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 내 고양이는 스트릿 출신

김화정 울산청소년단 부단장 / 기사승인 : 2022-04-20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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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옆에서 골골 소리를 내며 늘어지게 자는 하얀 털명이. 그와의 만남은 뜬금없는 날 뽕하고 나타난 갑작스런 맞닥뜨림이었다. 울산에 이사 와서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를 중간쯤 지나던 찰나 갑자기 펑 하고 내 앞으로 뛰어나온 그가 나를 마구 응시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이내 흘깃 눈길을 돌리더니 사라져 버렸다. 양쪽 눈 색이 다른 오드 아이에 반한 걸까,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흔드는 머리에 반할 걸까. 그날 뒤로 아침마다 그 고양이를 만나는 게 설렜다.

 


매일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손에 간식을 들고 나가기를 수십 일, 인터넷으로 사료를 시켜 녀석이 들를만한 곳에 음식을 두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안 고양이들 사료를 주는 다른 분들이 있었고, 그 덕에 다른 고양이들이 주로 지내는 곳도 알게 되면서 사료를 나눠 맘껏 먹을 수 있게 했다. 유독 그중에서도 단연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과 빛나는 눈을 가진 이 녀석의 홀림에 매일을 감상하곤 했다.


한참을 지나고 가까워질 수 있었고, 드디어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고양이에게 늘 싸움에서 밀리고, 상처 입어 속이 상했다. 다른 어미 고양이가 버린 아기 고양이들을 끊임없이 돌봐주는 녀석을 보고는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파도가 일었고, 꼭 데려다 집에서 편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같이 아파트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아침이면 아파트 입구에서 날 기다렸다. 비 오는 날이면 우리 집이 잘 보이는 장소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날 기다렸다.


부모님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때라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결혼 전까지 개를 계속 키워 동물들의 털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때였지만 녀석을 집에 들였다. 누렇던 털은 하얗게 됐고 다른 색이었던 눈은 매일매일 더 아름답고 신비로워지고 있다. 늘 나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내며 불평불만 없이 그저 간식이나 방이 맘에 안 들면 지지~하면서 앞발을 털고 우아한 몸짓으로 자리를 떠버리는 나의 신사 고양이.


주위 분들은 내 덕에 고양이가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난 그 고양이 덕에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내 삶 속 따뜻하고 몽실몽실 마음 조각조각들을 무한으로 보내주는 내 아름다운 고양이. 얼마 전 이가 모두 상해 치료비로 많은 돈이 나가고, 아파하는 그 모습에 눈물을 쏟았다. 나아진 모습에 또 끌어안고 뽀뽀를 퍼부으며 “사랑한다. 돈 더 많이 벌어 올게. 건강하기만 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되뇐다.


추정 나이 별써 열한 살… 문득문득 그 사실이 내 가슴을 싸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매일매일을 주문 읊듯이 말하곤 한다. 계속 같이 앞으로 10년만 더 같이 살아달라고, 내 머리가 하얗게 되어 같은 현 털댕이가 되어 살아가보자고.


김화정 울산청소년기자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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