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포 역사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정승현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6 18: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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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스토리 교육연구회 정세호 대표와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진숙임 단장 인터뷰
염포동 마을 주민들, 일주일에 두세 번 교육받으며 소금포 역사관 해설사로 거듭나

 

▲역사문화스토리 교육연구회 정세호 대표(오른쪽)와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진숙임 단장(왼쪽). ⓒ정승현 기자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 지난해 9월 울산 북구 염포동에는 염포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소금포 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울산의 소금과 염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옛 사진과 전시자료를 보고 소금배의 모험이라는 체험 공간에서 소금을 운송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허나 이곳은 여타 역사관이나 박물관과는 다르다. 특별함이 있다. 바로 주민들로 구성된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이 역사관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40~60대로 구성된 주민들이 소금포 역사관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염포의 역사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 동네 염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역사문화스토리 교육연구회 정세호 대표와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진숙임 단장을 비롯한 단원 10명이 뭉쳤다. 지난 16일 염포동에 위치한 소금포 역사관에서 정세호 대표와 진숙임 단장을 만났다.  

 

Q.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활동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정세호 : 직장 때문에 울산에 정착해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은퇴 후 여러 활동을 하다가 우리 마을에서 봉사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은퇴 후 역사 공부도 열심히 해 경주 문화재 해설 일과 박상진 역사 문화센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 강의도 하고 있었다. 타이밍 맞게 소금포 역사관이 들어섰고 우리 마을 주민들이 역사관에서 해설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염포동 도시재생학교에서 마을 해설사 과정 수업을 들은 주민들이 있어서 이분들을 대상으로 소금포 역사에 대한 교육을 하게 됐다. 주민들이 마을 해설사 과정을 수료한 후 뿔뿔이 흩어지는 것보다 배운 걸 활용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도 재능 기부 형식으로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2월 9일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열고 일주일에 1~2회씩 역사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진숙임 : 아마 정세호 선생님 아니었으면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일을 하기 전에 염포 도시재생학교에서 마을 해설사 과정을 들었다. 그때 4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수업을 들었는데 꽤 힘들었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어서 수료는 했지만, 우리가 배운 걸 활용할 기회는 딱히 없었다. 그때 정 선생님이 소금포 역사관에서 역사문화해설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염포동 행정복지센터 안미향 동장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그동안 우리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고 앞으로도 동네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서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Q.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꼈나?  

 

정세호 : 회사 다닐 때는 우리 염포 마을에 대한 역사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단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까지 펼쳐보며 우리 마을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오랜 기간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이 이런 역사와 가치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소금포 역사관이 비록 작은 동네 전시관이지만, 염포에 관한 것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60대 단원들이 많아서 교육할 때 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역사 이야기하면 비교적 잘 따라오는데 60세 넘은 분들은 잘 까먹기도 하고 머리에 있는 내용이 말로 잘 안 나오지 않나. 그럼에도 인디언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교육했다. 꾸준히 하면 반드시 변화한다고 믿었고 결국 4월 초쯤 되더니 단원들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진숙임 : 요즘은 특히 동네 사람들과 같이 붙어 있어도 교류가 거의 없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해설단 활동을 같이하면서 주민들과 친목 도모도 하고 교류도 많이 한다. 마을 해설 봉사뿐 아니라 올 10월에 열리는 전국 체전과 장애인 체전 행사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단체 봉사 신청을 해두었다. 

 

Q. 두 분 다 동네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큰 것 같다. 염포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정세호 : 후한 시대 역사서를 보면 진한 12소국 중 하나로 염해국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사학자들이 이 염해국을 울산의 염포동이라고 했다. 무려 천 팔백 년 전 역사서에서 중국인들이 염해국을 인식하고 있었고 교역 장소의 역할을 하는 큰 항구였다. 또한 삼포 개항지 중 한 곳이 바로 이곳 염포다. 그만큼 유서 깊은 곳이고 조선 시대 수군만호가 주둔하고 있을 정도로 군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염포라는 이름이 154번이나 거론될 정도로 군사 요충지였다. 현재와 연결 지어보면 울산 염포에 현대자동차가 자리하고 있는데 지금 세계 190개국에 80만 대 이상 차를 수출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곳이 삼포 개항지 중 한 곳으로 외국과 활발하게 교역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과거 역사의 면면이 지금도 이 지역에 흐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엄청난 동네가 바로 염포다.

