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대하여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 기사승인 : 2021-12-14 00:00:53
  • -
  • +
  • 인쇄
학부모 칼럼

“또 먹냐? 그러니깐 살찌지.” 오후 2시나 돼서 점심 먹을 틈이 나 컵라면 하나로 대충 요기하고 있는 나를 본 동료들이 한마디씩 한다. 같은 상황에서 어린 여직원의 경우엔 “아직 밥도 못 먹었냐?”고 하는 게 일반적 반응인데.


승강기에 타려고 발을 딛는 순간 “삐---” 중량 초과를 알리는 소리가 울리면, 같이 타려던 동료들과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나를 향해 쏠린다.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 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듯하다. 심지어 내가 먼저 탔을 때도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아닌 내게 시선이 향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뚱보의 자격지심이라면서, 편견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모습에 자신은 속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 뚱보들은 안다. 어디든 뚱보들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는 것을. 특별히 식탐이 많아서, 게을러서 살이 찐 게 아니고 체질이 그렇다는 주장은 한 번도 인정받아본 적이 없다.


자신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뇌병변 등의 장애를 가진 이들은 웃을 때도 찌그러진 인상이 다 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심지어 무서워하기까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스치는 눈길은 비록 찰나의 순간이어도 편견의 화살로 꽂힌다.


발달장애 1급(자폐) 아들을 데리고 평범한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산책을 나가거나 할 때도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 없는 시간대를 찾아서 나간다. 어눌한 말투, 어정쩡한 자세,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주위를 서성거리는 모습,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슬쩍 스치는 시선만으로도 그들의 편견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살을 빼겠다, 각오하고 식단 조절을 시작하면 “오늘까지만 먹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라면서 오히려 위하는 척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가 살을 빼고 싶은 게 당신들의 편견들 때문이라는 것을.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면, 편견을 탓하지 않고 힘들어도 해 보겠다. 하지만 장애는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평생을 가야 할 문제다. 그나마 바꿀 수 있는 것은 편견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의 편견을 바꾸는 것이 장애문제 해결의 시작이요 끝이다.


이유를 달지 않고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하련다. 세상의 편견을 탓하지 않고 내가 변하는 노력을 하겠다. 그러면서 나의 바람을 말해본다. 자신도 모르는 편견이 장애인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알았으면. 어떠한 노력으로도 장애의 모습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변화의 대상은 세상의 편견이라는 것을.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