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로컬 네트워크 문화를 만들고 싶다”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1-09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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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로컬

성민도가 김성민 대표

▲ 김성민 성민도가 대표 ©조강래 인턴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성민=지역에서 막걸리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의 첫 시작은 2019년, 일본어 스터디에서 만난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아서 캐시플로라는 보드게임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한 거였다. 처음부터 내가 기획해서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성취감은 있어도 보람은 적더라. 그래도 2년 동안 활동을 진행했다. 그 후 리빙랩 사업으로도 활동이 이어졌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 계속해서 문화사업을 하고 싶기는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소소하게 취미로 만들던 담금주가 생각이 났다. 처음 술을 빚게 된 건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고서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영화에 술 빚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고 막걸리 키트를 사서 혼자 집에서 만들어봤다. 키트에 나온 설명서를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술맛이 안 나더라. 처음에 그렇게 실패를 겪고, 나랑은 안 맞구나 생각해서 더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다 보니 또 술을 빚고 싶어지더라. 다시 도전해보자고 해서 쌀, 누룩 같은 재료를 사서 제대로 빚어봤더니 나름대로 술이 만들어지더라. 그때부터 조금씩 담기 시작한 게 계기가 돼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민도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Q. ‘성민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김성민=술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도가’ 앞에 내 이름인 ‘성민’을 붙였다. 술은 가문 사업이 많다. 레시피를 알면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으니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가업으로 이어가는 것 같더라. 앞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이름을 걸지 않은 술은 자신감이 없는 거라고 비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내 이름을 걸고 성민도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Q. ‘성민도가’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김성민=막걸리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시음회나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기업 연수 출강도 하고 있다. 지원사업도 하고 있긴 한데, 그렇게 하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료로만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더라. 그렇게 하다가는 이 활동을 자생적으로 지속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부터는 지원사업을 더 안 하지 않을까 싶다. 유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키트를 활용해서 클래스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Q.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성민=원래 울산에는 양조장이 많이 있었는데, 6.25 전쟁 이후에 거의 사라지고 여덟 곳 정도만 남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중에서도 중구에는 전통주를 만드는 곳이 없었다. 사실 중구가 술 빚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문화의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술이라고 생각한다. 술 없이 만들어진 역사나 문화는 없지 않나. 그런데 왜 여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술이 빠져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사는 동네이기도 한 이곳에서 한 번 술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고 학성동 안에서 술 만들 공간을 탐색하고 있다.
 

▲ 김성민 성민도가 대표 ©조강래 인턴기자


Q. 마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김성민=최근에 학성동에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학성동은 도시재생사업을 계속 진행해왔으나, 청년이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이끌어갈 주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계획만 세우고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내 활동이 도시재생사업과 연계가 됐다. 올해는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을 통해 학성동만의 프리마켓을 기획해서 준비 중에 있다. 학성동에서 산 지 5년 됐는데, 가장 안타까웠던 게 집 앞에 있는 학성공원이 문화재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거였다. 학성동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지리적으로도 좋은 곳이다. 그런데 마을의 자랑이 될 수도 있는 역사가 잊혀지고, 사라져가고 있었다. 전등 하나 없고, 개보수하는 것도 할 수가 없다. 문화재라는 이유 때문에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 특히 공원 앞 주차장은 광장이 됐다가 다시 주차장이 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공간을 다시 광장으로 바꾸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 다시 주차장으로 바뀔 우려가 크지 않은가. 그래서 그 공간에 문화를 심어서 문화적 장소로 활용된다는 걸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광장화되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공간에 문화를 파생시켜서 주민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정해서 광장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겁게 모이고 만날 수 있는 진짜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Q. ‘로컬이 미래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성민=로컬이 미래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 말에 동의한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한 마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30년간 인구 유출이 너무 심해서 지역에 100여 명의 어르신만 남아있는, 사라져가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한 청년이 타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인 그 마을로 돌아온 것이다. 자기가 살던 동네가 죽어가고 있는 걸 보고 어떻게 하면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IT 산업으로 그린밸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청년들을 마을로 불러 모았다. 청년 한 명이 10명을 모으고, 10명이 100명을 모았다. 지금 그 마을은 일본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동네, 그리고 IT 기반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그 마을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그런 곳이 됐다고 하더라. 아무것도 없는, 소멸 위기의 마을을 청년 한 명이 바꾼 것이다.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를 하나 봤는데, 우리나라도 30년 뒤에는 소멸되는 지역이 많아질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1순위 지역이 울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토록 위태로운 모래성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문화나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울산을 떠나려고만 하지 않나.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문화가 활성화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직접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들어서 울산에 변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 김성민 성민도가 대표 ©조강래 인턴기자

 


Q. ‘성민도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김성민=소규모의 문화제를 만들고 싶다. 울산은 멋진 자연경관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울산을 자동차, 배, 수소, 이런 산업들로만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울산은 그 외에도 자랑할 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런 것들을 비출 수 있는 문화제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작은 시도들을 해보려고 한다. 그중에 하나는 당연히 술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양조 공방을 차리고 가양주 체험을 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3년 뒤에는 울주군에 큰 도가를 따로 차리고 싶다. 학성동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도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술을 매개로 청년들을 모으고, 모인 청년들과 함께 울산을 홍보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실제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담하다’와 ‘커튼콜’과 함께 작은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작은 모임이지만, 이 작은 모임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 큰 로컬문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그 목표를 가지고 지역에서 어떻게 해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고, 청년들을 모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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