 

진숙임 : 안타까운 건 이렇게 유서 깊고 좋은 동네인데 지금은 많이 낙후돼 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활기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현재 소금포 역사관이 생겨서 이렇게 우리가 마을을 알리는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난해 12월 9일 염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소금포 역사관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발대식이 열렸다. 

 

▲지난 달 8일 소금포 역사관에서 '마을원로에게 듣는 염포마을 옛 이야기' 행사가 진행됐다. 

 

Q. 지난주에는 '마을 원로에게 듣는 염포마을 옛 이야기'라는 행사도 진행했다고 들었다. 동네의 작은 역사라도 지속해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정세호 : 지난주 8, 90대 마을 원로분들을 모시고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과거 소금밭, 장어 잡던 이야기 등 우리가 몰랐던 아주 생생한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소중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그 이야기는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만큼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르신 이야기를 녹화하고 녹음해서 파일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참여한 어르신들도 굉장히 뿌듯해하셨다. 평범한 촌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다니, 감격하시더라. 한마디라도 더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사라는 게 거창한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동네 이야기들이 모여서 도시와 나라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Q. 지난달부터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단원들이 본격적으로 마을 해설 활동을 하고 있다. 변화된 점이 있나?

 

정세호 : 소금포 역사관이 작은 곳이라서 관람객들이 해설 없이 보면 5분 안에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을 해설단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관람객들이 30분, 1시간 넘게 이곳에 머문다. 다들 들을 게 많아서 볼 것도 많다고 생생한 염포동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 아이와 함께 온 한 젊은 아빠도 기억에 남는다. 그 아빠가 염포동에서 옛날에 살았는데 마을 해설을 듣고 나서 감탄했다. "와 내가 살던 동네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구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진숙임 : 오늘 유치원생 40명이 역사관에 왔는데 해설할 때는 땀도 나고 약간 힘들었다. 하지만 해설 끝난 후에 아이들이 그냥 보는 것보다 해설과 함께 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는 나도 왜 굳이 큰돈 들여서 이런 역사관을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이 꼭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Q. 역사문화해설 자원봉사단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진숙임 : 우리가 활동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소정의 활동비 같은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식비나 간식비 예산도 없어서 단원들이 다 사비로 사 먹는다. 밥이나 커피라도 먹을 수 있는 활동비가 지원된다면 단원들이 더 열심히 활동할 텐데...그런 부분은 좀 아쉽다. 

 

정세호 : 예산이 확보된다면 다른 지역 역사관에 단원들과 함께 가서 어떤 식으로 해설이 진행되는지 보고 싶다. 우리가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런 점을 벤치마킹해 더 발전하는 소금포 역사관을 만들고 싶다. 

 

Q. 그 어떤 활동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봉사활동으로 매일 해설단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다. 

 

정세호 :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봉사 단체라는 자부심이 있다. 아마 이런 마을 해설단이 있는 곳은 우리 지역이 유일하지 않을까. 

 

진숙임 : 이 나이에 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뭐 하나, 이런 생각 한다. 내가 사는 동네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 내 마음이 좋아진다. 또 단원들이 다 여기 동네에 살기 때문에 장을 보거나 운동하러 가는 길에 이곳 역사관에 들러 5분 또는 10분 정도 해설 연습을 한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접근성이 좋아서다. 

 

Q. 앞으로 소금포 역사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있나?  

 

정세호 :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 해설단도 양성하기 위해 교육하고 있다. 다음 달 7월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해설을 어린이가 직접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상당히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역사관 안에서만 해설 활동을 하는데 앞으로는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해설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타지 관광객들이 염포산 위에서 염포를 한눈에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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