어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말의 발목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트리는 촬영을 한 것이 파문을 일으켰다. 관련 장면은 방송에 겨우 몇 초 등장했지만, 강제 낙마 여파로 말이 죽었고 스턴트맨도 크게 다친 것이다. 이런 촬영은 사극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진행해왔다지만 동물의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제작진은 동물권 단체들이 행동에 나서고 방영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에 이를 만큼 여론이 들끓자 5주 동안 결방하고 3차에 걸친 사과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긴 공백을 거쳐 방영이 재개된 후 이전 시청률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6주가 더 필요했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부분은 역사 속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걸 꼽을 수 있다. <용의 눈물>에서 유동근이 연기했던 이방원은 굵은 목소리로 자주 호통을 치는 선 굵은 영웅이었다면, 이 작품의 주상욱은 번민과 고뇌 그리고 단단한 결단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왕을 그려냈다. 아버지 이성계와 갈등이 빚어지고, 형제들과 경쟁할 때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신진사대부를 대표하는 정도전, 아내 원경왕후와 대립할 때는 스스로 ‘괴물’을 자처한 철혈군주가 됐다.

 


우여곡절을 딛고 마무리한 <태종 이방원>은 KBS에 몇 가지 의미 있는 숙제를 남겼다. 일단 대하사극이 되살아날 단초를 확인했고, 사극 촬영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절감했다. 사극에서 여성의 비중을 높이고, 연기자들의 세대교체도 제법 충실하게 이뤘다.


KBS는 다음 대하사극을 “고려 거란 전쟁”으로 잇겠다고 제작계획을 발표했다. 또 대하 드라마의 중간에 퓨전사극 <붉은 단심>을 출발시켰다. 16부작 월화드라마로 5월 2일부터 방영한 이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가상의 군주 선종(안내상)과 이태(이준) 부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연산군를 폐위시킨 반정세력에 의해 옹립된 조선의 11대 왕 중종과 12대 인종을 배경에 둔 가상 이야기다. 붕당과 세도정치가 활개 치는 어두운 모습을 그리기 위해 고증 논란을 피할 요령으로 읽힌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난 사극의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모양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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