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김수복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기사승인 : 2021-10-02 18: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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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군주론>과 마키아벨리. 아직 읽어보지 않은 독자에게 이 책은 ‘군주는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으로 통치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무서운 군주가 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책의 저자 마키아벨리에 대해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군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책을 쓰고 헌사했다’고 알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마키아벨리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군주론>을 읽은 독자는 위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한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 군주는 이상(理想)이 아니라, 엄중하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군주론>은 ‘메디치 전하께 드리는 헌사’를 시작으로 1장에서는 ‘통치권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가, 마지막 26장은 ‘이탈리아를 야만족으로부터 해방시키도록 권고하는 말씀’이라는 주제로 구성돼 있다.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하면서, 거기에 관련된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을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탈리아의 안정과 번영을 바라는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담겨 있다. 또한 <군주론>은 인간의 이기주의와 간사함, 나약함과 나태함, 온정주의 등 인간 본성에 맞춰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하고 있는데, 마키아벨리의 분석력과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이 약 500년 전의 글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군주론>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군주론>의 내용 중에는 군주에게 “위선자가 될 것”과 “도덕과 종교를 경시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지배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것들만으로 전체 <군주론>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앞뒤 문맥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 문장만 뽑아 마치 전체인양 곡해하고 있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로 나라를 통치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의 통치의 기본 덕목은 “훌륭한 법률과 강력한 군대를 바탕으로 나라를 정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본이 상황에 따라 변동할 경우, 그 상황에 따라 사자와 여우의 기질을 활용해 통치하라는 것이다. 함정을 피할 수 없는 사자에게는 여우의 지혜가, 늑대를 제압하기 어려운 여우는 사자의 용맹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주는 백성들의 미움을 사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군주론>은 한 국가를 통치함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군주가 나라를 통치하는 행위는 이상적이거나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 이웃 나라의 침입이 있을지, 내부의 적들에게 반란의 낌새는 없는지, 백성들의 마음은 어떤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통치행위는 현실의 최전선이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는 눈물도 인정도 없는 냉혹한 군주의 모습을 원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이상적으로 살아가야 할 방식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상을 좇아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는 이는 자기 앞가림은커녕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마키아벨리는 마지막 장에서 운명을 난폭하게 범람하는 강물에 비유한다. 성난 물살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다. 하지만 제방과 둑을 쌓아 예방조치를 한다면 그 강물은 수로를 따라 흐르거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운명은 그것에 맞서 견뎌내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선 그 위력을 거침없이 드러내어, 운명을 막기 위한 제방이나 둑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힘을 집중시킨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제방과 둑을 미리 쌓아두지 않은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운명은 준비된 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며, 준비돼 있기에 운명에 휘둘리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적으로 운명에만 의지하는 군주는 그 운명이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하면 몰락하고 만다. 따라서 자신의 행동방식을 시대의 흐름에 맞춘 사람은 성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행동방식이 시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사람은 실패하고 만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을 맞고 있다. <군주론>은 2022년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보도, 그들을 뽑을 권리와 의무를 지닌 국민도, 모두 읽어야 할 필독서다. 그 이유를 마키아벨리는 “백성의 본심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군주의 입장에 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요, 군주의 본심을 이해하려면 백성의 입장에 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텔레비전과 신문, 각종 언론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한창이다. 대선후보들의 자질과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설명하는 군주로서의 자질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김수복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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