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을 다녀와서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1-11-09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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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얼마 전 오래간만에 국립경주박물관에 다녀왔다. 울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학교에서 가는 소풍으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서 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박물관을 찾아서 가지 않는 사람도 국립경주박물관은 한 번쯤은 가본 적이 있을 정도다. 내 경우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가 자식들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데리고 갔고,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보통 특별전을 보기 위해 갔다. 상설전시실의 경우 언제나 비슷한 전시 구성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찾지 않았다. 


그러던 국립경주박물관이 2018년부터 약 3년에 걸쳐서 전시실을 하나씩 리모델링한 끝에 2020년 12월 재개관했다. 얼마 전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국립경주박물관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신라의 국보, 보물급 유물들과 교과서에서나 봤던 수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시실 내부의 이미지는 오래되고 다소 고리타분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세련되고 밝아진 느낌이었다. 특히 나무로 된 설명판과 출토된 위치 그대로 재현해둔 무덤 유물은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의 전시기법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관람객과 유물 사이의 유리가 방해한다는 느낌이 덜하도록 비침이 덜한 유리를 달고, 전시품의 종류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조명을 설치한다. 벽이나 바닥, 필요하면 천장 공간도 활용해서 관람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유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전의 어두컴컴하고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통해 전시패널을 읽다가 지쳐 버리는 방식은 ‘구식’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그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끊임없이 변화해가고 있다.


신라천년보고는 그동안 비밀스럽게 여겨졌던, 그래서 박물관에 일반인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수장고와 박물관 학예사들이 하는 작업, 복원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특히 아이들이 보면 아주 좋아할 공간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박물관에서 하는 일을 부분적이지만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개방형수장고는 여기저기 생겼지만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전시실에서 보는 유물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고, ‘내가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하는 상상도 잠깐 해보았다.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오니 “한복 입고 경주, 처용과 노닐다”라는 제목의 신라복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보탑을 배경으로 군무와 워킹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박물관은 더 이상 어둡고,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넣어두고 그냥 많은 정보를 주입하거나 ‘우리한테는 이런 유물도 있다!’는 식의 전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최근 울산에도 많은 박물관이 생겨났다. 10주년을 맞이한 울산박물관은 물론이고 근래에 만들어진 박물관들도 어둡고, 고리타분하고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는 그저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길 기대해 본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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